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들은 도대체 어떻게 공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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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809회 작성일 15-06-07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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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꿈을 이루어가는 소녀들
** 공부를 잘해서 외국의 유명 대학에 입학하는 등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들이 있다. 물론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좋은 학교에 들어갔다고 해서 앞으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한때 치열하게 공부해서 원하는 곳에 이른 경험은 분명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그런 경험은 학생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고, 배운 지식은 잊게 되더라도 삶을 든든하게 떠받치는 버팀목이 된다. **
* 부당한 대우가 나를 치열하게 살게 했다
지난해 9월 예일 대학교에 입학한 박승아. 고등학교 시절 내내 전교 일등 자리를 놓치지 않았고, '국제 수능' 이라는 IB 과정에서 45점 만점을 받기도 한 그녀다. 마치 공부를 위해 태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고등학교 시절에 특별 활동과 봉사 활동에 무려 1000시간을 썼다. 그리고 열일곱 개나 되는 과외 활동을 했다.
박승아는 뉴질랜드에서 공부했다. 초등학교 2학년으로 올라가자마자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났던 것이다. 그때 현지 학교에 들어간 그녀가 아는 영어라고는 '하이(Hi)'가 다였다. '굿모닝(Goog morning)' 을 '굶었니?' 라고 알아들을 정도니 외국 생활은 쉽지 않을 듯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녀를 자극하는 어떤 일이 벌어졌다. 학교에서 같은 반 남자 아이가 그녀의 팔을 입으로 세게 물고 '너희 나라로 돌아가. 이 거지 같은 아시안!' 하고 말했던 것이다. 문제는 그 사건 자체가 아니었다. 그 일을 알고 난 뒤에 보인 담임 선생의 반응이었다. 담임 선생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그 일을 처리했던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한국에서 온 다른 여자 아이에게 어떤 금발머리 학생이 침을 뱉는 것을 목격했다. 그 아이의 담임 선생도 그 일을 크게 여기지 않았다. 동양에서 온 조그만 아이는 차별 대우를 받아도 별 일이 아니라는 태도였다.
하지만 박승아는 그런 대우를 받고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부터는 그 누구도 자신을 무시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려면 최고가 되어 인정을 받아야 했다. 그날 그녀는 집에 와서 부모에게 말했다. ' 엄마 아빠, 나 결심했어요. 크리스틴에서 일등 할 거야.' 초등학교 때는 특별히 공부에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박승아는 바뀌었다.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일등이 그녀의 목표로 또렷하게 새겨졌던 것이다.
시험이든 과제물이든 자신에게 주어진 것은 누구보다 잘하려고 노력했다. 숙제가 나오면 가장 먼저 학교 도서관으로 달려가 관련 도서를 빌렸고, 그것도 성에 차지 않으면 지역 도서관과 대학 도서관까지 이용했다. 그리고 도서관 사서로 일하면서 책을 많이 읽어 영어 실력도 빠르게 늘었다. 그러더니 중학교 4학년 졸업 시험에서 크리스틴 학교 전체 수석을 차지했다.
고등학교 때도 여전히 공부에 온 힘을 기울여 1, 2학년 내리 수석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문제는 3학년 때였다. 영국의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대학을 목표로 '국제 수능' 이라는 IB 과정을 밟다가 미국 예일 대학교에 가야겠다고 마음을 바꾸었는데, 그러자면 '새트' (SAT ; 수학능력적성검사)를 치러야 했다. 하지만 워낙 공부 욕심이 많은 박승아는 전체 수석도, IB 시험도 포기할 수 없었다.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고 마음먹었다. 그것도 그냥 공부만 한 것이 아니었다. 온갖 과외 활동도 함께 했다. 유네스코 클럽, 인터내셔널 위원회, 학교 신문, 필드하키 따위를 하면서 마치 원더우먼처럼 뛰어다녔다. 내야 할 논문과 리포트도 많았다.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조금이라도 마음을 놓으면 모든 것이 다 와르르 무너질 것만 같았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모든 것들을 그녀는 혼자 짊어지려고 온 힘을 다해 뛰었던 것이다.
그러자면 잠을 줄여야 했다. 침대가 옆에 있으면 잠이 유혹할 것 같아서 공부는 일부러 침대가 없는 방에 가서 했다. 세 가지 시험이 다 몰려 있는 12월이 되자, 하루에 한두 시간만 자면서 버텼다.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내다 보니 새치가 생겼고, 머리를 감을 때는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서 하수구를 세정제로 자주 뚫어 주어야 했다. 잠이 너무 모자라다 보니, 한두 시간을 자려고 침대에 누우면 행복감에 젖어들면서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그런 노력은 결실을 맺어 학교 전체 수석에 IB 시험 만점, 예일대 합격으로 이어졌다.
