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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고 있던 매력이 깨어난 곳, 레푸블리카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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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ngelica 댓글 0건 조회 1,313회 작성일 14-02-11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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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푸블리카 광장은 피렌체에서 가장 역사가 오랜 광장이다. 이탈리아 북부의 초기 철기시대 문화인 빌라노바(Villanova)문화유적과 에트루리아 유적이 이곳에서 발굴되었고, 로마시대에는 플로렌티아의 중심도로가 교차하는 지점이었다. 남북으로 뻗은 카르도 막시무스와 동서로 뻗은 데쿠마누스 도로가 여기에서 만났다. 레푸블리카 광장은 처음에는 포럼으로, 중세부터는 피렌체의 중심시장으로 줄곧 역동적인 만남과 교역의 장소였던 것이다.

오래고 다채로운 역사에도 불구하고 현재 레푸블리카 광장은 피렌체에서 매력적인 광장의 축에 들지 않는다. 19세기 말엽 감각도 지각도 결여된 정비작업이 진행되면서 이전의 매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수십년동안 광장의 카페들은 문학, 정치 예술등을 논하는 다양한 무리들을 끌어들였다. 목요일마다 로지아 앞에서는 꽃시장, 구경꾼을 불러들이는 거리의 예술가들,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광장 한쪽 모퉁이를 차지하는 회전목마.............

모두 광장에 인간미와 활력을 불어넣는 요소들이다.


1980년대에 현대화라는 명분 아래 도심 재개발 계획이 시행되었다. 항상 활기가 넘치는 메르카토 베키오 인근의 얽히고 설킨 미로같은 골목과 주변에 난립한 구닥다리 건물들을 없앤다는 것이었다.

인근의 성당, 주택, 공방, 망루, 로지아, 광장 등이 도시현대화 계획의 희생양이 되었다. 메디치 가문의 초기저택과 최초의 교규교회인 산 토마소 성당도 화를 면치 못했다. 시장지구를 없애고 들어선 현대적인 광장은 프란체스코회나 도미니코회에서 설교의 장으로 만들었던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공간과는 사뭇 달랐다. 새로운 광장은 오히려 그곳을 포럼으로 활용했던 로마인들의 정서에 맞을법한 반듯한 직사각형 형태였다. 네오고딕 양식의 파사드를 자랑하는 건물들은 위풍당당하기는 했지만 개성이라곤 없이 비슷비슷했다.

수백년전부터 지속되어오고, 사랑받아온 공간만이 가지는 아름다움이 개발의 논리에 의해 훼손되어가는 모습은 저 멀리 이탈리이나 건설과 재개발의 천국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이나 별반 다를것이 없어보인다.

모든 것은 원래 모습 그대로가 가장 편안하고, 아름답게 마련인데.....
도시화와 현대화라는 허울좋은 명분아래 사그라지는 것이 너무 많아지는것만 같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잠자고 있던 매력이 깨어났다. 사실.... 사람들이 편안하게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지 흥미로운 법이다. 그건 아마 인간의 존재 자체가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기 때문이리라..

광장의 북서쪽에는 최근 생겼는데도 사람들의 고나심을 한몸에 받는 볼거리가 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피렌체 역사지구를 묘사한 청동모형이다. 모형속에는 피렌체 명소들을 찾는 재미에 푹 빠진 사람들이 항상 모여있다. 높이 솟은 탑들은 잦은 손길을 받아 반짝반짝 광이난다. 청동모형은 말하자면 도심을 표현한 입체지도인 셈인데, 구조물이 없이 휑한 광장들이 도드라져 봉니다.

하지만 과거 수십년동안 레푸블리카 광장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바로 광장 중앙에 서 있는 에마누엘레 2세의 기마상이다. 피렌체가 1860년대 이탈리아의 수도였던 것을 기념해 세운 이 석상은 나중에 레 카시네 공원으로 옮겨졌고, 이곳 광장 이름도 이탈리아가 공화제를 채택한 것을 기리는 의미에서 레푸블리카(공화국) 광장으로 바뀐것이다.

피렌체는 지금도 보행자 전용이나 마차전용 거리를 점령한 차들과 전쟁을 벌이다. 과거 20년동안 노력한 덕분에, 거의 주차장처럼 변했던 도심 광장 대부분이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돌아오게 되었지만 말이다.
레푸블리카 광장도 동그란 돌덩이들을 배치해서 차량진입을 막고있다. 커다란 돌덩어리들은 짚고 뛰어넘기놀이를 하는 아이들에게도 좋은 놀이기구가 되고 있다.

개발의 흐름속에서 옛모습을 잃어가도, 시간의 변화속에서 제 모습이 바뀌어가도, 끊임없이 저만의 매력을 발산하는 곳, 그곳이 바로 레푸블리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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