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데일 꽃집 이세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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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1,878회 작성일 10-08-1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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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한우물… 연간 매출액 100만달러 넘어
동이 트려면 아직 이른 시각, 경매장으로 향하는 한 남자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물건의 종류와 수량, 가격을 머리 속으로 그리며 경매장 전체를 돌았다. 꽃의 상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새벽 6시, BC주 화훼재배농가연합의 꽃 경매가 시작되자 전광판을 노려보는 눈길이 매섭다. 말 붙이기도 무서울 정도의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이윽고 환하게 웃는다. 노스 밴쿠버에서 10년째 론스데일 꽃집(Lonsdale Flowerland)을 운영하고 있는 이세재씨(사진,54)다.
“거래물량으로는 전체 10위권 안에 든다”는 이씨는 경매장에서 만나는 동포들 사이에서 ‘대상(大商)’으로 불린다. 도매를 포함한 1년 매출 규모가 100만달러를 넘는다. 96년 4월 기업이민으로 밴쿠버에 정착한 그는 97년 3월부터 “실패하면 끝이다”는 각오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세재씨가 2막 인생의 시작으로 꽃집을 선택한 이유는 3가지. 첫째, 소비자불만이 적을 것. 둘째, 현금유동이 잘 될 것. 셋째, 회전율이 높은 소비품일 것.
“실패하면 끝이다”…가게에서 새우잠자며 꽃 배워
“꽃 경매시장을 처음 찾은 후 엄청난 거래물량을 보고 바로 이것”이라고 여겼다는 그는 가게에서 새우잠을 자며 꽃을 배웠다. 당시 아는 꽃이라고는 장미와 국화뿐이었던 그는 특징이나 모양만 보고 대충 기억하는 정도였지만 꽃이란 꽃은 모두 가져다 놓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폈다.
새벽 경매장에도 남들보다 1시간씩 먼저 나가 꽃의 등급과 소비자 선호도를 매겼다. 마침내 자신의 평가와 소비자의 반응이 일치하는 시점이 찾아왔다. 자신감이 솟았다. 생물(生物)인 꽃의 싱싱함을 유지하기 위한 꽃 냉장고(cooler)를 2배로 확장했다. 꽃의 종류와 색깔별, 계절별 선호, 판매동향 분석까지 이뤄낸 것은 군에서 쌓은 정보분석 경험 덕분이지만 실생활에서 큰 위력을 발휘했다.
노스밴쿠버에서 론스데일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세재씨 부부. 아내 이영란씨는 꽃집 운영 10년만에 정작 자신은 처음 꽃다발을 받아본다며 ‘화화화(花花花)’ 웃었다.
소비자 선호도를 토대로 일반적인 제품은 조금 싸게 팔고 이색적인 상품이나 특이제품에서 부가가치 높이는 쪽으로 경영전략을 삼았다. 때로는 꽃 재배 농장으로 직접 찾아가 미리 선매(先買)하기도 했고 경쟁 업체인 대형매장의 장점도 배워 나갔다.
“가게 인수 후 매출은 3배, 수익은 6배로 늘어나 잠조차 부족할 정도였다”는 이세재씨는 혼(魂)을 심는다는 마음으로 1999년 2호점을 냈다. 인터넷을 통한 원격주문판매를 시작하면서 배달 하나하나에도 성의를 다했다. 그의 작은 정성에 탄복해 감사편지를 보내는 고객의 수도 그만큼 늘어났다.
"진실만이 통한다"
이세재씨가 배달과 운송을 책임지는 동안 아내 이영란씨는 작품을 만든다. 웬만한 ‘플로리스트(Florist)’ 보다 낫다는 그녀의 손을 거치자 꽃과 꽃이 하나로 어우러져 새로운 세상으로 나왔다. 조심스레 소비자 반응을 살피다 ‘Beautiful’을 연발하며 꽃다발을 집어 들면 힘든 기억은 모두 어디론가 사라진다. 꽃을 다듬다 생긴 생채기도 기쁜 흔적으로 바뀐다.
발렌타인데이 대목을 앞두고 주문이 밀려 인터뷰조차 어려울 정도로 손이 바쁘던 이날, 정작 자신은 꽃가게 운영 10년만에 처음으로 남편으로부터 꽃다발을 받는다며 ‘화화화(花花花)’ 웃었다.
“진실만이 통한다”를 좌우명으로 삼고있는 이세재씨는 “어렵다, 힘들다 하지말고 애정을 갖고 시작하면 자기 것이 되는 것”이라면서 “아이들 앞에서는 더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하고, 더 조심스럽게 살아야 한다”고 했다.
현재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위원, BC한인협동조합실업인협회 이사로 활동하며 밴쿠버 한인사회 발전을 위해서도 헌신하고 있는 이세재씨는 조만간 꽃 도매전문회사를 세울 계획이다.
[이세재씨가 말하는 꽃가게 창업] 위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라
“꽃가게를 운영해보겠다는 한인들에게는 운영의 노하우를 기꺼이 전수하겠다”는 이세재씨는 “하루 매상이 500달러정도 되는 꽃가게라면 부부 비즈니스로는 최고”라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위치가 중요하며 새로 셋업 하기보다는 기존 가게를 인수하는 것이 초보자에게는 유리하다”며 1년안에 자리잡기 위한 유의사항 3가지를 꼽았다.
1. 위치는 생명이다.
가게의 위치를 고려할 때 우선,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인가, 주차시설을 완비한 곳인가, 인구 밀집이 어느 정도인가를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가진 것은 없어도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꽃을 산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2. 꽃은 생물이다.
꽃은 마진(Margin)이 좋지만 생물이라 안 팔리면 버려야 하는 단점이 있다. 오래 갈수 있는 종류와 날씨 등을 감안 물량조절에 신경을 써야 한다. 또, 아무리 좋은 가게를 인수한다 하더라도 남보다 앞서가는 모습 보여야 현상유지도 가능하다.
3. 한국에서의 생활을 잊어라.
‘꽃집 운영이 힘들다’는 생각부터 정신자세가 잘못된 것이다. 격식이나 체면에 치우치지 말고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마음가짐부터 다잡아야 한다. 쉽게 벌 수 있는 일은 없다. 1년 정도는 공부하고 여행도 다니며 현지 문화를 접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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