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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Wine: 보르도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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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yale 댓글 0건 조회 1,685회 작성일 11-04-2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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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어느 정도 대중화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인은 여전히 낭만적이다. 그윽한 촛불 아래서 별처럼 솟아나는 샴페인의 공기방울은 연인의 술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남자와 여자를 동시에 매혹시킨다. 핏빛처럼 선연한 레드 와인에는 풍성하게 피어오르는 포도 향기와 참나무 통 속에서 익어가며 깃들인 수십 가지 향기가 미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때로는 황금빛으로, 때로는 이른 봄 햇살을 받은 산수유 꽃빛으로 빛나는 화이트 와인은 또 어떤가. 와인에 관한 한 세계 최고를 자부를 하는 프랑스의 포도밭 속으로 들어가 보자.  

최적의 환경, 최고의 작품
보르도는 부르고뉴와 함께 프랑스의 와인 산업을 떠받치고 있다. 이 지역은 포도 재배면적만 10만 5000ha이르는 전통적인 와인의 고장이다. 연 평균 생산량은 6억 6천만병, 1만2천 명 이상이 와인 생산에 관여하고 있으며 8000개 이상의 양조장이 있다.
에끼뗀 州의 주도인 보르도는 1125년 엘리오노르라는 왕녀가 영국의 헨리2세에게 시집가면서 지참금으로 가져가는 바람에 영국 땅이 됐고, 결국 100년 전쟁의 원인 중의 하나가 되기도 했다.
온난한 기후에 일조 시간이 충분한데다 자갈과 토사가 섞여 배수가 잘되는 등 포도 재배에 천혜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특히 포도밭 표면의 자갈은 낮의 열기를 오랫동안 품고 있어 결실기의 포도가 익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 그리고 보르도의 서쪽을 둘러싼 소나무숲은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거친 바람을 막아줘 이 지역을 결점 없는 생산지로 만들었다.
보르도의 와인은 한 품종만으로 와인을 빚는 브루고뉴와는 달리 적게는 2~3개, 많게는 7개 이상의 품종을 블랜딩해 독특한 보르도의 맛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뽀므롤 지역의 뻬트뤼스는 메를로 100%로 빚는다.
보르도는 크게 지롱드강 왼쪽의 메독과 가론강 좌측의 그라브, 소테른 그리고 지롱드강 오른쪽의 뽀므롤, 쎙테밀리옹으로 나뉜다.

메독
가론강과 도르도뉴강이 합류한 지롱드강이 대서양으로 흘러나가는 강안의 왼쪽이 그 유명한 메독이다. 주로 레드 와인을 생산하는 메독에는 마고, 생쥘리앵, 포이약, 생떼스테프 등 보르도의 핵심 포도원이 포진하고 있다.
메독의 레드 와인은 까베르네소비뇽 품종의 거칠고 남성적인 맛에 부드러운 메를로를 첨가하는 기본적인 블랜딩 방법을 원칙으로 각각의 포도원마다 말벡, 쁘띠베르도 등의 품종을 더하여 고유의 맛을 만들어낸다. 자갈과 모래로 이루어진 토양은 까베르네소비뇽의 생장에 적합해 장기 숙성이 가능한 레드 와인의 원천이 된다.

