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 준비가 되셨습니까 / 확실하게 논다는 것
페이지 정보
작성자 Dynasty 댓글 0건 조회 2,506회 작성일 12-02-22 21:00
본문
여가의 어색함
일전에 학교 동문 모임에 나가게 되었다. 식사 후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화제가 주말 여가 보내기로 모아졌다. 많은 친구들이 여가 시간은 늘었지만 가족과 여가 시간을 잘 보내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하였다. 특히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소위 ‘놀토’에 가족이 무엇을 하고 여가를 보내야 하는지 고민이라고들 한다. 그 모임이 파한 후 왜 친구들이 주말 여가를 잘 보내지 못하는가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일전에 학교 동문 모임에 나가게 되었다. 식사 후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화제가 주말 여가 보내기로 모아졌다. 많은 친구들이 여가 시간은 늘었지만 가족과 여가 시간을 잘 보내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하였다. 특히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소위 ‘놀토’에 가족이 무엇을 하고 여가를 보내야 하는지 고민이라고들 한다. 그 모임이 파한 후 왜 친구들이 주말 여가를 잘 보내지 못하는가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그들이 여가를 보내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는 두 가지이다. 첫번째는 여가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가는 그냥 편하게 쉬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가하면 텔레비전 시청이나 낮잠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여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주말 여가를 적절하게 보내는 것을 방해한다. 두번째는 여가 증후군에 대처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점이다. 월요병, 우울증, 여가 시간이 두려운 상태 모두가 여가 증후군의 증세이다. 여가 증후군의 실체를 알고 이러한 증세를 예방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면 여가를 잘 보낼 수 있다. 이와 같은 두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내 삶에서 여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체계적으로 여가 교육을 학습해야 한다.
새 밀레니엄 이후 한국 사회를 여가 중심 사회로 인도한 변화는 주 5일 근무제의 도입이다. 그 이전에는 여가를 즐기고 싶어도 이를 즐길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주 5일제 이후 더 이상 시간이 부족해서 여가를 즐기지 못한다는 변명은 궁색하게 들릴 뿐이다. 양적인 측면에서의 자유 시간은 증가했으나, 질적 차원에서의 여가 참여의 만족은 별로 증가하고 있지 못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발표한 2007년 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우리가 한 해 동안 많이 참여한 여가 활동은 텔레비전 시청/ 라디오 청취, 목욕/사우나, 낮잠, 외식, 신문/잡지 보기 순서로 제시되었다. 이 순서를 보면 선호하는 여가 활동은 주 5일 근무제 이전과 비교해서 별로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가 시간이 증가했지만 실제 참여 여가 활동에는 큰 변화가 없다. 이 이유 또한 여가 기술을 다양하게 학습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여가를 준비할 때이다. 다시 말해 확실하게 놀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야 주 5일 근무제로 인하여 크게 늘어난 여가 시간 동안 푹 쉬고, 즐거움을 추구하고 그리고 나의 발전을 꾀할 수 있다. 이를 위하여 먼저 원론적인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여가란 무엇인가? 여기에 대하여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해 보아야 한다. 여가 학자들은 여가를 시간, 활동 그리고 마음의 상태에서 설명하였다. 요 근래에는 다수의 여가학자들은 전체론적 관점(holistic perspective)에서 이들 세 개념 모두를 어우르는 형태로 여가를 간주한다. 따라서, 현대적인 관점에서의 여가는 자유 시간 동안 여가 참여자 스스로가 즐거움을 느끼고, 나를 변화 혹은 발전시킬 수 있는 활동이자 경험을 말한다.
여가의 발전을 위한 의식의 전환
그렇다면 여가를 어떻게 잘 보낼 수 있을까? 여가를 잘 보내기 위해서는 네 가지의 의식 전환을 해야 한다.
