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호흡하는 기술,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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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142회 작성일 10-10-09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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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의 선택에 있어 수용자는 이제 더 이상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새로운 미디어와 채널의 등장이 미디어 소비자의 목소리를 더욱 크게 하고 있다. 다시 말해, 미디어 소비의 시간과 장소, 비용까지도 결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의 진보가 인간에게 진정한 행복을 제공하는지 한번쯤 돌아볼 일이다. 적어도 광고에서처럼 꿈꾸는 행복을 이뤄줄 수 있는 마법이 될 수 있는지, 사랑을 영원히 지켜줄 수 있는지 사람들은 물음표를 찍는다.
기술의 진보, 행복을 가져다줄까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글로벌과 디지털, 그리고 융합이라는 키워드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지구라는 커다란 마을의 이웃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가까워지고 있다. 중국은 물론, 아프가니스탄, 미국, 브라질이 더 이상 먼 나라가 아니다. 미디어가 제공하는 실재감은 시간의 차이와 공간의 거리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프랑스 파리의 센 강 유람선 위에서 거위요리와 와인을 주문하는 여자 친구를 위해 자기 집 욕실에서 면도하면서 통역해주는 것은 광고 속에서만 가능한 일은 아니다(<그림 1>). 3세대 이동통신(WCDMA) 서비스를 통하면 전 세계 어디서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얼굴을 보면서 대화하듯 영상통화가 가능하다.
아울러 소비자들은 더욱 현명해지고 있다. 스마트 소비자(Smart consumer:자기의 권익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며 이익을 주장하는 소비자), 사무라이 소비자(Samurai Consumer:불이익에 대해 기업과 맞서 싸울 각오가 되어 있는 소비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프로슈머(Prosumer)나 UCC(User Created Contents, 손수제작물) 같은 말들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반적인 용어가 되었다. 미디어의 선택에 있어서도 수용자는 이제 더 이상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새로운 미디어와 채널의 등장이 미디어 소비자의 목소리를 더욱 크게 하고 있다. 다시 말해, 미디어 소비의 시간과 장소, 비용까지도 결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의 진보가 인간에게 진정한 행복을 제공하는지 한번쯤 돌아볼 일이다. 적어도 광고에서처럼 꿈꾸는 행복을 이뤄줄 수 있는 마법이 될 수 있는지, 사랑을 영원히 지켜줄 수 있는지, 사람들은 물음표를 찍는다(<그림 2>).
광고의 나라에 살고 싶다
사랑하는 여자와 더불어
아름답고 좋은 것만 가득 찬
저기, 자본의 에덴동산, 자본의 무릉도원,
자본의 서방정토, 자본의 개벽세상 ……
(중략)
아아 광고의 나라에 살고 싶다
사랑하는 여자와 더불어
행복과 희망이 가득 찬
절망이 꽃피는, 광고의 나라
“광고의 나라에 살고 싶다”(?)
이런 의문에 답한 시인이 있다. 시집 《자본주의의 약속》의 작가, 함민복은 그의 시 <광고의 나라에 살고 싶다>에서 이렇게 광고를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시인이 살고 싶어 하던 나라는 모순된 “자본의 에덴동산, 자본의 무릉도원, 자본의 서방정토, 자본의 개벽세상”, 바로 광고의 나라였다. “사랑하는 여자와 더불어 행복과 희망이 가득 찬” 나라로 표현된 절망이 꽃피는 광고는 그러나 스스로의 자정의 노력을 하며 회복하기 몸부림친다. <그림 3>에는 그러한 광고의 노력이 잘 나타나 있다. 야생동물보호기금(WWF: World Wildlife Fund, http://www.panda.org/)은 공익광고에서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위한 실천을 설득하고 있다. 한 장의 사진 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해 육지가 사라진 지구, 새들을 위협하는 대기오염, 곰을 겨냥한 수질오염 등 심각성을 고발하고 자성을 촉구한다.
