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으로 만나는 미술 작품,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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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타라곤 댓글 0건 조회 2,662회 작성일 12-06-0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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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림미술관이 완전히 떴다, 경복궁 서쪽에 있는 이 미술관은 대기업 관련 미술관으로는 다소 늦은 1996년에 문을 열었는데, 작년 7월부터 급격히 부각되기 시작, 지금은 가장 많은 관객이 몰리는 전시장 반열에 올랐다. 대림미술관의 규모는 조금 크다 싶은 3층 짜리 가정집 정도 규모다. 1967년에 건축된 건물을 대림미술관이 매입, 프랑스 건축가 뱅상 코르뉴가 개조한 건물이다. 아담하다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비좁은 면도 있다. 관객들은 건물의 히스토리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그러나 2010년 우리에게도 친숙한 디자이너 폴 스미스 전시 때 관객 4만명이 다녀간 것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끌기 시작하더니 작년 10월부터 올 3월까지 열린 ‘칼 라거펠트전’에는 무려 12만명이라는 구름 관객이 통의동 골목에 줄을 섰다.
대림미술관이 이렇게 뜬 것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디자인 전문 미술관’을 표방, 기존의 미술관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사진, 디자인, 컬렉션, 패션 등 이른바 ‘디자인 인류’가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를 설정했고 꾸준히 그 개념에 집중한 결과가 최근 2년 사이에 폭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디자인 인류’란 제품 구입에 있어서 디자인 펑셔니즘(Design Functionism; 크리에이티브한 기능과 디자인이 결합된 개념)을 결정의 이유로 삼는 사람들을 말한다. 80년생 이후 인류에게 비교적 집중되어 있지만 청담동, 신사동 등 강남이나 홍대앞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디자인 인류’의 주류를 구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림미술관이 뜬 두번 째 이유는 ‘도슨트와 IT의 결합’에서 찾을 수 있다. 도슨트란 작품 해설가를 말한다. 도슨트는 아날로그적 형태를 갖고 있다. 일정한 시간이 되면 원하는 관객들을 이끌고 작품을 순례하며 작품의 특징, 배경 등을 설명해 줌으로써 관객들이 작품을 제대로 알고 돌아가도록 도와준다. 비슷한 개념으로 오디오 가이드도 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면 작품 앞에 있는 소형 스텐드 모니터나 헤드폰을 통해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대림미술관은 도슨트는 도슨트대로 운영하면서 오디오 가이드를 애플리케이션으로 개발했다. 스마트폰으로 대림미술관 앱을 다운받아 실행하면 현재 진행 중인 전시의 개요부터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까지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의 목소리로 직접 들을 수 있다. 앱을 실행해서 이어폰을 끼고 동선대로 움직이면 도슨트의 설명이나 도록을 읽으며 비교하지 않더라고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림 읽어주는 미술관
대림미술관에서는 현재 ‘핀율 탄생 100주년전–북유럽 가구 이야기’가 열리고 있는데, 앱을 실행하면 이 전시를 기획한 권정민 큐레이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세계 가구의 아버지라고 존경받는 핀율의 이야기, 그가 우리의 일상에 어떤 기쁨을 주었는지, 그가 만든 의자가 왜 사람이 앉으면 편안한 가구가 되고, 사람이 빠지고 나면 걸출한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는 지 그 배경에 대한 해설도 상세히 해준다. 오디오가이드가 애플리케이션으로 진화한 것은 그렇지 않아도 디자인 지식에 목말라 하던 ‘디자인 인류’에게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그들은 미술관에 가기 전 앱을 통해 핀율의 삶과 세계 가구에 대한 지식을 익히고 현장에 가서 또 다시 복습을 한다. 전시회에 한번 다녀온 뒤로는 관람한 작품과 작가에 대한 일반적인 식견가로 변모하는 자신에게 만족하는 것이다. 그것은 관객이 또 다시 대림미술관을 찾게 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서 또 하나의 주목할만한 미술 관련 앱이 눈에 뜨인다. ‘그림 읽어주는 미술관’(아이폰, $1.99)이 바로 그것이다. 시리즈로 출시되고 있는 이 앱은 빈센트 반 고흐, 콜로드 모네, 누드화 등을 선보이고 있는데, 대림미술관의 앱과 마찬가지로 한국어와 영어 두 가지 버전의 큐레이터 해설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앱이다. 세계적인 화가의 작품을 상세한 작품 설명과 감상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영어 해설을 통해 외국어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애플리케이션으로 들어온 미술, 디자인 작품과 작가 이야기가 디자인 인류뿐 아니라 늘상 ‘문화에 목말라 하는 세대’의 감성과 지식을 기쁨으로 채워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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