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동종업종이 긴장감을 가져 경쟁력이 높아 - 라이프 오브 파이-호랑이와의 동거가 주인공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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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ynasty 댓글 0건 조회 1,289회 작성일 15-09-24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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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한가운데서 조난됐다. 살아남기도 버거운 상황. 그런데 맹수와 한 배를 탔다. 녀석은 언제든 나를 잡아먹을 수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그런데 이것이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까?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는 삶과 죽음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원작은 캐나다 작가 얀 마텔의 동명소설이다. 주인공은 인도 청년 파이다. 인도 폰디체리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던 파이의 아버지는 경영이 어려워지자 동물원을 판다. 그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온 가족이 캐나다 이민을 떠난다. 태평양을 건너던 중 화물선은 폭풍우를 만나 침몰한다. 파이는 천신만고 끝에 구명선에 올라타고, 최종적으로 남는 두 생명체는 파이와 뱅갈호랑이 ‘리처드 파크’다. 드넓은 바다 위에서 227일간 사람과 호랑이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집채만한 고래, 빛을 내는 해파리, 하늘을 나는 물고기, 미어캣이 사는 식인 섬 등 현실과 공상이 교차하는 모험이 기다린다.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는 삶과 죽음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원작은 캐나다 작가 얀 마텔의 동명소설이다. 주인공은 인도 청년 파이다. 인도 폰디체리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던 파이의 아버지는 경영이 어려워지자 동물원을 판다. 그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온 가족이 캐나다 이민을 떠난다. 태평양을 건너던 중 화물선은 폭풍우를 만나 침몰한다. 파이는 천신만고 끝에 구명선에 올라타고, 최종적으로 남는 두 생명체는 파이와 뱅갈호랑이 ‘리처드 파크’다. 드넓은 바다 위에서 227일간 사람과 호랑이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집채만한 고래, 빛을 내는 해파리, 하늘을 나는 물고기, 미어캣이 사는 식인 섬 등 현실과 공상이 교차하는 모험이 기다린다.
동물들이 합석한 구명선은 ‘노아의 방주’가 아니다. 작은 정글이었다. 하이에나는 얼룩말과 오랑우탄을 죽이고, 호랑이는 하이에나를 죽인다. 호랑이는 육식동물. 본능적으로 사람을 공격한다. 파이는 ‘리처드 파크’의 친구가 되고 싶지만 쉽지 않다. 파이는 구명선에 연결한 간이 뗏목으로 피신간다. 바다의 상어 떼도 두려운데, 맹수의 위협에도 시달려야 한다. “신이여, 제게 왜 이런 시련을!”이라고 외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배고픔과 위험을 헤쳐나가면서 파이와 리처드 파크는 조금씩 정이 든다. 파이는 생각한다. ‘리처드 파커가 없었으면 난 죽었을 것이다. 난 녀석을 보면서 긴장했고, 녀석을 돌보는 것에 삶의 의미를 뒀다.’ 파이의 이런 생각은 ‘메기효과’ 혹은 ‘메기이론’을 떠올리게 한다.
과거 영국의 어부들은 북해나 베링해 연안에서 잡은 청어를 런던까지 운반할 때 수조에 천적인 물메기를 넣었다. 보통 장거리 운반 때는 청어가 잘 죽는데, 물메기를 넣으면 이를 피해다니느라 런던까지 청어가 싱싱하게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꾸라지를 운반할 때 메기를 이용한다. 혹은 오징어 양식장에 천적인 꽃게 몇 마리를 넣어놓기도 한다. 이처럼 적절한 자극과 위협이 경쟁력을 더 높이는 것을 ‘메기효과’라 한다.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역사학자이던 아놀드 토인비가 즐겨 사용했다. 토인비는 “좋은 환경과 뛰어난 민족이 위대한 문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혹한 환경이 문명을 낳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저서인 <역사의 연구>를 통해 모든 문명은 도전과 응전의 결과로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잉카 문명, 마야 문명, 메소포타미아 문명 등이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것도 도전이 없었기 때문으로 봤다.
‘메기효과’는 기업에도 적용된다. 1993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경영혁신을 내세우면서 강조한 것도 ‘메기론’이었다. 실제로 적절한 위협요인과 자극, 위기의식이 있을 때 오히려 경쟁력이 더 높아지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최근 가구업계의 공룡 이케아(메기)가 국내에 진출했는데도 국내 가구기업(미꾸라지)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오르는 현상이 발견됐다.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동종업종이 긴장감을 가져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대기업들이 급식업계에 뛰어들면서 급식업체의 서비스가 좋아졌다는 평가도 있다.
IMF 외환위기 직후 국내 은행(미꾸라지)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선진금융기법을 갖고 있는 외국계 은행(메기)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판 것도 같은 이유였다. 다만 메기가 미꾸라지들을 위협하는 수준에 머물러야 하는데 다 잡아먹어버리려는 욕심을 부린다면 ‘메기효과’도 없다.
하지만 배고픔과 위험을 헤쳐나가면서 파이와 리처드 파크는 조금씩 정이 든다. 파이는 생각한다. ‘리처드 파커가 없었으면 난 죽었을 것이다. 난 녀석을 보면서 긴장했고, 녀석을 돌보는 것에 삶의 의미를 뒀다.’ 파이의 이런 생각은 ‘메기효과’ 혹은 ‘메기이론’을 떠올리게 한다.
과거 영국의 어부들은 북해나 베링해 연안에서 잡은 청어를 런던까지 운반할 때 수조에 천적인 물메기를 넣었다. 보통 장거리 운반 때는 청어가 잘 죽는데, 물메기를 넣으면 이를 피해다니느라 런던까지 청어가 싱싱하게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꾸라지를 운반할 때 메기를 이용한다. 혹은 오징어 양식장에 천적인 꽃게 몇 마리를 넣어놓기도 한다. 이처럼 적절한 자극과 위협이 경쟁력을 더 높이는 것을 ‘메기효과’라 한다.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역사학자이던 아놀드 토인비가 즐겨 사용했다. 토인비는 “좋은 환경과 뛰어난 민족이 위대한 문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혹한 환경이 문명을 낳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저서인 <역사의 연구>를 통해 모든 문명은 도전과 응전의 결과로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잉카 문명, 마야 문명, 메소포타미아 문명 등이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것도 도전이 없었기 때문으로 봤다.
‘메기효과’는 기업에도 적용된다. 1993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경영혁신을 내세우면서 강조한 것도 ‘메기론’이었다. 실제로 적절한 위협요인과 자극, 위기의식이 있을 때 오히려 경쟁력이 더 높아지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최근 가구업계의 공룡 이케아(메기)가 국내에 진출했는데도 국내 가구기업(미꾸라지)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오르는 현상이 발견됐다.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동종업종이 긴장감을 가져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대기업들이 급식업계에 뛰어들면서 급식업체의 서비스가 좋아졌다는 평가도 있다.
IMF 외환위기 직후 국내 은행(미꾸라지)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선진금융기법을 갖고 있는 외국계 은행(메기)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판 것도 같은 이유였다. 다만 메기가 미꾸라지들을 위협하는 수준에 머물러야 하는데 다 잡아먹어버리려는 욕심을 부린다면 ‘메기효과’도 없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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