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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레스토랑의 흥망성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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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yale 댓글 0건 조회 1,415회 작성일 10-10-27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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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패밀리레스토랑이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해외 브랜드를 도입해서 매장을 늘려 가는가 싶더니 출생한지 불과 20년도 안 돼서 적자로 돌아섰고, 일부 브랜드는 간판을 내리거나 M&A되고 있는 것이다.

2010년 2월 현재, 매장수를 보면 상위 10개 브랜드를 합쳐도 306개로, 2007년에 비하면 25%가 폐점했다. 매출액 1위업체인 아웃백스테이크가 새 주인을 찾고 있고, 4위인 베니건스는 바른손에서 인수했다. 그뿐 아니라 TGI 프라이데이는 계열사인 롯데리아에 합병됐고, 원조인 코코스는 물론 마케팅 능력이 탁월하다는 CJ푸드빌의 스카이락 등은 아예 문을 닫았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했던 1988년, 올림픽을 앞두고 지금은 없어진 미도파에 ‘코코스’가 입점하면서 패밀리레스토랑의 역사는 시작됐다. 코코스가 인기를 끌자 90년대 초에 TGIF가 양재동에서, 그리고 조미료 미풍을 만들었던 제일제당(현 CJ푸드빌)이 사업다각화를 위해서 논현동에 ‘스카이락’을 런칭했다. 베니건스, 아웃백스테이크 등도 뒤를 이어 도입됐다.
      
시장규모를 보면 패밀리레스토랑이 얼마나 잘나가는 업종이었는지 쉽게 가늠할 수 있다. 97년에 8백억 원이었던 것이 매년 20~30%씩 성장해서 2007년에는 1조원을 넘었다. 그 기간 동안 다른 업종의 매출은 대부분 5% 전후로 성장했음을 감안하면 엄청난 고속성장을 한 셈이다.    

그런데 2008년 이후 다시 줄어들어서 2009년에는 약 7천5백억 원으로 20~30%가 추락한 것이다. 사실 패밀리레스토랑의 추락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지난 2004년 4월, 가맹본부들이 애지중지하는 1호점 논현점이 폐점한 시점부터 시작됐다고 판단된다. 그나마 잘나가던 아웃백도 2006년까지는 매년 10개 이상씩 오픈하다가 2008년을 기점으로 점차 줄어든 것.

이렇듯 창업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패밀리레스토랑의 쇠락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문제는 자만에서 비롯됐다. 인테리어는 예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었고, 메뉴나 조리방법도 구태의연한 방법으로 계속 이어갔다.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들과 건강을 위해 더욱 똑똑해진 고객들의 마인드를 읽지 못한 것이다.

어느 브랜드, 어디를 가도 그 메뉴가 그 메뉴인데다 인테리어도 흡사하다. 특히 메뉴는 대부분 육식 위주였고, 조리도 반조리 제품을 여전히 사용했다. 먹거리는 생산에서 소비까지 투명한 이력을 기대하는 소비트렌드도 간과한 것이다. 게다가 초기에는 30~40대 가족이 대상고객이었지만 최근 들어 20대로 내려왔는데도 이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다. 단지 통신사와의 연계를 통해 할인혜택만 주는 정도로 그쳤다.

객단가만을 내려서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례는 아주 많다. 경영학 교과서에서도 사례가 소개된 말보로의 가격인하정책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했다. 담배 1위브랜드인 말보로가 매출이 늘지 않자 가격을 내렸는데 오히려 더 떨어진 사례다.

또한 우리 소비자들은 전통음식에 대한 충성도가 비교적 높다는 점을 감안해서 변동성 있는 전략을 구사했어야 했다. 외식트렌드를 보면 88년 이전까지는 전통업종이 주류였고, 그 이후 2004년경까지는 퓨전형 업종들이 강세를 나타냈다. 월드컵 이후로는 건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다시 토종음식이 돌아왔다. ‘우리 것은 우리 것 그대로, 외국 것은 외국 것 그대로’ 소위 에스닉푸드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일본의 경우도 지난 2006년부터 “지극히 일본적인 것”과 “해외 음식전문점”으로 나눠지는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문화의 상향평준화와 건강을 염려하는 웰빙문화, 그리고 경기순환곡선이 짧아진 것도 한몫을 했다고 판단된다. IMF이후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장으로 편입되면서 이전에는 4~5년에 성수기 쇠퇴기가 반복되던 것이 불과 1.8년으로 짧아졌다. 다시 말하면 호경기를 체감하기도 전에 불경기가 찾아온다는 얘기다. 소위 저성장시대로 접어들면서 단가가 싸고 익숙한 전통음식을 더욱 찾게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바닥에 있는 패밀리레스토랑 브랜드들도 미국에 가면 잘되는 경우는 무슨 연유일까? 외식에 대한 기호나 인식의 차이에서 나온 현상이다.  미국의 패밀리레스토랑은 고급음식점이 아닌데 우리나라에 도입되면서 고급컨셉으로 런칭된 것이 장기적으로 가면서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준 것이 첫째요, 외국에서는 음식을 먹고, 우리는 브랜드를 먹는다는 점이 둘째이며, 우리는 유행을 잘 흡수하고 쉽게 실증내는 습성이 더 있다는 점이 셋째 이유다.

뷔페도 미국에서는 여전히 잘되는 업종인데 우리는 이미 한물 간 업종이고, 비즈도 일본과 유럽에서는 안착됐지만 우리는 자리 잡기도 전에 물러난 것도 좋은 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패밀리 레스토랑은 살아날 수 없는 것인가? 결론은 당분간 침체기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통상 단골고객이 매출의 70% 정도를 올려준다. 반면에 떠난 고객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비용은 신규고객 12명을 유인하는 비용만큼 든다.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이미 떠난 고객을 되돌리기까지는 그리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 3~4년 후에는 시장이 상당부분 정지작업이 끝날 것으로 보여서 메뉴 컨셉이나 대상고객의 특정화 등 체질개선이 이루어진다면 새롭게 부상할 가능성은 있다. 다만 차별화된 컨셉과 메뉴개발 능력 등이 보완된다는 전제가 붙는다. 불고기브라더스와 같이 전통메뉴를 개발한다거나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 형태로 접근하는 것도 유리하다.

특별히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창업자들이 규모의 경제를 들어 매장만 크면 잘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 같은데 매장규모가 성공을 담보해 주는 시대는 지났다는 점이다. 대상상권의 시장규모에 따라 적정매장 면적이 나오는 것이지 무조건 크다고 잘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패밀리 레스토랑이 목적구매형 컨셉이라면 거기밖에 없으니까 멀리 차를 타고 가지만 차별이 없다면 일부러 가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심리적으로 안전지대(comport zone)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입지분석에서 핵심요소다.


최근 이마트가 동네상권에 선보인 이마트 익스프레스 같은 모델이 해답이 될 것이다. 물론 대형유통업체 입점을 반대하는 지역상인들의 여론을 피해가기 위한 전략으로 시작됐지만 그 시스템은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접근해도 상당히 발전적인 모델이 될 것이다.

또 한가지는 메뉴의 패션화도 중요한 트렌드다. 심플하면서도 맛깔스럽게 개발하되 거기에 가치를 집어 넣는다면 더할나위가 없다. 굳이 톰피터스의 ‘유행을 따르는 경영’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제는 음식도 유행을 따르는 패션화가 필요한 시기가 됐다. 유행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소비동선을 읽고 그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롱런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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