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와 문화적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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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968회 작성일 10-06-2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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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에서 언어는 정보의 저장과 전달, 그리고 기억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진다. 일반적으로 언어의 전달과 저장이라는 언어의 기능은 그 동안 많은 주목을 받아왔지만 언어가 갖는 기억기능은 문화이론의 등장과 더불어 최근에 와서야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전달과정에서 언어가 갖는 기억기능을 적절히 활용한다는 것은 그 문화를 풍부하게 하는 것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기계적인 전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써니텐 광고는 70년대 광고 중에서 오래 도록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광고 중의 하나이다. "흔들어 주세요"라는 유행어를 창조하여 유명해진 써니텐 광고는 그 문안 자체로 여러 가지 기억을 연상시킨다. 처음 제품을 개발, "태양의 정열을 마시자 천연과즙 음료 해태 써니텐"이라는 문안을 내놓았을 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래서 대행사를 옮겨 제작한 것이 "마실 때는 흔들어 마시고..."라는 것인데 제작자 역시 처음 앙금을 본 순간 마시고 싶은 생각 뚝 떨어지고 문안을 쓸 생각도 사라지고 말았었다고 한다. "흔들어 주세요"라는 문안이 나온 것은 그 앙금이 천연음료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난 뒤라는 것이다. 카피라이터(광고문안가)는 그 앙금을 한약이나 막걸리에 가라앉은 앙금과 결합시켜 "흔들어 주세요"라는 헤드라인(광고의 표제어)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흔들어 주세요"라는 문안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막걸리나 한약 마실 때 경험을 연상시켜 앙금이 불순물이 아니라 영양가있는 물질이라고 인지시키는 데 톡톡히 기여했다.
며칠전 에듀비전이 수능 3개월을 앞둔 수험생을 대상으로 낸 "디딤돌 봄봄" 학습지 광고 "지금 시작하십시오. 늦지 않았습니다" 역시 언어의 기억작용을 잘 활용하고 있는 예이다. 광고는 8단 중앙을 분할하여 "지금 시작하십시오. 늦지 않았습니다"라는 문안을 횡으로 넣고 상하로 도마뱀 머리와 꼬리를 넣어 경계를 넣은 일러스트를 제공한다. 이 일러스트는 독자들에게 도마뱀에 대한 기억을 환기시킨다. 도마뱀은 위기 상황에서 꼬리를 자르고 탈출하는 기이한 습성을 가진 동물이다. 도마뱀이 위기를 면하기 위해 꼬리를 자르고 탈출하듯이 우리도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꼬리(지금까지의 나태한 생활습관)를 자르고 다시 시작하자는 의미를 이 광고는 적절하게 제시하고 있다. 특히 도마뱀을 비유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이 광고는 헤드라인으로 분할된 경계가 삶과 죽음, 그리고 과거와 미래를 분할하는 경계선임을 수험생들에게 경고하고 지금 현재의 결단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봄봄이라는 로고 또한 흥미롭게 구성되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봄봄의 두 글자를 검은 바탕에 백발(흰글씨로 뺌)로 빼고 ꑁ 우측 중간을 먹으로 처리함으로써 우리는 이 문양을 옛날 창호지나 사발에 새겨진 기쁠 희자와 연결시키게 된다. 전체적으로 이 광고는 현재의 결단이 미래의 기쁨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을 적절하게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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