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호들의 '쇼핑 마을'까지 따로 있는 러시아 - 억만장자만 11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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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ewha 댓글 0건 조회 3,308회 작성일 11-05-16 22:47본문
모스크바 외곽에 위치한 크로쿠스 시티몰을 방문했을 때 ‘2007 백만장자 박람회Millionaire Fair’가 열리고 있었다. 2006년 10월 행사 당시 스위스의 한 회사가 출품한 130만 달러짜리 휴대폰 ‘르 밀리온’이 한 갑부에게 판매돼 해외 토픽에 오르내린 바로 그 박람회다. 이날 박람회장을 돌아보는 사이, 한쪽에 전시된 퀸 사이즈 침대 하나가 팔렸다는 소식이 장내 마이크를 통해 전해졌다. 호기심에 구매자가 누구인지 문의했으나, 박람회 조직위원회 측에서는 “모른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나중에 침대 판매자에게 문의했지만 구매자는 알 수 없었고, 다만 팔린 침대 가격이 10만 달러(약 1억 원)라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었다. 나흘간의 박람회 기간, 26일 판매된 것과 같은 종류의 침대가 11개 팔렸다고 했다. 매년 9월에서 11월 사이 나흘 동안 열리는 이 박람회의 방문자는 약 4만여 명. 하루 평균 1만 여 명의 백만장자가 다녀가는 셈이다. 4일 동안 거래된 금액은 약 250억 루블(약 1조 원). 이브닝드레스 차림의 20대 여성은 기자에게 “이제는 백만장자 박람회에 오는 사람이 너무 많아 식상하다. 앞으로는 억만장자 박람회Billionaire Fair로 바꾸고, 전시·판매하는 물품도 교체해야 이 같은 행사에 발걸음하는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말하고는 페라리 차량에 올라 박람회장을 떠났다.
실존하는 러시아 부자들이 살아가는 오늘의 모습이다. 러시아는 한국의 174배나 되는 1707만5400Km2의 영토를 가진 ‘땅부자’다. 1990년대 이전까지 그 흔한 백만장자 한 명 없던 러시아가 요즘은 진짜 부자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미국의 경영 전문지 <포브스>가 재산 10억 달러(약 1조 원)가 넘는 전 세계 억만장자를 조사한 결과, 올해 1125명의 억만장자 가운데 미국이 469명으로 가장 많았고 러시아가 110명으로 2위를 차지했다. 억만장자가 거주하는 도시만 놓고 본다면 모스크바(74명)가 미국 뉴욕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들 110명의 재산 총액은 5325억 달러. 러시아 전체 국내총생산GDP 1조3700억 달러의 39%를 차지한다. 1년 전 조사 당시의 3380억 달러보다 58% 증가했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러시아의 백만장자(재산 10억 원)는 11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사람들을 통칭해서 부르는 말이 바로 ‘노브이 루스키(Novyi Russkiy : 새로운 러시아인)’다. 이들 때문에 2000년 이전에 출간된 러시아어 사전에는 없는 신조어도 만들어졌다. 바로 투소프카(Tusovka : 함께 모이는 사람들)다. 노브이 루스키만 모이는 커뮤니티의 다른 이름이다. 노브이 루스키가 증가함에 따라 자연 럭셔리 시장의 규모도 성장 일로에 있다. 2008년 초 현재, 러시아 수입차 판매의 연평균 성장률은 64%를 기록했다. 페라리, 벤틀리, 람보르기니, 포르쉐, BMW, 렉서스, 인피니티 같은 최고급 자동차의 판매 성장률은 250%에 이른다.
노브이 루스키만 드나들 수 있는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은 대단한 호황을 맞고 있다. 일반인의 출입은 입구에서 차단되고, 대부분 회원제로 운영된다. 모스크바 크렘린 옆에 위치한 리츠 칼튼 호텔 모스크바점, 이곳의 싱글룸 하루 숙박비는 1000달러다. ‘에누리’는 물론 없다. 캐비아(철갑상어 알)와 오믈렛, 샴페인을 곁들인 이른바 ‘차르(황제)의 식사’ 한 끼 요금이 750달러다. 그런데도 이 호텔에서 빈방을 찾기란 쉽지 않다.
호텔 바로 옆에 위치한 한 이탤리언 레스토랑. 이곳에서는 식사 후 손님이 계산서를 보지 않는 게 불문율처럼 돼 있다. 종업원 알렉산드르는 “두 사람이 이탈리아 와인을 포함한 점심 식사를 했을 경우 최소 식대가 800달러 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귀띔한다.
국제적 금융 회사 메릴린치는 1월 초 “러시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럭셔리 마켓”이라고 규정했다. 2000년 이후 7년 만에 360여 개의 이탈리아·프랑스 부티크가 모스크바에 터를 잡았기 때문이다.