박승아는 시간에 쫓기기보다는 시간을 지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자투리 시간 활용은 그녀만의 특기였다. 아침밥을 먹을 때는 수학 공식을 정리한 노트나 단어장을 들여다보았고, 약속 장소에서 친구를 기다릴 때는 머릿속으로 그날 배운 것을 정리하거나 영어, 일본어 낱말을 외웠다. 그리고 공부할 내용이 적힌 메모지를 자동차 조수석 거울, 옷장 문, 방문, 거울, 계단 벽 같은, 눈이 가는 모든 곳에 붙여 두었다.
인터뷰를 하러 나온 날, 그녀는 긴 인조손톱을 붙이고 나왔다. 그녀는 원래 손톱이 매우 짧다. 그건 잠결에 물어뜯어서 그렇게 된 것이다. 박승아는 밤에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을 많이 꾸었다. 최고 자리를 놓치지 않으려는 강박관념이 그렇게 드러났던 것이다.
"너무 힘들 때는 펑펑 울기도 했어요. 하지만 10년 뒤 자랑스러운 내 모습을 그려 보면서 다시 힘을 내곤 했습니다. 지금 예일대에 다니고 있는데, 거기서도 저를 보고 독하다고 그래요. 아무래도 공부에서는 경쟁심이 많은 것 같아요. 대학에서도 해보고 싶은 게 무척 많아서, 벌써 클럽 스무 군데에 들었답니다."
* 외국어가 제일 쉬웠어요!
뉴질랜드로 이민간 임지현이 최근 한국으로 오면서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비행기를 탔는데, 주위에 각각 다른 나라 사람이 앉았던 것이다. 양 옆에는 각각 프랑스 사람, 일본 사람이, 앞뒤로는 미국 사람과 독일 사람이 앉아 있었다. 여러 나라 사람 옆에 앉아 있는 게 여느 사람에게는 특별히 기억해야 할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임지현은 달랐다. 왜냐하면 그 나라 말을 다 알아들었기 때문이다. 그때 프랑스 사람은 영어를 통 못해서 기내식에 대해 궁금해도 스튜어디스와 말이 통하지 않았는데, 임지현이 나서서 통역을 해주기도 했다.
그녀가 쓰는 언어는 여러 가지다. 한국어와 영어는 기본이다. 그 밖에 프랑스어,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라틴어까지 쓴다. 꿈도 갖가지 언어로 꾼다. 말하다 보면 다른 나라 말이 조금 섞이기도 한다. 엄마와 말다툼을 할 때는, 한국말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영어를 쓰게 된다. 즐거울 때는 스페인어를, 시끄럽게 하고 싶으면 중국어를, 차분할 때는 일본어를 쓴다. 겨우 열여섯 살에 이렇게 갖가지 언어를 쓰고 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은 마치 귀중한 보석을 하나씩 얻는 것 같다고 그녀는 말한다. 또 공부를 잘하려고 억지로 배우려고 했다면 결코 이렇게 여러 나라 말을 배우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임지현이 다른 나라 언어를 배웠던 것은 각각 계기가 있었다.
임지현은 네 살이 채 되기 전에 가족이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다. 집에서는 한국어를 쓰고 학교에 가면 영어를 배웠으니, 두 나라 말은 조금씩 익히게 되었다. 그러다 일곱 살 때, 아버지가 갖고 있던 일본어 책을 들여다보고는 일본어에 관심을 가졌다. 중학교 때는 스페인에서 이민 온 한 남학생을 짝사랑하면서 스페인어를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다. 중국인 친구를 사귀고 양로원에서 중국인 할머니를 돌보면서는 중국어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늘었다. 프랑스어는 프랑스 음식과 패션이 너무나 좋아서 익혔다. 특히 <레미제라블>을 원서로 읽고 싶은 욕망이 강했다. 러시아어 또한 러시아 원서로 된 책을 읽고 싶은 마음에서 공부하게 되었다. 라틴어는 영어를 더 잘 하고 싶어서 배웠다.
어느 정도 의사 소통을 할 수 있게 되면 그 나라 사람과 이메일을 주고받거나 채팅을 했다. 그리고 원어민 강사를 구해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갔다. 여러 나라 사람이 살고 있는 뉴질랜드 환경도 도움이 되었다. 새로운 말을 배우는 동안 임지현은, 발음이 원어민처럼 되지 않으면 백만 번이라도 고쳐 달라고 강사에게 부탁했다. 완벽한 발음을 내려고 길에서도, 차에서도, 학교 복도나 화장실에서도 내내 되풀이해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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