1.뽀이약
메독에서 가장 유명하고 큰 와인 마을이다. 메독을 이야기할 때 까베르네소비뇽을 빼놓을 수 없는데 그 중에서도 뽀이약은 거칠고 남성적인 와인을 빚기 위해 특히 이 품종에 집중하고 있다. 와인 좀 마셨다는 사람들이 흔히 블랙커런트라고 하는 정체불명의 향기를 이야기하는데 이것이 바로 까베르네소비뇽이 뿜어내는 향기이다. 이 품종은 레드와인의 전체적인 뼈대를 잡아준다. 그러나 완전히 숙성되지 않았을 때에는 떫고 거친 맛을 낸다. 와인을 자주 마셔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 맛으로 인해 와인에 대한 환상이 깨지기도 한다.
뽀이약은 보르도 지방의 여섯 개 1등급 와인 중 3개를 보유하고 있다. 라피뜨로쉴드, 무똥로쉴드, 라뚜르가 바로 그것이다. 이 중에서도 무똥로쉴드는 유명 화가로 하여금 라벨의 그림을 그리게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살바도르 달리, 바실리 칸딘스키, 앤디 워홀 등 쟁쟁한 화가들이 라벨 작업에 참여했다. 1973년에 1등급으로 승격됐으며 이 해에 사망한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을 라벨로 채택해 그를 기리기도 했다.
뽀이약은 지역 자체가 그다지 넓지 않기 때문에 특1급 와인이 아니더라도 평균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마고
마고는 가론강과 도르도뉴강이 합류하는 두물머리에 위치해 있다. 보르도의 1등급 와인 중 첫 손에 꼽히는 샤토 마고가 자리잡은 곳이기도 하다. 샤토 마고는 와인도 와인이지만 이 포도원을 둘러싼 갖가지 에피소드들로 더 유명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독일의 아데나워 수상은 프랑스의 심장이라며 이곳 샤토 마고에서 프랑스 침공에 대해 사죄했다. 미국의 배불뚝이 작가 헤밍웨이는 파리 시절을 보내면서 이 여자 저 여자에게도 빠져 지냈지만 샤토마고의 맛에도 홀딱 빠져있었다. 그는 손녀의 이름을 마고라고 지었다.
거칠기 그지없는 까베르네소비뇽 75%를 베이스로 하면서도 와인의 여왕이라고도 불리는 샤토 마고는 메를로 20% 그리고 쁘티베르도와 까베르네프랑을 함께 블랜딩해 만든다. 이 원칙을 기본으로 작황에 따라 까베르네소비뇽을 가감하기도 한다. 일본 최고의 인기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샤토 말레스코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 가문이 소유했던 3등급 포도원이다. 등급에서는 차이가 나지만 생텍쥐페리의 명성 덕분에 와이너리 투어의 필수 코스로 꼽힌다. 

3. 생쥘리앵
메독의 4대천황 중 유일하게 1등급 와이너리가 존재하지 않는 지역이다. 그러나 1등급 와인이 없는 대신 5등급 와인도 없다. 그만큼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품질이 유지되는 지역이다.
이곳의 레오빌라스까스는 포이약의 라뚜르와 경계를 나누고 있어, 토양과 기후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포도재배 조건을 생각할 때 품질이 좋지 않을 수 없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레오빌라스까스는 소위 1등급에 버금가는 와인에 붙여주는 슈퍼 세컨드라는 이름에 딱 맞는 양조장이다. 생쥘리앵의 가장 큰 특징은 보르도 지역 전체의 작황이 좋지 않은 해에도 수준급의 와인을 생산해낸다는 데에 있다.

4. 생떼스테프
생떼스테프는 거칠고 억세다. 숙성되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충분히 숙성되지 않았을 때는 맛은 떫고 색깔은 완전히 익은 오디 빛을 띤다. 투박하지만 대신 아주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하지만 사람과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강한 개성으로 말미암아 균형미가 깨지는 일이 잦다.
생떼스테프의 포도원은 여전히 까베르네쇼비뇽이 주로 재배되지만 조연격인 메를로의 비율을 높여 부드러움을 가미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나 토양의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생떼스테프에도 생쥘리앵과 마찬가지로 1등급 와인은 없다. 대신 포이약과 경계지에서 생산되는 꼬스데스뚜르넬과 지롱드 강변의 몽라쉐에서는 2등급 와인이 생산된다. 때때로 이들 두 와인은 1등급 와인의 가격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뛰어난 제품을 선보이기도 한다.

와인 성지를 연결하는 와인 길 D-2도로
메독은 범상치 않은 이름으로 인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귀에도 익숙하다. 거기에다 한국 최초의 와인 마주앙이 포도주 원액을 메독에서 수입함에 따라 마주앙 메독이 오랫동안 팔리기도 했다.
특히 이 지역은 소위 와인 길이라고 불리는 D-2도로를 따라 와인의 성지를 여행하는 수많은 와인 애호가들을 만날 수 있다. 신세계(미국, 호주, 칠레 등)의 포도원들에 비해 좁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양조장이 밀집해 있는데다, 그림 같은 샤토(Chateau; 성곽)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 지루하지 않게 여행할 수 있다.
최근 들어 프랑스보다 훨씬 안정적인 기후조건을 지닌 신세계의 양조장들이 품질 개선을 꾀하고는 있지만 전통의 보르도 와인을 압도하기에는 아직 무리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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