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크다고 소송 이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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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방아풀 댓글 0건 조회 1,833회 작성일 12-05-0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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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창의 법창일화
징벌적 보상 요구에서 보는 허장성세
3명의 동업자가 있었습니다. 잘 알려진 도넛 가게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를 같이 하는 것인데, 각각 1/3지분을 가지고 다같이 매일매일의 경영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중 한 친구가 일을 게을리 할 뿐더러 혼자 가게에 있게 되면 돈을 그냥 가져가는 것이었습니다. 사업에 필요한 경비가 있는데 제때 제 몫을 내지도 않았습니다. 참다못한 2명의 동업자가 연합하여 이 친구를 가게에서 쫓아내었습니다. 쫓겨난 이 친구는 바로 소송으로 대응하였습니다. 저는 연합한 2명의 동업자를 변호하게 되었는데, 상대방 변호사가 경험이 조금 짧았습니다. 그는 고소장에 정상적인 피해 보상뿐만 아니라, 징벌적 보상으로 100만달러를 청구했습니다.
징벌적 보상(punitive damages)이란 피해를 준 피고의 행위가 상식과 도를 넘어서는, 너무나 가증스런, 강압, 사기, 악의적인 행위이므로 다시는 이런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벌을 주어서 타인의 귀감을 삼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민사상의 문제이므로 그러한 행위자를 감옥에 보낼 수는 없고 대신 형사상의 벌금처럼 돈으로 벌을 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피해를 당한 원고의 실제 피해액수가 기준이 아니고 피고의 재산 규모에 의해 결정이 되는데, 예컨데 큰 기업의 경우 하루 매출액이나 하루의 이익금 액수, 개인의 경우 개인 재산의 일부에 해당하는 금액만큼이 징벌적 보상액이 됩니다. 그런데 위 케이스에서는 과연 그렇게 100만달러나 청구할 근거가 있었을까요?
없었습니다. 쫓겨난 동업자의 주장이란 것이 계약 위반이나 회사법 위반에 기초한 것인데, 계약 위반 사건에는 징벌적 보상을 인정해 주지 않습니다. (캘리포니아 민법전 3294조) 계약 위반 사건의 경우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었을 상황에서 얻게 될 계약상의 혜택을 계약 위반을 당한 측에 보전해 주면 되는 것입니다. 더구나 고소장에는 징벌적 금액 액수를 적지 못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민법전 3295(e)조) 고소장에 천문학적인 징벌적 보상액수를 적을 경우 피고에게 근거 없이 정신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고 어떻게 보면 협박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100만달러라는 징벌적 보상 액수를 명시한 것은 상대방 변호사가 몰라서 그랬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제 의뢰인을 겁나게 만들려는 목적으로 그런 것이었습니다.
이 쫓겨난 동업자는 소송 시작과 동시에 쫓아낸 두 사람의 사장, 최고 재무 책임자로서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신청도 내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의 소유 지분이 2/3가 되고, 비즈니스 자금의 횡령도 인정되어, 그 신청은 보기 좋게 기각되었습니다. 법원의 일차적 판단은 징벌적 보상은커녕 쫓아낸 주주 두 사람은 다수 주주로서 잘못한 것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근거도 없이 징벌적 보상만 대뜸 천문학적 숫자로 요구하는 것이 사건 당사자나 변호사의 대표적인 허장성세입니다.
변호사에 대한 협박에서 보는 허장성세
또 하나의 허장성세는 변호사에 대한 협박으로 나타납니다. 변호사도 사람인지라, 변호사를 겁을 주어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사건을 끝내게 하겠다는 얄팍한 계산에서 비롯됩니다.
제 의뢰인이 원단 수입을 합니다. 중국의 수출자가 해상 운임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원단을 들여옵니다. 그런데 이 수출자가 해상운임을 제때 제불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그 운임을 못 받은 선박회사가 물건을 억류하고 있는 것까지도 좋았는데, 제 의뢰인의 거래선에 전화를 해서 마치 제 의뢰인이 운임을 지불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도 지불을 안 한 것처럼 떠들었습니다. 결국 납기에 맞추어야 하는 제 의뢰인은 운임을 대신 지불하고 물건을 찾아 왔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원인이 되어 다시는 이 거래선으로부터 구매가 없었습니다. 제때 운임도 지불하지 않는 나쁜 기업이라는 인식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화가 난 이 의뢰인은 선박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게 되었습니다. 상대 선박회사는 고소장의 내용을 다 사실로 인정하여도 고소가 성립이 안 된다며 고소장 변경이나 기각을 요구하는 신청을 해 왔습니다. (그 근거는 워낙 법적으로 기술적인 사항이라 여기서 언급은 않겠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제게 개인적으로 들어 온 협박은, 만약 그 변경이나 기각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제 의뢰인뿐만 아니라 저도 민사상 무고(malicious prosecution)로 걸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사건을 대리한 변호사가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오히려 잘못은 그네들이 저질러 놓고 더 큰 소리를 치는 것입니다. 물론 전혀 아무런 근거 없이, 순전히 상대를 골탕 먹이기 위한 무고한 소송에 대해서는 변호사도 책임지는 경우도 있을 수는 있습니다.
어쨌든 그러한 신청에 대한 청문회가 있었고, 그 신청은 보기 좋게 기각되었습니다. 판사는 그의 판정문에서 물건을 볼모로 자신의 채무가 아닌 제3자의 채무 변제를 강요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는 취지의 꾸짖는 논조로 그 신청을 기각시켰습니다. 머쓱한 표정으로 상대방 변호사는 법정을 빠져 나가더군요. 결국 기세등등하게 무고를 주장하던 선박회사는 잘못을 인정하고 제 의뢰인에게 금전으로 손해 배상을 해주는 선에서 합의를 보았습니다.
어쨌든 그러한 신청에 대한 청문회가 있었고, 그 신청은 보기 좋게 기각되었습니다. 판사는 그의 판정문에서 물건을 볼모로 자신의 채무가 아닌 제3자의 채무 변제를 강요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는 취지의 꾸짖는 논조로 그 신청을 기각시켰습니다. 머쓱한 표정으로 상대방 변호사는 법정을 빠져 나가더군요. 결국 기세등등하게 무고를 주장하던 선박회사는 잘못을 인정하고 제 의뢰인에게 금전으로 손해 배상을 해주는 선에서 합의를 보았습니다.
일반 사회에서도 허장성세가 많지만 소송에서는 더욱 허장성세가 많습니다. 싸우는 것이니만큼 서로 큰 소리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상식과 도를 벗어난 허장성세는 실소만을 자아냅니다. 사실도 법리도 아무것도 받쳐 주지 않는다는 것을 다들 아는데 혼자만이 목소리가 크다고 해서 사건을 이기는 것이 아닙니다. 사건 수임할 때 엄청나게 좋은 결과를 보장하는 변호사들을 가끔 봅니다. 십중팔구는 오로지 사건 수임만을 위한 것입니다. 소송의 결과는 그렇게 쉽게 예견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큰소리치는 이런 변호사들은 조심하시고 ‘세다’ ‘강력하다’ 하는 이런 변호사들도 믿지 마시기 바랍니다. 육체적 운동을 많이 해서 힘이 센지는 모르겠지만 소송은 세게 나간다고, 강하게 나간다고해서 이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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