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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백나무의 '더디지만 강한' 기질로 승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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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1,418회 작성일 11-04-3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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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는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가게를 아시나요? 아신다면 가게 주인에게 혈액형을 한번 물어보세요. 십중팔구 A형일 것입니다. 오로지 성실함으로 이것저것 기웃대지 않고 똑 같은 시간에 문 열고 똑 같은 시간에 문을 닫으며 장사하시는 분들이죠. 이런 분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아이템이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인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것입니다.
 
또 손님에게 잘 웃고, 서비스도 잘 하는 주인을 보세요. 거의 B형이죠. 발 빠르게 간판을 바꿔 다는 가게의 주인을 아신다고요? 그럼 한번 물어보세요. 거의 O형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이렇듯 사람은 저마다 똑같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좋은 아이템도, 좋은 장소도 창업자의 성격이나 기질과 맞지 않으면 성공으로 이어질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가 시오노 나나미가 말한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의 기질에 가장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법”이라는 말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번 호의 한자는 측백나무를 뜻하는 ‘백(柏)’입니다. 측백은 한자로 기울 측(側)과 측백나무 백(柏)의 합성어라고 하지요. 여기서 ‘백(柏)’ 자를 잘 보세요. 나무(木) 옆에 흰 백(白)이 붙어 있습니다.
 
요컨대 다른 나무와 달리 측백나무만 동쪽이 아니라 해가 지는 서쪽으로 향하고 있어 오행에서 ‘서쪽을 가리키는 백(白)’ 자를 쓴 것이라고 합니다. 즉, 나무는 다들 동쪽을 향하고 있는데 오직 ‘백(柏)’만이 혼자 서쪽을 본다는 것입니다. 이걸 잘 기억하면 나침반이 없어도 산속에서 길 잃어버릴 일은 없을 줄 압니다. 
 
아무튼 측백나무는 충북 단양, 경북 안동과 같은 석회암지대에서 잘 자란다고 합니다. 또 일설에 따르면 ‘성인의 좋은 기운을 받는 나무’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서당이나 향교가 있던 자리나 그도 아니면 사당 혹은 무덤가 근처에 제법 많다고 합니다.
 
책 <나무사전>(글항아리)에서는 측백나무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적습니다.
 
"측백나무는 강인하지만 아주 더디게 자란다. 이 때문에 아주 키 큰 측백나무를 보기는 어렵다."
 
그러니까 장점은 강인한 것이고 단점은 아주 더딘 것이 문제인데요. 이조차도 기질이 그런 것이니까 함부로 인위적으로 우리가 어찌해 볼 도리가 없습니다. 측백나무는 무릇 자신의 기질에 가장 자연스럽게 성실한 것뿐입니다.
 
창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창업자의 성격과 기질에 맞는 아이템을 선정해야 됩니다. 그래야만 시장에 잘 적응하고 강인한 체질로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럴 경우 단점은 있습니다. 성장이 더디다는 점. 이 점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성장이 더딘 대신에 강한 체질로 만들 수 있으니까 어쩌면 이는 창업에 있어서 올바른 자세로 접근하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저는 가끔 엉뚱한 생각을 합니다.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방송 시나리오 작가에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백곡(柏谷) 김득신(1604~1684) 선생을 아시나요? 백곡 선생은 ‘조선시대 독서왕’으로 자주 인구에 회자되는 인물입니다. 
 
백곡 선생에 대해 정민 한양대 교수가 지은 책 <미쳐야 미친다>(푸른역사)에는 다음과 같이 인물평을 하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한 번 척 보고 다 아는 천재도 있고, 죽도록 애써도 도무지 진전이 없는 바보도 있다.
 
그렇습니다. 선생은 천재가 아니라 둔재에 가깝습니다. 오죽하면 저런 바보가 있느냐고 주변에서 수군댔지만 선생은 좋은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선생의 아버지는 전혀 화내지 않고 아들을 가르치고 또 가르쳤다고 합니다.
 
아들의 재능을 의심치 않고 믿어준 것이죠. 그런 끝에 나이 스물이 돼서야 비로소 글 한편을 지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뒤늦게 과거에 급제해 성균관에 들어갑니다. 밤에는 늘 책을 머리맡에 두고 잤습니다. 사마천의 <사기> 의 경우는 1억1만3000번을 읽었다고 하지요.
 
1억은 오늘날로 셈하자면, 10만이란 숫자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니 엄청난 독서량이지요. 그런데도 백곡 선생은 독후감을 잘 기억해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선생의 일화는 개그의 소재로 대부분 웃깁니다. 책 <미쳐야 산다>에 나온 것 하나를 소개합니다.

한번은 한식날 말을 타고 들 밖으로 나갔다가 도중에 5언시 한구절을 얻었다. 그 구절은 ‘마상봉한식(馬上逢寒食)’ 이었다. 마땅한 대구(對句)를 찾지 못해 끙끙대자, 말고삐를 잡고 가던 하인 녀석이 연유를 물었다. 마땅한 대구를 못 찾아 그런다고 하니, 녀석이 대뜸 ‘도중속모춘(途中屬暮春)’ 을 외치는 것이 아닌가? “말 위에서 한식을 만나니, 도중에 늦은 봄을 맞이하였네”로 그럴싸한 대구가 되었다.
 
깜짝 놀란 김득신은 즉시 말에서 내리더니, “네 재주가 나보다 나으니, 이제부터는 내가 네 말구종을 들겠다” 하고는 하인 녀석더러 말을 타게 했다. 하인은 씩 웃으며, 사실은 이 구절이 자기가 지은 것이 아니라, 나으리가 날마다 외우던 당시(唐詩)가 아니냐고 했다. ‘아 참 그렇지!’ 하며 김득신은 머리를 쥐어박았다는 것이다.


끙끙 앓던 문제를 일시에 해결한 하인 녀석더러 자신의 말을 타게 했다는 것도 놀랍거니와 얼마나 주인이 책을 많이 외웠으면 하인이 당시의 구절을 세세히 기억할까, 이 점을 생각하니 기막힙니다. 그러니 그 아둔함이 얼마인지? 추측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잡으면 되풀이해서 읽고 또 읽는 자세와 골수에 박힐 정도로 노력하는 백곡 선생의 자세는 우리가 참으로 존경하고 배워야 할 점입니다.
 
"함부로 몸을 굴리고, 여기저기 기웃대다가 청춘을 탕진한다. 무엇이 좀 잘된다 싶으면 너나없이 물밀 듯 우루루 몰려갔다가, 아닌 듯 싶으면 썰물 지듯 빠져나간다.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싫은 소리는 죽어도 듣기 싫어하고 칭찬만 원한다. 그 뜻은 물러터져 중심을 잡지 못하고, 지킴은 확고하지 못해 우왕좌왕한다. 작은 것을 모아 큰 것을 이루려 하지 않고 일확천금을 꿈꾼다. 여기에서 무슨 성취를 기약하겠는가?" (같은 책)
 
마치 창업자에게 경고하는 조언처럼 들리지 않으셨나요? 차라리 늦더라도 창업은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개점 이후에도 작은 것을 모아 큰 것을 이루려는 목표를 가지고 경영에 오로지 매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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