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사치와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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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2,101회 작성일 11-04-3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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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맛을 알아버린 걸 처음엔 후회했다. 어지간한 식당 밥보다 비싼 커피를 시킬 때마다 '이거 한 잔이면 먼 데 사는 아이들 밥 세끼다' 하는 죄책감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갓 내린 커피 위로 희고 옅은 김이 요정의 옷자락마냥 스치는 걸 보면 홀린 듯 입술은 잔으로 끌려갔다.
커피는 묘한 음료다. 고향은 같은데 자라는 곳 따라 맛과 향이 다르다. 콜롬비아 슈프레모는 부드럽고 고소하다. 과테말라 안티구아는 화산지대에서 자라 스모키하면서도 달다. 흙냄새나는 탄자니아 킬리만자로는 어딘가 아프리카답다. 에티오피아 예르가체프는 꽃처럼 은은하고 우아하다. 모두 아라비카종 커피다.
봉지커피 즉 인스턴트커피가 전부인 줄 알던 시절엔 커피를 싫어했다. 블랙커피는 썼고, 프림커피는 느끼했다. 프림과 커피를 함께 넣은 소위 '다방커피'는 마시고 난 뒤 혀가 끈끈해졌다. 봉지커피에 쓰이는 로부스타 원두는 카페인 함량이 아라비카보다 두 배가량 높고 맛이 거칠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각성제 대신 커피를 마시던 나를 깨운 건 '동티모르 카부라키'였다. 바리스타 공부를 갓 마친 지인이 내려준 이 커피는 혀 밑에서 침이 솟게 했다. 시고 쓴맛 뒤로 단맛이 혀에 감겼다. 커피의 숨결은 고소했다. 머리로 외웠던 향과 맛이 혀와 코로 느껴졌다.
이 커피가 탄생한 건 우연이었다. 한국의 YMCA 활동가들이 5년 전 동티모르 빈곤주민을 도우러 갔다가 기부금을 모으는 데 한계를 느끼고 '돈 될 것'을 뒤지다가 발견한 게 깊은 산 속 커피나무였다. 400년 전 동티모르를 점령한 포르투갈인들이 가져다 심은 커피나무가 밀림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동티모르의 야생커피를 한국에 들여와 로스팅한 후 분쇄해 담은 커피가 YMCA의 '피스커피', 원두로 카페에서 파는 커피가 '카페티모르'다. 예비사회적기업인 '카페티모르'는 청소년, 여성가장을 바리스타로 육성하고 커피숍을 열어줘 국내에선 일자리를 만든다. 또 생산자 생존을 보장하는 가격으로 커피를 들여와 팔고, 판매이익금을 동티모르의 로또또와 카부라키 마을에 재투자한다.
아름다운가게·행복한나눔·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역시 안데스·히말라야·킬리만자로·치아파스·동티모르에서 공정무역 방식으로 유기농 커피를 들여와 판다. 이익금 일부는 국내외 빈곤층과 외국인노동자를 위해 쓰인다. 사회를 이롭게 하는 커피다.
야생커피, 유기농커피는 사람과 지구의 건강에도 이롭다. 커피나무는 바나나 나무 등 그늘나무(Shadow Tree) 아래서 잘 자란다. 그늘나무로 날아든 새들이 벌레를 잡아먹어 병충해도 적어진다. 이것을 '음지재배법'이라 부른다.
생산량을 늘리려는 농장들은 '양지재배법'을 쓴다. 그늘나무 없이 커피나무만 심고 해충이 꼬일까봐 독성살충제를 잔뜩 뿌린다. 때로는 열대밀림을 밀어낸다. 야생커피나무는 키가 커 열매를 빨리 많이 따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스탄트커피에 쓰이는 로부스타 종은 대개 양지재배법을 쓴다.
4차원적으로 보면, 우리가 싼 맛에 끌려 봉지커피를 많이 마실수록 앞으로 김치 해먹기 힘들어진다. 열대우림 파괴로 빙하가 빨리 녹으면 냉기가 급히 퍼진다. 지난 봄 내려온 찬 공기는 냉해를 일으켜 과일농가를 울렸고 이번 가을엔 폭우로 배추값을 네배로 올렸다.