소련의 붕괴, 자본 증식의 지렛대가 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러시아 럭셔리 산업의 정확한 규모를 추산하 것은 불가능하다. 이유가 있다. 자동차는 판매량으로, 명품관은 숫자로 집계할 수 있지만, 노브이 루스키들 스스로가 정확한 재산 규모와 사치품의 구입 여부 및 경로 등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론해볼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쉽게 생각하면 백만장자 박람회에서 거래되는 품목을 보면 된다. 240억 원짜리 파나마 섬, 20억 원짜리 헬리콥터, 4200만 원짜리 향수 등이 대표적이다. 또 162m 길이의 세계 최고 요트 ‘이클립스’, 하늘의 궁전이라 불리는 에어버스사의 초대형 점보기 A-380 등도 노브이 루스키들의 구매 리스트에 올라 있다.
일반적으로 노브이 루스키들의 월평균 수입은 1만 달러 이상으로 기준이 잡혀 있다. 러시아인 1인의 평균 월급이 2008년 5월 현재 1만5059루블(약 632달러)임을 감안할 때 16배 정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이는 숫자상의 차이일 뿐, 실제 삶의 격차는 100배 이상이라는 견해가 많다.
지금의 러시아 부자들은 1991년 소련 붕괴 후 민영화 과정에서 헐값에 나온 국영 원자재 기업을 사들인 사람들이다. 러시아 억만 장자 110명의 재산을 합친 5325억 달러 가운데 철강과 석유·알루미늄·광물 분야 재산만 2605억 달러(49%)나 된다. 이들이 보유한 원자재가 국제 시장에서 상한가를 치면서 자연스레 재산이 증가한 것이다. 특히 40대 초반 ‘러시아 억만장자 삼총사’는 전형적인 경우에 속한다.
1위의 억만장자 올레그 데리파스카(40세)는 알루미늄 기업 ‘루살’의 대주주. 재산 총액이 286억 달러(약 28조 원)다. 세계 순위 412위인 한국의 최고 갑부 정몽준 의원의 재산이 28억 달러임을 고려하면 10배가 넘는 액수다. 1993년 모스크바 국립대 물리학부를 졸업하고 러시아 시베리아 남부 하카시아 공화국의 한 제련소 공장장을 맡으면서 알루미늄 중개상을 시작, 4년 만에 시비르스크 알루미늄(루살의 모태가 된 회사)을 손에 넣고 사장이 됐다. 2위(245억 달러)인 알렉세이 모르다소프(42세) ‘세베르스탈’ 회장과 3위(243억 달러) 로만 아브라모비치(41세)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 구단주도 비슷하다. 두 사람은 각각 철강과 석유 중개상으로 일하다가, 소련 붕괴 후 러시아 정부가 싼값에 내놓은 철강·석유 회사의 지분을 사들여 부를 축적했다.
이들이 탄탄한 부를 축적하면서 최근 러시아 럭셔리 시장에는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 바로 2세를 위한 럭셔리 산업이 태동하기 시작한 것. 부호들이 자녀를 위해 프랑스 파리나 이탈리아 밀라노 같은 해외로 명품 여행을 보내거나 주택 내에 아이스링크나 골프장을 설치하는 것은 어느새 흔하디 흔한 현실이 되었다. 동토(凍土)의 땅에 머물렀던 러시아의 럭셔리 산업이 이렇듯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
실존하는 러시아 부자들이 살아가는 오늘의 모습이다. 러시아는 한국의 174배나 되는 1707만5400Km2의 영토를 가진 ‘땅부자’다. 1990년대 이전까지 그 흔한 백만장자 한 명 없던 러시아가 요즘은 진짜 부자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미국의 경영 전문지 <포브스>가 재산 10억 달러(약 1조 원)가 넘는 전 세계 억만장자를 조사한 결과, 올해 1125명의 억만장자 가운데 미국이 469명으로 가장 많았고 러시아가 110명으로 2위를 차지했다. 억만장자가 거주하는 도시만 놓고 본다면 모스크바(74명)가 미국 뉴욕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들 110명의 재산 총액은 5325억 달러. 러시아 전체 국내총생산GDP 1조3700억 달러의 39%를 차지한다. 1년 전 조사 당시의 3380억 달러보다 58% 증가했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러시아의 백만장자(재산 10억 원)는 11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사람들을 통칭해서 부르는 말이 바로 ‘노브이 루스키(Novyi Russkiy : 새로운 러시아인)’다. 이들 때문에 2000년 이전에 출간된 러시아어 사전에는 없는 신조어도 만들어졌다. 바로 투소프카(Tusovka : 함께 모이는 사람들)다. 노브이 루스키만 모이는 커뮤니티의 다른 이름이다. 노브이 루스키가 증가함에 따라 자연 럭셔리 시장의 규모도 성장 일로에 있다. 2008년 초 현재, 러시아 수입차 판매의 연평균 성장률은 64%를 기록했다. 페라리, 벤틀리, 람보르기니, 포르쉐, BMW, 렉서스, 인피니티 같은 최고급 자동차의 판매 성장률은 250%에 이른다.
