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지나가는 별자리 > 별보기

점성술에서 천궁도를 따질 때 생년월일에 따라 태양, 달, 행성의 위치를 황도 12궁에 대응시키고, 대부분 백과사전이나 과학 교과서에서도 황도 12궁이라는 개념을 그대로 쓰고 있으나 오늘날 실제로 지구에서 관측할 때 태양이 지나가는 별자리는 12개가 아닌 13개이다.

점성술은 약 4000년 전 바빌로니아, 이집트 등지에서 시작되었고 황도 12궁이라는 개념도 이때 생겨난 것이다. 이때는 문자 그대로 황도와 겹치는 별자리가 12개가 있었으나, 달과 태양의 섭동, 지구 자체의 회전력 등의 영향으로 지구 자전축이 흔들리는 세차운동 때문에 천구 위에서 황도의 위치는 계속 변한다.

그 결과 태양이 별자리를 지나는 날짜도 바뀌었고, 4000년 전에는 천구 위에서 태양이 지나는 길 위에 있지 않던 땅꾼자리(또는 뱀주인자리)를 태양이 지나간다. 땅꾼자리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Asklepios, 영어 Asclepius)가 뱀을 들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고 만들어진, 전갈자리와 사수자리 근처에 위치한 여름 별자리로서 별자리의 남쪽 일부분, 즉 뱀을 들고 있는 남자의 하반신이 황도와 겹친다.

오늘날 태양이 각각의 별자리를 실제로 지나가는 기간은 다음과 같다. 원래 황도 12궁에 포함되던 전갈자리보다도 오히려 땅꾼자리에 더 오랫동안 태양이 머물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수자리 (Sagittarius): 12월 18일 ∼ 1월 18일 (32일)
염소자리 (Capricornus): 1월 19일 ∼ 2월 15일 (28일)
물병자리 (Aquarius): 2월 16일 ∼ 3월 11일 (24일)
물고기자리 (Pisces): 3월 12일 ∼ 4월 18일 (38일)
양자리 (Aries): 4월 19일 ∼ 5월 13일 (25일)
황소자리 (Taurus): 5월 14일 ∼ 6월 19일 (37일)
쌍둥이자리 (Gemini): 6월 20일 ∼ 7월 20일 (31일)
게자리 (Cancer): 7월 21일 ∼ 8월 9일 (20일)
사자자리 (Leo): 8월 10일 ∼ 9월 15일 (37일)
처녀자리 (Virgo): 9월 16일 ∼ 10월 30일 (45일)
천칭자리 (Libra): 10월 31일 ∼ 11월 22일 (23일)
전갈자리 (Scorpio): 11월 23일 ∼ 11월 29일 (7일)
땅꾼자리 (Ophiuchus): 11월 30일 ∼ 12월 17일 (18일)
(표 출처: http://spaceplace.nasa.gov/en/kids/st6starfinder/st6starfinder3.shtml)

영국 점성술사 월터 버그(Walter Berg)는 ≪황도 13궁≫(The 13 Signs of the Zodiac, Harper Collins, 1995)이라는 책에서 태양의 실제 움직임을 반영해서 점성술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땅꾼자리를 포함한 13개의 별자리로 점을 치는 독자적인 점성술 체계를 제시했다.

그러나 버그의 황도 13궁 점성술은 점성술의 주류가 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고래로 전해져 온 관습적인 면 자체도 큰 이유일 것이나, 황도 12궁이라는 발상을 그대로 쓰면 각 별자리마다 1달씩 기간을 나눌 수 있는 반면 땅꾼자리를 포함하면 이런 이점이 없어지고, 매년 태양이 별자리를 통과하는 시기를 새로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황도 13궁 점성술은 소수 의견에 그치고 있다. 단 일본에서는 버그의 ≪황도 13궁≫ 번역판이 나오면서 황도 13궁 점성술이 유행한 적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