'야생커피, 유기농커피를 마시는 사치가 김치 먹을 권리를 지킨다'는 발상은 커피애호가들에게 꽤 괜찮은 변명 아닐까. 그건 탄자니아 킬리만자로와 에티오피아 예르가체프가 나는 킬리만자로 산의 빙하를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커피는 묘한 음료다. 고향은 같은데 자라는 곳 따라 맛과 향이 다르다. 콜롬비아 슈프레모는 부드럽고 고소하다. 과테말라 안티구아는 화산지대에서 자라 스모키하면서도 달다. 흙냄새나는 탄자니아 킬리만자로는 어딘가 아프리카답다. 에티오피아 예르가체프는 꽃처럼 은은하고 우아하다. 모두 아라비카종 커피다.
봉지커피 즉 인스턴트커피가 전부인 줄 알던 시절엔 커피를 싫어했다. 블랙커피는 썼고, 프림커피는 느끼했다. 프림과 커피를 함께 넣은 소위 '다방커피'는 마시고 난 뒤 혀가 끈끈해졌다. 봉지커피에 쓰이는 로부스타 원두는 카페인 함량이 아라비카보다 두 배가량 높고 맛이 거칠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각성제 대신 커피를 마시던 나를 깨운 건 '동티모르 카부라키'였다. 바리스타 공부를 갓 마친 지인이 내려준 이 커피는 혀 밑에서 침이 솟게 했다. 시고 쓴맛 뒤로 단맛이 혀에 감겼다. 커피의 숨결은 고소했다. 머리로 외웠던 향과 맛이 혀와 코로 느껴졌다.
이 커피가 탄생한 건 우연이었다. 한국의 YMCA 활동가들이 5년 전 동티모르 빈곤주민을 도우러 갔다가 기부금을 모으는 데 한계를 느끼고 '돈 될 것'을 뒤지다가 발견한 게 깊은 산 속 커피나무였다. 400년 전 동티모르를 점령한 포르투갈인들이 가져다 심은 커피나무가 밀림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동티모르의 야생커피를 한국에 들여와 로스팅한 후 분쇄해 담은 커피가 YMCA의 '피스커피', 원두로 카페에서 파는 커피가 '카페티모르'다. 예비사회적기업인 '카페티모르'는 청소년, 여성가장을 바리스타로 육성하고 커피숍을 열어줘 국내에선 일자리를 만든다. 또 생산자 생존을 보장하는 가격으로 커피를 들여와 팔고, 판매이익금을 동티모르의 로또또와 카부라키 마을에 재투자한다.
아름다운가게·행복한나눔·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역시 안데스·히말라야·킬리만자로·치아파스·동티모르에서 공정무역 방식으로 유기농 커피를 들여와 판다. 이익금 일부는 국내외 빈곤층과 외국인노동자를 위해 쓰인다. 사회를 이롭게 하는 커피다.
야생커피, 유기농커피는 사람과 지구의 건강에도 이롭다. 커피나무는 바나나 나무 등 그늘나무(Shadow Tree) 아래서 잘 자란다. 그늘나무로 날아든 새들이 벌레를 잡아먹어 병충해도 적어진다. 이것을 '음지재배법'이라 부른다.
생산량을 늘리려는 농장들은 '양지재배법'을 쓴다. 그늘나무 없이 커피나무만 심고 해충이 꼬일까봐 독성살충제를 잔뜩 뿌린다. 때로는 열대밀림을 밀어낸다. 야생커피나무는 키가 커 열매를 빨리 많이 따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스탄트커피에 쓰이는 로부스타 종은 대개 양지재배법을 쓴다.
4차원적으로 보면, 우리가 싼 맛에 끌려 봉지커피를 많이 마실수록 앞으로 김치 해먹기 힘들어진다. 열대우림 파괴로 빙하가 빨리 녹으면 냉기가 급히 퍼진다. 지난 봄 내려온 찬 공기는 냉해를 일으켜 과일농가를 울렸고 이번 가을엔 폭우로 배추값을 네배로 올렸다.
'야생커피, 유기농커피를 마시는 사치가 김치 먹을 권리를 지킨다'는 발상은 커피애호가들에게 꽤 괜찮은 변명 아닐까. 그건 탄자니아 킬리만자로와 에티오피아 예르가체프가 나는 킬리만자로 산의 빙하를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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