노브이 루스키만 드나들 수 있는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은 대단한 호황을 맞고 있다. 일반인의 출입은 입구에서 차단되고, 대부분 회원제로 운영된다. 모스크바 크렘린 옆에 위치한 리츠 칼튼 호텔 모스크바점, 이곳의 싱글룸 하루 숙박비는 1000달러다. ‘에누리’는 물론 없다. 캐비아(철갑상어 알)와 오믈렛, 샴페인을 곁들인 이른바 ‘차르(황제)의 식사’ 한 끼 요금이 750달러다. 그런데도 이 호텔에서 빈방을 찾기란 쉽지 않다.
호텔 바로 옆에 위치한 한 이탤리언 레스토랑. 이곳에서는 식사 후 손님이 계산서를 보지 않는 게 불문율처럼 돼 있다. 종업원 알렉산드르는 “두 사람이 이탈리아 와인을 포함한 점심 식사를 했을 경우 최소 식대가 800달러 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귀띔한다.
국제적 금융 회사 메릴린치는 1월 초 “러시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럭셔리 마켓”이라고 규정했다. 2000년 이후 7년 만에 360여 개의 이탈리아·프랑스 부티크가 모스크바에 터를 잡았기 때문이다.
소련의 붕괴, 자본 증식의 지렛대가 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러시아 럭셔리 산업의 정확한 규모를 추산하 것은 불가능하다. 이유가 있다. 자동차는 판매량으로, 명품관은 숫자로 집계할 수 있지만, 노브이 루스키들 스스로가 정확한 재산 규모와 사치품의 구입 여부 및 경로 등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론해볼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쉽게 생각하면 백만장자 박람회에서 거래되는 품목을 보면 된다. 240억 원짜리 파나마 섬, 20억 원짜리 헬리콥터, 4200만 원짜리 향수 등이 대표적이다. 또 162m 길이의 세계 최고 요트 ‘이클립스’, 하늘의 궁전이라 불리는 에어버스사의 초대형 점보기 A-380 등도 노브이 루스키들의 구매 리스트에 올라 있다.
일반적으로 노브이 루스키들의 월평균 수입은 1만 달러 이상으로 기준이 잡혀 있다. 러시아인 1인의 평균 월급이 2008년 5월 현재 1만5059루블(약 632달러)임을 감안할 때 16배 정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이는 숫자상의 차이일 뿐, 실제 삶의 격차는 100배 이상이라는 견해가 많다.
지금의 러시아 부자들은 1991년 소련 붕괴 후 민영화 과정에서 헐값에 나온 국영 원자재 기업을 사들인 사람들이다. 러시아 억만 장자 110명의 재산을 합친 5325억 달러 가운데 철강과 석유·알루미늄·광물 분야 재산만 2605억 달러(49%)나 된다. 이들이 보유한 원자재가 국제 시장에서 상한가를 치면서 자연스레 재산이 증가한 것이다. 특히 40대 초반 ‘러시아 억만장자 삼총사’는 전형적인 경우에 속한다.
1위의 억만장자 올레그 데리파스카(40세)는 알루미늄 기업 ‘루살’의 대주주. 재산 총액이 286억 달러(약 28조 원)다. 세계 순위 412위인 한국의 최고 갑부 정몽준 의원의 재산이 28억 달러임을 고려하면 10배가 넘는 액수다. 1993년 모스크바 국립대 물리학부를 졸업하고 러시아 시베리아 남부 하카시아 공화국의 한 제련소 공장장을 맡으면서 알루미늄 중개상을 시작, 4년 만에 시비르스크 알루미늄(루살의 모태가 된 회사)을 손에 넣고 사장이 됐다. 2위(245억 달러)인 알렉세이 모르다소프(42세) ‘세베르스탈’ 회장과 3위(243억 달러) 로만 아브라모비치(41세)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 구단주도 비슷하다. 두 사람은 각각 철강과 석유 중개상으로 일하다가, 소련 붕괴 후 러시아 정부가 싼값에 내놓은 철강·석유 회사의 지분을 사들여 부를 축적했다.
이들이 탄탄한 부를 축적하면서 최근 러시아 럭셔리 시장에는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 바로 2세를 위한 럭셔리 산업이 태동하기 시작한 것. 부호들이 자녀를 위해 프랑스 파리나 이탈리아 밀라노 같은 해외로 명품 여행을 보내거나 주택 내에 아이스링크나 골프장을 설치하는 것은 어느새 흔하디 흔한 현실이 되었다. 동토(凍土)의 땅에 머물렀던 러시아의 럭셔리 산업이 이렇듯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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