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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골프도 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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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yale 댓글 0건 조회 2,852회 작성일 11-05-12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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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장비, 즉 클럽과 볼의 성능이 나날이 향상되는 것은 골퍼에겐 기쁜 일이지만 골프협회 입장에선 그렇지 못하다. 용품의 발전으로 골프의 본질이 변질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과 영국의 골프협회는 골프의 과학화에 반발, ‘원점으로 돌아가자(Return to nature)’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미국과 일본의 거센 골프 상업주의에 힘을 잃은 상태다. 클럽과 볼의 진화를 반기는 아마 골퍼들에겐 용품사 측과 골프 단체의 대립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골퍼라면 누구나 ‘더 멀리’라는 욕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아주 재미난 실험이 있었다. 전통 소재와 기술로 수백 년 전의 전통 우드 클럽을 수공으로 만들고 있는 헤리티지 골프(Heritage Golf) 사는 1930년 보비 존스가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때 사용했던 클럽세트를 만들었다. 감나무 헤드에다 히코리나무 샤프트로 된 드라이버가 과연 신기술이 접목된 하이테크 드라이버와의 비거리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궁금했던 것. 클럽의 대결 상대는 헤드가 460cc인 ‘핑G2’. 클래식과 모던의 대결인 셈.
두 클럽 모두 샤프트가 스티프하고 로프트도 8.5도였지만 기타 세부 항목에서는 차이점이 많았다. G2의 샤프트는 길이가 3인치 더 길고(46인치 대 43인치) 보비 존스 복제품은 스윙 때 느껴지는 하중이 2~3배 더 많았다. 보다 비슷한 조건에서 비교하기 위해 프로 골퍼에게 두 클럽 다 스윙 속도를 시속 100마일에 맞춰 테스트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프로 골퍼가 보비 존스 클럽으로 처음 샷을 날리고 나서 말했다. “어! 이것 제법 잘 나가는데…. 하나 더 쳐보자.” 그러나 처음의 감격은 곧장 수그러들었다. 클럽을 부러뜨릴까 봐 신경이 쓰였을 뿐 아니라 똑바로 잘 쳐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샤프트가 어떻게 기능한지 처음에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토크(샤프트의 비틀림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하기도 어려웠지요. 타구가 똑바로 날아가게 하기 위해서 볼을 조정해야만 했습니다.” 그는 또 “솔직히 말해서 잘 치면 거리는 크게 떨어지는 것 같지 않습니다. 문제는 꾸준히 일관성 있게 잘 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했다.
특이한 점은 프로 골퍼가 스윙 속도를 늦추어서(시속 90마일 정도로) 볼 몇 개를 쳤을 때 발견한 사실이다. 2~3번이나 볼이 220야드가 넘는 거리를 날아갔다. G2도 이 정도의 스윙 속도로 치면 비거리가 같다. 즉, 옛날 클럽은 천천히 쳤을 때 비거리가 더 잘 나가는 것이다. 헤리티지 골프의 클럽 제작자도 이 점을 지적했다. 사실 보비 존스는 느리고 리드미컬한 스윙으로 유명한 골퍼다. 이것이 이 클럽의 비밀이었던 셈. 결론적으로 클럽의 과학적인 제조 기술이 비거리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게 현실이지만, 스윙의 방법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오늘날의 골프 장비 산업은 골프 클럽 설계 역사상 최대의 기술적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우주선 제작이나 컴퓨터 칩에 사용되는 첨단 신기술이 클럽과 볼의 제작에도 사용되는데, 이는 더 강하고 가벼운 클럽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것을 ‘나노 테크놀로지’라고 하는데 원자 크기만 한 미립자를 이용하는 기술이다.
윌슨 스태프 사는 수백만 달러를 투자해 곧 100만분의 1밀리미터의 미립자를 이용한 새로운 클럽과 볼을 선보일 예정이다. 나노 기술이 적용된 물질은 강도가 강철보다 100배나 더 강한 데다 가볍기까지 해 타격의 안정성이 그만큼 좋아지므로 중심을 벗어난 타격이라도 클럽 헤드가 꼬이지 않아 볼이 멀리 똑바로 날아가게 된다.
사실 지난 10년 동안 골프 클럽의 발전 속도는 굉장히 빨랐다. 15년 전에 클럽 헤드 사이즈가 460cc 이상 되는 것을 개발한다고 말했다면 모두 몰상식한 짓이라고 비웃었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이미 사용하고 있을뿐더러 1980년대 말의 175cc에 비하면 거의 3배나 커진 셈이니 말이다.
볼의 발전 속도도 클럽 못지않게 놀라울 정도다. OB(out of bound)를 방지하기 위해 레이더를 장착한 골프볼에 이어 최근에는 나노 기술이 적용된 볼까지 선보이고 있다. 볼 중심인 코어(core)에 나노 단위 소재를 투입해 밀도를 높여주는 것. 때문에 강한 반발력만 제대로 주면 비거리가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있다.
공기역학 이론도 비중 있게 접목된다. 비거리의 비밀은 딤플(골프볼 외부의 홈)에 담겨 있다.
잠깐 야구를 생각해보자. 변화무쌍한 변화구 중에는 스핏볼(spitball)이 있다. 요령은 단순하다. 볼에 침만 묻혀서 던지면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 요상한 변화구로 탈바꿈한다. 침이 변화구를 만드는 원리가 바로 공기 저항이다.
골프볼도 마찬가지. 딤플의 변화를 통해 다양한 ‘변화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일반 골프볼보다 딤플 숫자를 2배 이상 늘려 비거리를 늘린 골프볼이 등장했는가 하면, 딤플 조합을 과학적으로 배열해 좌우 정확도를 높인 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골프볼은 골퍼에게 적합한 성능을 가진 제품보다는 유명 프로들이 사용하는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데, 유명도보다는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볼을 골라야 한다. 볼도 클럽과 같이 골퍼 스타일에 맞는 것을 선택해야 최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
골프가 과학적으로 진화하는 가운데 한 골프 평론가의 탄식이 의미 있게 들려온다. “이제 거의 모든 홀은 이글이나 버디를 노리는 싱거운 기록주의의 경기장이 되어버렸다. 이것은 분명히 골프의 비극인 동시에 골프의 목적에도 어긋나고 재미도 감소시킨다.”
이는 우주 시대를 맞은 골프의 문제점을 대변한 것으로, 골프에서 인위적인 것과 과학적인 것을 억제하고 자연의 섭리를 최대로 살리는 것이 골프계의 숙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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