첫째, 여가 활동을 선택하는 데에 있어 주체는 바로 내가 되어야 한다. 여가는 노동과 다르게 내가 정말로 원하는 활동이어야 한다. 여가에서 노동처럼 약간이라도 강제성이 들어있다면 그것은 이미 여가가 아니다. 그것은 노동의 또 다른 모습일 뿐이다. 남들 모두가 골프를 한다고 고가의 골프채를 구입하고, 무리하면서 라운딩을 해서는 안된다. 만약 골프를 선택했다면 스코어가 안 나온다고 너무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다. 여가 활동은 내가 마음껏 지휘하고 사용할 수 있는 진정한 나만의 시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유로움이 넘치는 활동에서 스스로가 심적인 제약을 만들어 낸다면 그것은 올바르게 여가를 향유하는 태도가 아니다.
여가를 주체적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게 진솔하게 물어보아야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가는 무엇이며, 어떠한 여가를 즐기면서 그토록 희열을 느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종이 한 장을 준비해 본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가 활동을 쭉 적어본다. 그리고 그 활동들을 하면서 즐거웠던 순간을 회상해 본다. 오랫동안 내 의식에 남아있는 그 여가들을 현실로 끄집어내어 주말 여가 시간에 즐겨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여가를 주체적으로 즐기는 경험을 해본다.
둘째, 일상에서 부터 벗어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만약 휴가 동안 여행을 간다면 그 여행에 푹 빠지는 연습을 한다. 여가 동안 내가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하여 걱정하고 고민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여가 시간 동안에는 그 일상의 쳇바퀴에서 확 벗어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근래 베스트셀러 중 하나가‘몰입’이라는 책이다. 그 책에 따르면, 몰입 뒤에 맛보는 행복감은 나 자신이 만든다고 한다. 여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여가 동안 일상에서 완전히 벗어나 몰입하여 즐긴 후에 잔잔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그 감정이 내 삶을 아름답게 만든다.
셋째, 여가를 통해 나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나를 되돌아보기 위하여 꼭 ‘명상’을 할 필요는 없다. 나 스스로가 즐겨하는 여가 활동을 하면서 나 자신에 대하여 한번 정도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좋다. ‘나는 누구인가?’, ‘나의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 등의 문제에 대하여 질문을 던져보자. 쉽지 않은 화두지만 한번씩 자신을 점검하는 일은 나를 발전시키는 동인이 된다. 내 경우는 매주말 오전에 일산 호수공원을 걷는다. 천천히 느릿느릿 걸으면서 나를 되돌아보는 즐거움을 경험한다. 처음 걸을 적에는 여러 잡념과 상념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그러다가 약 20분이 경과하기 시작하면서 그 생각들은 어느덧 사라지고 오직 걷는 동작 하나 하나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질문 한 가지를 머릿속에 떠올려 본다. 진정으로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리고 ‘나는 누구인지?’ 에 대하여 집중해본다. 약간의 땀을 흘리며 나를 되돌아보는 과정 속에서 심적 충만감을 느낀다. 여가란 바로 그런 것이다. 나에 맞는 강도로 그리고 나를 되돌아보는 여유가 바로 여가이다. 이는 내 소소한 일상을 점검할 기회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나와 유사한 관점에서, 엠비 버풋은 <달리기가 가르쳐준 15가지 삶의 즐거움>이라는 책에서 여가 시간 동안의 달리기의 즐거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삶을 지속하도록 가르쳐준 것은 달리기다. 달리기를 하다 보면 언제나 또 다른 날이 있고, 또 다른 훈련, 또 다른 경주, 또 다른 대회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달리기가 우리 자신의 소리를 듣고 스스로를 믿도록 가르쳐준다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달리기가 육체적인 운동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사색적인 운동이라는 점에서 참으로 신기하다.(pp. 96-97)”
넷째, 여가를 철저하게 준비하고 계획해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의 여가는‘시간형 소비’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는 여가가 돈과 시간이 있어야 소비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위 문화 활동들인 영화, 연극, 콘서트, 레저 스포츠 등의 참여는 시간형 소비를 경험하는 것이다. 2000년 1월 7일 대우경제연구소는‘시간소비형 소비의 확산과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한 가구당 여가시간이 1시간이 늘어나면 여가 시간을 보내기 위하여 월평균 9만 8천원이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가계의 소득이 대대적으로 향상되지 않는 상황에서 여가시간 및 소비의 증가는 가계 운영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이와 같은 시간형 소비에서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개인 및 가족 구성원 모두가 사전에 여가를 계획하고 준비해서 부담을 줄여야 한다.
