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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키우는 엄마에게 몇가지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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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inceton 댓글 0건 조회 1,341회 작성일 10-08-2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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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키우는 엄마를 위한 몇가지 제안    뒤늦게 어린 딸을 둔 어떤 분이 진지하게 묻더군요. 딸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그분 질문 덕분에 뒤늦게나마 딸을 어떻게 키울까 고민해보면서 각자의 엄마에게 딸이던 친구들과 제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일러스트 | 쿠우 
 이 나이가 되어 친구들과 저의 삶을 중간 결산해보니, 우리 모두는 성적이나 대학에 상관없이, 말 그대로 성적순과 다른 삶을 살고 있더군요. 여자들 인생은, 공부를 잘하고 엄마 말을 잘 듣고 성실하고 바르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미묘한 2%가 있습니다. 직업, 경제력보다 더 중요한 것, 또 어떤 남자를 만날지보다 더 중요한, 그 2%는 ‘삶을 살아가는 태도와 자세, 배짱’ 같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 2%가 결정적인 대목에서 나머지 98%를 뒤틀리게 하고 인생을 굉장히 이상한 방향으로 가버리게 하는 거 같더군요. 딸아이를 20여 년 키우면 세상에 내놓아야 합니다(아들도 마찬가진가요?). 내가 내놓지 않아도 뛰쳐나가겠지요. 그리고는 내 울타리 밖에서 나머지 60~70년의 세월을 살아갈 겁니다. 그 세월은 내가 책임지거나 간섭하거나 보장할 수 있는 세월이 아니지요. 내가 지금 어떻게 키우는가가 그 2%에 영향을 끼칠 것이고, 나머지 세월 동안 딸아이의 삶의 태도를 결정할 겁니다. 너무나 총체적이고 광범위한 이야기지요. 이야기가 한없이 길어질 거 같으니 간단하게 딸을 키우는 자세,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서 정리하는 게 좋겠군요.

딸을 키우는 자세 두 가지 첫째는 오늘을 즐기세요. 제 딸아이가 이제 중학교 3학년인데 가끔 처녀티가 나서 깜짝 놀랍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저 꼬맹이가 언제 커서 어른이 될까, 언제 자기 할 일 알아서 할까 막막하더니 말입니다. 아이들은 어느 날 부쩍 자라버리는 거 같습니다. 아이가 갓난아이일 때, 서너 살 때, 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 사진을 보면 천사가 거기 있더군요. 그 시절을 즐기며 키우지 못한 게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신이 내게 주신 선물인 그 천사를 알아보지 못하고 하루하루 힘들다고만 생각했지요. 말랑말랑하고 따뜻하고 깨물고 싶을 만큼 귀여운 그 꼬마를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게 정말 슬픕니다. 오늘 하루를 맘껏 즐기는 것,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입니다.

둘째는 늘 역지사지해보세요. 딸을 어떻게 키울까 고민하다 보니, 질문이 진화했습니다. 딸을 키우는 사람이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뭘까, 나는 딸에게 어떤 존재가 되는 게 좋을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음… 역시나 답은 ‘역지사지’였습니다.

내 엄마가 어떤 사람이었으면 좋을까 생각해보니 그게 바로 답이더군요. 본인 몸 건강하고 경우 반듯하고 경제력 있고, 자기주장이나 요구를 내 삶에 관철하려 하지 않고, 내 존재만으로 행복해하고, 나를 온전히 사랑해주는 사람, 내 어머니가 이런 사람이라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듯합니다. 내 딸아이에게 이런 엄마가 될 수 있다면 제 인생은 성공한 것이겠지요.

딸 낳은 사람이 꼭 지켜야 할 것 두 가지
제 나름대로 딸을 낳은 사람이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첫째는 오래오래 사는 것. 딸을 낳은 엄마는 오래오래 살아야 합니다. 딸이 마흔이 될 때까지는 살아 있는 것이 의무지요. 온전하게 세상과 맞서서 불합리, 부당함에 맞장 뜰 수 있고 또 안 되면 ‘무대뽀’로 버틸 수 있는 여자 나이가 마흔인 거 같습니다. 이 나이가 될 때까지는 든든한 울타리가 필요합니다. 이 험한 세상에 온전히 믿고 의지할 사람이 엄마 외에 누가 있겠습니까. 아무쪼록 딸을 낳게 되거들랑, 아이를 낳은 그 순간부터는 떨어지는 빗방울도 조심하면서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야 합니다. 그게 엄마가 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인 거 같습니다.

둘째는 결핍감을 느끼지 않도록 사랑을 듬뿍 줘야 합니다. 공부를 잘하지 못하거나 성공하지 못해도 자신을 존중할 수 있도록 엄마는 그저 딸을 사랑해줘야 합니다. 참 어렵지만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자기 존재 자체에 대한 자긍심을 키워주는 것, 아주 듬뿍 애정을 주는 것은 엄마가 꼭 해줘야 하고 엄마만 해줄 수 있는 일이지요. 이렇게 키워야 이상한 남자 데려오지 않습니다. 딸이 자라서 남자와 올바른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괜찮은 남자를 잘 고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일한 방법이지요. 아니 남자뿐만이 아니고 세상을 살아나가는 가장 기본적인 삶의 자산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겠지요.