초록별 지구에서 가장 이기적인 종(種)인 인간은 그러나 생각하는 힘을 가졌다. 마치 인구론의 멜더스가 기하급수와 산술급수를 언급하며 인류가 인구과잉으로 멸망할 것이라 지적했을 때 간과했던 것은 바로 아이디어(경제학자 폴 로머(Paul Romer)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경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상품과 시장, 풍요를 창출한다고 했다. 또한 이러한 지적 자산은 경제 성장의 원천을 이루는 인류의 무한한 상상력이라고 했다.)와 창의력이었다. 광고는 바로 이러한 것을 구현하는 기술(art)이다. 어떤 아버지는 5년 전 먼 하늘로 떠난 딸아이의 목소리를 통해 전할 수 없는 마음까지 전해 받고 있다. SK텔레콤의 ‘사람을 향합니다’ 캠페인 ‘하늘에 보내는 음성 메시지’ 편은 실화를 재연해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몇 년 전 태풍으로 딸을 잃은 어느 교수의 사연을 바탕으로 광고를 만들었다. 이 아버지는 딸을 떠나보낸 후 5년이 지난 지금도 딸의 휴대폰서비스를 해지하지 않고 음성 및 문자로 하늘나라의 딸에게 안부를 전하고 있다(<그림 4>) . 삼성 기업PR ‘엄마의 발등’ 편은 사고로 다리를 잃은 젊은 여성이 어머니와 함께 장애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소재로 구성되었다. 자식을 위해 어떤 고통도 감수하는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특히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되어 더욱 진한 감동을 전해준다. 딸아이의 새로운 걸음마를 돕느라 자신의 발등에 멍 자국이 생긴 엄마는 스스로 가슴의 멍을 치유하려 했겠지만, 많은 사람들에겐 감동의 눈물을 선사했다. 이 두 편의 광고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으로 소비자와 공명하였다(<그림 5>).
기술 깊어지면 진짜 사랑이 될까
그러나 광고 속 아버지와 어머니가 언제나 고마움의 대상이고 한없이 주기만 하는 분으로만 표현되지 않는다. 다소 희화된 캐릭터로 과장되게 표현되었지만, 영상통화 전화기 너머 아들에게 아버지가 인자한 미소와 함께 “우리……, 아무것도 필요 없다. 하하하하” 하면, 뒤에 있던 어머니는 “아무것도 안 나온다”면서 말을 잇는다. 기존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간 데 없고 광고 속에는 새로운 부모님이 계신다. “연속극은 옆집 가서 본다.” 이어서 아들이 보낸 텔레비전이 배달되고 고장난 세탁기가 보이면서 “아무것도 필요 없다”는 아버지의 너스레가 이어진다. 그야말로 서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show) 있다.
원래 이 통신 서비스의 네이밍은 W였다고 하는데, “쇼하고 있네!”의 쇼와 영상통화라는 서비스 특성을 네이밍에 담아 바꾼 것이다. 쇼(Show)로 바꾼 건 정말 잘한 것 같다. 실제 이 영상통화가 서비스 초기에는 30~40대 주부들에게 많이 팔렸는데, 멀리 있는 친정 부모님들에게 안부를 전하기 위해서 효도폰으로 판매되었다고 하니, 실현 가능한 팩션(faction)을 TV 광고로 옮긴 것이다.
아가들은 광고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주목성을 높이기 위해 컷(cut)의 수를 늘리고, 특수효과나 배경음악, 효과음악 등에서 매우 변화무쌍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광고가 나오면 울던 울음도 그친다. 이번 광고는 광고의 주목성과 이동전화 서비스의 영상서비스가 만난 경우다. 아기는 엄마도 아빠도 없이 아기 침대에 홀로 누워 있다. 아기 얼굴 위에선 모빌이 빙빙 돌아간다. 핸드폰도 하나 매달려 같이 돌아간다. 아빠와의 눈맞춤도 이제는 영상으로 하는 시대다. 기술이 깊어지면 진짜 사랑이 될까? 단순히 창의성 차원으로 이해하기에는 조금 끔찍한 상상이 머릿속을 맴돈다. 기술과 인간의 공존은 어디까지 가능한 것인가?
인간과 호흡하는 기술, 광고
공존과 상생, 그리고 지속가능이라는 덕목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었다. 인간과 자연, 기술과 전통, 그리고 인간과 인간 사이에도 말이다. 분배와 공동번영은 인류의 또 다른 숙제로 떠오르고 있는데, 포스코의 광고는 전라남도 장성의 무인가게를 시작으로 네팔을 넘어 탄자니아까지 가서 ‘아프리카 뻥튀기’ 편으로 대장정을 이어가고 있다. 공통적인 화두는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기, 그리고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이기”이다. 우리의 1960, 1970년대를 연상하는 “뻥이요~” 하는 외침이 이역만리 아프리카 초원을 정겹게 만든다(<그림 6>).
“인간과 호흡하는 기술”은 반도체를 번쩍 들어올리는 사이버 인간이 등장했던 삼성전자 광고의 카피다. 광고 역시 인간과 호흡하는 기술이 아닌가? 기술결정론자, 미디어결정론자들은 기술과 미디어의 발달을 통해 미래를 보다 희망적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러려면 새로운 아이디어로 만든끊임없는 자정 노력이 뒤따라야 하며 역기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 호흡은 들숨과 날숨이 균형 잡혀야 하며, 깨끗한 공기가 계속 공급될 때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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