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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쇼핑하는가...'쇼핑학'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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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1,844회 작성일 10-12-1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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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물질적 풍요와 정보가 넘치는 시대이다. 넘치는 정보는 때로 혼란과 충동 구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왜 쇼핑하는가’란 부제가 붙은 ‘쇼핑학(buylogy: 삶에서 우리의 구매 결정을 충동질하는 무의식적 상념과 감정, 욕망에 대한 학문)’의 저자인 마틴 린스트롬은 산소(酸素)를 포함한 혈액의 뇌 속 흐름을 추적하는 기능성 자기공명장치(fMRI: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와 SST 기기로 소비 행위시 활성화되는 뇌 부위에 대한 정보를 촬영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뉴로마케팅이 새로운 형태의 전체주의 체제로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커머셜 앨러트(commercial alert) 같은 단체에 대해 뉴로 마케팅 기법이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유익할 것이라 말한다. 소비자는 광고 업자의 수법에 잘 대처할 수 있고 기업은 쓸모 있고 의미 있는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로 하여금 뉴로 마케팅을 후원할 기업을 물색하고 실험 참가자들을 찾고 상당한 사재까지 털어 넣게 한 요인은 소비자들의 구매를 결장짓는 진정한 동기가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순수한 학문적 욕망이다. 뉴로 마케팅의 기원은 안토니오 다마시오로 저자의 작업은 거의 전적으로 그가 내세운 체감 표지 가설에 힘입은 것이다.(체감 표지는 특정 경험이나 정서를 특정 반응과 연결시키는 인지적 단축회로를 말한다.) 사실 뉴로 마케팅과 마케팅의 관계는 행동 경제학과 경제학의 관계와 같다. 행동 경제학과 뉴로 마케팅은 인간을 이성적 동기보다는 비이성적이고 무의식적인 동기에 의해 더 많이 좌우되는 존재로 보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책에는 첨단 뇌 스캔 기술을 활용한 흥미로운 실험들이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다.

그 실험들 중 놀랄만한 것은 담뱃갑의 흡연 경고 문구가 흡연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작용하기는커녕 흡연 욕구를 자극했다는 점이다. PPL 광고 역시 효과적이지 못하다. 또한 청각과 후각이 시각보다 훨씬 더 강력한 요인이 될 수 있다. 도파민과 함께 작용하는 거울 뉴런은 비이성적이고 충동적인 소비를 하게 하는 주된 동인(動因)이다. 거울 뉴런은 어떤 행위가 일어나고 그 행위를 관찰할 때 흥분하는 뉴런으로 인간으로 하여금 타인을 모방하게 하고 감정이입하게 하고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는 뇌의 한 부분이다.(본문에 소개된 거울 뉴런의 부정적 결과는 체중이 30kg에 불과한 한 모델을 등장시켜 찍은 거식증 반대 켐페인 광고가 오히려 수많은 모방자들을 낳은 사례이다.) 모든 신제품들 중 80%는 시장 조사를 거쳤음에도 출시 3개월 이내에 실패를 겪는다. 그것은 광고업자의 고질적 독창성 부족에 기인한다.

‘쇼핑학’은 전체적으로 흥미로운 책이다. 특히 종교와 상품의 유사성에 대해 고찰한 6장 ‘작은 기도 읊조리니’가 그렇다. PPL 기법과 함께 기업의 주요 광고 기술인 잠재의식적 광고는 교묘하고 긍정적이지만 간교하기도 한 기법이다. 잠재 의식적 광고를 통해 우리는 인간이 잠재 의식의 지배를 받는 존재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담배 실험에서 피실험자들이 의도가 명백한 이미지를 보았을 때보다 잠재의식적 이미지를 보았을 때 보상 및 갈망 중추에서 더 활발한 활동을 보였다는 사실도 놀랍다. 그것은 사람들이 잠재의식적 이미지에 대해서는 경계하지 않기 때문이다.

잠재의식적 광고는 가장 강력한 존재인 것이다. 첨단 과학의 시대에 사람들이 비이성적이고 미신적인 행위를 하는 것은 인간의 근원적 비이성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급변하는 위험 사회 때문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미신적 의식(儀式)을 통해 위안과 함께 환상을 얻는다. 현대 사회에서 쇼핑은 제의적(祭儀的)이다. 실제로 저자는 동아리 의식, 상징, 신비, 종교 의식 등 세계 주요 종교들의 특성이 지명도 높은 브랜드와 상품, 그리고 메이저 기업들에서도 나타난다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우리는 체감 표지(somatic marker)라는 무의식적 표지(인지적 단축 회로)에 의거해 특정 경험이나 반응을 특정 반응과 결부시켜 무의식적 차원에서 순식간에 물건 구입 여부를 결정한다. 이는 서로 크게 관련 없는 것들을 교묘한 방법으로 연결짓는 광고 기법 때문이다. 삶이란 예측 불가능하고 혼란스러운 무대(舞臺)가 아닌지? 저자는 뉴로 마케팅이 더욱 유명해질 것이고 더욱 확산될 것이라 말한다. 저자도 지적했듯 현대인이 광고 공세를 피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기에 광고의 실체를 더 잘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잠재 의식의 노예가 되지 않아야 얻을 수 있는 열매 같은 것이다. 저자는 그렇기에 우리 모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이는 그리 구체적인 결론은 아니다. 뉴로 마케팅에 대한 공부에 근거해 불교식의 마음 챙김으로 충동을 사라지게 하거나 감정을 승화해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빈부격차와 관련한 질문이지만 소비 수준에 따라 충동과 비이성성은 얼마나 다르게 나타나는지, 하는 것은 사회학의 영역이기에 취급되지 않은 것일까? 그런 점이 아쉽다. 오랜만에 흥미롭고 의외의 결과로 가득한 책을 읽게 해준 저자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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