딸을 키우며 피해야 할 두 가지
엄마 말 잘 듣는 식물성 공주로 딸아이를 키우면 곤란합니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말 잘 듣는 모범생으로 딸을 키우고 싶어 합니다. 자기주장, 자기 고집, 선택 그런 거 필요 없이 엄마가 플랜도 다 짜고 위험요소들도 다 고려하고 뒤처리도 다 해주지요. 한마디로 엄마가 다 알아서 해주니 아이는 그저 엄마가 시키는 것만 열심히 하면 되는 거지요. 그러나 삶은 엄마가 시키는 대로, 엄마가 생각하는 대로 풀려가는 것이 아닙니다. 모범생으로 얌전하게 자란 친구들은 삶에서 의외의 상황이 발생하면 해결능력이 떨어집니다. 늘 부모가 원하는 대로, 선생님이나 사람들이 기대하는 대로 살았다가 상황이 조금만 바뀌면, 삶이 정해진 룰에서 아주 조금만 비켜가면, 그 인생이 이상한 방향으로 급물살을 타버리는 친구들을 꽤 봐왔습니다.

또 하나는 딸을 너무 착한 아이로 키우면 안 됩니다. 아이가 언니나 오빠, 동생들에게 양보도 잘 해서 분란을 일으키지 않고, 더불어 동생들도 잘 돌봐준다면, 엄마 입장에서는 너무 편하고 좋지요. 나를 편하게 해준 딸은 나중에 다른 사람도 편하게 해줄 겁니다. 집에서 콩쥐로 자란 아이들은 역시나 왕자를 만나더군요. 슬픈 일은, 아이가 왕자를 만나 왕자비가 되는 게 아니고 ‘무수리’가 되어버린다는 겁니다. 황당하지만 당연한 일이지요.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남을 보살피는 것,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 주는 것, 참는 것뿐이니까요. 그런 역할에 대해서만 칭찬받고 격려를 받고 존재 의미를 찾았으니까요. 내 집에서 착한 딸은 다른 집에서도 콩쥐밖에 못합니다. 시댁 식구와 남편에게 영원한‘봉’인 친구들 참 많습니다.

딸이 ‘너무나 아닌’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한다면…
이런 가혹한 일은 가상의 질문으로도 안 받고 싶습니다. 생각만 해도 괴로운 일이군요. 하지만 삶은 늘 제멋대로 자기 갈 길을 가기 때문에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겠지요. 때리는 남자, 무능한 남자, 바람기 있는 남자, 마초, 이 네 타입만 아니라면 반대할 생각은 없지만 인생은 늘 이것만은 아니길 바라는 초콜릿이 걸리게 마련이지요.

최악의 경우, 이런 남자를 데려온다 하더라도 방법이 뭐가 있겠습니까. 반대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고 잘못하면 외려 붙은 불에 기름 붓는 격이 되더군요. 젊은 사람들의 사랑을 가장 강하게 하는 것은 주변의 반대입니다. 특히 부모의 반대는 그들의 사랑을 애절하고 강고하게 합니다.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하면 이혼도 쉽지 않지요.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야 하니까요. 반대한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잘 살아내겠다는 오기를 자극해서 끔찍한 결혼도 견뎌버리게 하더군요.

사람이 어떻게 늘 성공만 하고 살겠습니까. 실패도 하면서 인생의 깊이가 깊어지기도 하는 것이지요. 이런 최악의 남자를 데려온다면 내가 딸 교육을 잘못 시킨 것이니 감수해야지요. 내가 주지 못한 애정, 지지, 배려, 관심, 혹은 다른 무언가 결핍된 걸 그 남자에게서 보충하려는 것이겠지요. 내가 부족해서 아이를 잘못 키웠구나 생각하고 현실을 받아들여야지요.

아이가 결혼해서 잘 살 수도 있지만, 그 결혼이 실패라는 것을 느끼고 이혼하고 싶어 할 수도 있지요.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아이가 어떤 선택을 하건 그 선택을 지지하는 것이고 그 선택을 실행하는 데 실제적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겠지요. 진정한 ‘엄마’란 아이가 정말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도움을 요청할 때 마징가제트처럼 출동할 수 있는 존재겠지요. 저는 경제력이 닿는 대로 아이를 위해 돈을 모아놓을 생각입니다. 아이 결혼할 때 혼수나 경제적 도움을 주는 대신, 아이 몫으로 신탁이나 펀드를 들어놓을 예정이고, 아이 앞으로 작은 원룸도 준비해놓을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거예요. 사실 괜찮은 남자를 데려와도 혼수로 돈 보태주지 않고 아이 몫으로 준비해놓을 생각입니다. 이래저래 제 딸은 무일푼으로 결혼해야 할 운명입니다.

예상치 않게 글이 비장하게 흘러버렸군요. 딸을 키운다는 것… 행복하지만 비장한 일 맞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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