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와 의식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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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1,005회 작성일 10-06-2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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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렌트카 회사 중에 에이비스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 광고는 2등 주장으로 유명하다. 계속적인 적자 상황에서 회사를인수한 사장은 광고를 통해 기업 인지도를 높이고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려고 했다. 이 때 나온 광고가 "우리는 업계에서 2위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합니다."라는 유명한 광고다. 에이비스는 이 광고를 텔레비젼을 제외한 전 매체를 통해 내보냈고 소비자들에게 1등은 아니지만 1등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며 서비스 면에서 최고가 되려고 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 주었다. 이 광고가 성공하자 1위 기업인 허츠에서도 대대적인 광고 공세로 맞서게 되었다. 그러나 대대적인 광고공세는 강자인 주제에 점잖지 못하다는 거부 반응을 일으켰을 뿐이고 에이비스의 인기는 날로 더해 갔다. 그리고 "우리는 2위에 불과합니다"라는 말은 유행어가 되어 집에서는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1등이 아니니까 더 열심히 해야지"라는 말을 농담처럼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고 심지어 한 백화점 코너에서는 "2등이 아니라서 죄송합니다. 1등인 것입니다."라는 애교 있는 광고까지 만들어 낼 정도가 되었다.
우리는 흔히 광고라는 것이 1등이라는 것만 주장해야 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각 대학에서 내는 신입생 모집 광고를 보면 모든 광고가 세계적인 대학을 추구하고 국내 제일이라고 주장한다. 그 말을 누가 믿겠는가? 자신의 위치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더욱 노력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물론 광고만 더 열심히 한다고 주장하고 실제로 아무런 행동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학생과 교수들로 하여금 더 열심히 하면 된다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학교 차원에서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려고 해야 할 것이다.
에이비스가 "우리는 더 열심히 합니다"라고 주장해 놓고 서비스 면에서 전혀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누가 그 차를 빌리러 왔겠는가? 에이비스는 이 광고가 나가기 전부터 사원 교육을 통해 광고 내용을 인지시키고 매일 아침 광고를 외우는 일에서부터 일과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 결과 사원들의 행동이 그 전보다 훨씬 민첩해지고 차의 세차, 점검에서부터 재떨이까지 빈틈없는 서비스가 이루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광고가 단지 제품과 서비스를 파는데서 더 나아가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고 의식까지 바꿔 놓은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새로운 구호가 등장한다. 박정희 시대는 전후의 무력감과 "열심히 해도 안된다"는 국민 의식과 정서를 "하면 된다", "우리도 잘 살 수 있다"는 구호를 통해 바꾸려고 했고 전두환, 노태우 정부는 "상식이 통하는 정의로운 사회", "보통 사람이 잘 사는 나라"를 통해 국민의식을 하나로 묶으려고 했다. 또 김영삼 정부는 "세계화"라는 기치를 걸고 재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의식개혁의 시도는 바람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구호가 국민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열심히 하면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 주려는 정부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박정희 정부는 그것을 효과적으로 달성하여 전후의 황폐화된 국민의식을 바꾸고 70년대 경제도약을 이룩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두환 이후 현 정부까지 의식개혁 운동은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구호 자체가 나빠서 그런 것이 아니라 국민들은 그 동안의 정치의 황폐화와 분배의 불공평으로 인해 늘 속아 왔다는 느낌을 버리지 못하고 있고 열심히 일해 봤자 전보다 나아지는 게 없다는 패배감, 무력감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하면 더 잘 살 수 있다", "알뜰하게 저축하면 집장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 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노력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을 하나로 묶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민들에게 정부가 "정의", "고통분담"만 강요해서 될 일은 아닌 것이다.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겠다고 해 놓고 정작 정의롭게 사는 사람이 잘못 사는 사회에서 그 구호는 냉소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고통분담을 당하는 사람은 매일 당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늘 고통분담에서 빠진다면 고통분담이라는 구호는 국민들의 냉소를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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