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래밀리(framily)… 친구와 가족 사이
페이지 정보
작성자 smile 댓글 0건 조회 1,556회 작성일 15-02-08 07:32
본문
외로움을 덜어주는… 하지만 가족처럼 끈끈하지는 않은…
어렸을 적 작은 아파트에서 옹기종기 살던 우리 식구는 방도 많고 화단도 있던 큰 집을 샀습니다. 그런데 이사를 하고 보니 우리 가족 말고도 함께 사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세를 줘 모자란 집값을 치렀던 것이지요. 그 시절 타인과의 불편한 동거를 경험해 본 세대들은 그러한 불편함이 싫었기에 '우리 가족'만의 집 한 칸 갖는 소망을 위해 그렇게도 열심히들 일했습니다.
그렇게 중요했던 가족의 의미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2010년 이후 3년여간 만들어진 3억5000만건이 넘는 소셜 빅 데이터 속 '가족'에 대한 언급은 12.5%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농업 사회의 끈끈함이 점차로 사라진 후 이제 핵가족을 넘어 개인으로 분화된 사회가 도래한 것이죠.
이런 분화와는 반대로 요즘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집을 나눠 사는 유행이 '셰어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프라이버시를 그렇게 중요시하는 개인주의 세대가, 그토록 싫어하는 타인과의 부대낌을 스스로 선택하는 아이러니는 무엇 때문일까요?
데이터 속 '내 방'과 관련한 대상별 감성을 보면, 엄마는 '잔소리하고' '구박하는' 사람, 언니는 물건을 '빼앗아가는' 사람, 오빠는 '괴롭히는' 사람, 동생은 벌컥 '문을 여는' 사람,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빠는 '쳐들어오는' 사람으로 인식됩니다.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본다면 가족들은 한결같이 나만의 공간을 침해하는 사람들로 긍정적인 감성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죠.
이에 반해 오직 친구만이 '놀러 오는' 사람으로 긍정적으로 느껴집니다. 이런 친구와 함께 가족을 형성할 수 있다면 가족과 친구의 장점을 함께 모은 이상향이 되지 않을까요? 다시 말해 외로움을 없앨 수도 있고, 사생활을 보호할 수도 있는 최적의 환경이 셰어하우스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영어에 이런 삶을 가리키는 데 딱 맞는 신조어가 있습니다. 친구와 가족의 합성어인 '프래밀리'(framily)라는 말입니다. 친구를 집 안으로 들여 가상 가족을 만드는 것입니다.
지켜야 할 규칙이 있고, 적당히 가까우며, 적당히 거리가 있는, 그리고 언제든 탈출할 수 있는 퇴로를 열어둔 관계는 가족이 갖는 지독한 끈끈함에 지친 이들에게 숨 쉴 수 있는 여유를 허락합니다.
이러한 성긴 관계 속에 담긴 필연적 한시성은 열린 결말이 가져다주는 긴장감을 만들어줍니다.
현실이라 불리는 제도와 환경이, 그리고 우리 욕망이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인 전통적 가족마저 바꿔 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한집에 모여 살지만, 언제든지 해체하고 다시 조립할 수 있는, '가족인 듯, 가족 아닌, 가족 같은' 가족을 꿈꾸고 있는 듯합니다.
[출처] 조선닷컴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