여가를 위한 포트 폴리오
여가를 준비하는 데에 세 가지를 신경 써야 한다.
“삶을 지속하도록 가르쳐준 것은 달리기다. 달리기를 하다 보면 언제나 또 다른 날이 있고, 또 다른 훈련, 또 다른 경주, 또 다른 대회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달리기가 우리 자신의 소리를 듣고 스스로를 믿도록 가르쳐준다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달리기가 육체적인 운동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사색적인 운동이라는 점에서 참으로 신기하다.(pp. 96-97)”
넷째, 여가를 철저하게 준비하고 계획해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의 여가는‘시간형 소비’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는 여가가 돈과 시간이 있어야 소비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위 문화 활동들인 영화, 연극, 콘서트, 레저 스포츠 등의 참여는 시간형 소비를 경험하는 것이다. 2000년 1월 7일 대우경제연구소는‘시간소비형 소비의 확산과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한 가구당 여가시간이 1시간이 늘어나면 여가 시간을 보내기 위하여 월평균 9만 8천원이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가계의 소득이 대대적으로 향상되지 않는 상황에서 여가시간 및 소비의 증가는 가계 운영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이와 같은 시간형 소비에서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개인 및 가족 구성원 모두가 사전에 여가를 계획하고 준비해서 부담을 줄여야 한다.
여가를 위한 포트 폴리오
여가를 준비하는 데에 세 가지를 신경 써야 한다.
첫 번째는 여가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시간 계획을 짜야한다. 예를 들어, 토요일에 북한산으로 산행을 생각하고 있다면 여가 시간 계획을 세부적으로 구성해야한다. 집에서 출발하는 시간, 산행의 총 시간, 하산 후의 식사 시간, 교통 소요 시간 등을 구체적으로 설정해야한다. 시간 계획을 적절하게 짜 놓지 않으면 북한산에 가기 전에 중도 포기 또는 돌발의 변수로 인하여 산행이 무산될 수 있다. 올바른 시간 예측은 계획한 여가 활동을 끝낼 수 있게 한다.
두 번째는 여가 예산을 확실하게 확보해야 한다. 위에서 소개했듯이, 시간형 소비 활동이 여가 참여에서 증가하고 있기에 여가를 위한 예산을 미리미리 설정해 놓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번 달에 여가로 얼마의 비용을 지출할 수 있는 지를 사전에 설정해 놓고, 또는 여름휴가에 대비해서 얼마나 쓸 수 있는 지를 미리 신경을 써야 한다. 수첩에 원하는 여가 활동의 리스트를 만들고 여가 예산을 짜 놓는 것만으로 금세 즐거운 상상 속으로 빠질 수 있다. 그 상상의 즐거움이 얼마나 짜릿한지는 경험한 사람만이 안다.
세 번째는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여가 동료를 확보해야 한다. 많은 여가 활동들이 같이 하면 즐거움이 배가 된다. 가족 혹은 친구 중에서 누구와 그 여가에 참여할 것인지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에서 제시한 네 가지를 저번 동문 모임에 나왔던 친구들에게 말해 주었으면 한다. 이것들을 여가 참여에 활용한다면 더 이상 주말 여가를 보내기가 두렵지 않을 것이다. 여가는 습관이다. 처음이 어렵지 여가를 잘 보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적용해 나간다면 여가 생활이 파격적으로 바뀌게 된다. 여가는 내 인생의 자양분과 같은 존재이다. 그러나 그것이 자양분이 되기 위해서는 여가 참여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여가를 잘 향유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으로 위에서 제안한 것들을 적용해 보아야 한다.
다시 한번 물어보고 싶다. “당신은 놀 준비가 되셨습니까?”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