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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상황을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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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yale 댓글 0건 조회 985회 작성일 11-05-1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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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최악의 상황에 빠졌을 때가 아니라 최악의 상황을 겪고 난 후다.

연속 OB나 트리플 보기, 또는 더블파, 혹은 포퍼팅 등 최악의 순간은 마치 악몽처럼 그의 정신과 육체를 휘감는다. 이 악몽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다음 홀, 이어 남은 나머지 홀을 모두 돌아야 한다는 것처럼 심한 고문은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 처해 본 사람이라면 당장 골프채를 내던지고 골프장을 떠나고 싶은 충동에 빠졌던 경험을 생생히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최악의 상황을 겪고 난 뒤에 벌어진 상황이 그를 더욱 화나게 만들게 되고, 뒤이어 따르게 되는 무리한 동작은 필경 사태를 더욱 악화시켜 그를 도저히 제어할 수 없는 난조의 늪으로 유인한다. 한 샷 한 샷이 악몽의 연속이다. 이 악순환은 골퍼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그날의 골프를 망치지 않으려면 이 악몽에서 빨리 벗어나는 도리밖에 없다. 빨리 잊어야 한다. 그리고 잔잔한 호수와 같은 평상심을 되찾는 길밖에 달리 묘수가 없다.

문제는 그것이 쉽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최악의 한순간 한순간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좀처럼 겪을 수 없는 의미있는 상황을 맞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학창시절에는 일부러 무전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막노동을 하기도 하면서 배고픔과 같은 힘든 상황과 맞닥뜨려도 굳이 피하지 않으며 절망감도 느끼지 않는다. 그 순간의 허기나 탈진, 모멸감 등은 오히려 극복의 쾌감을 제공해 주는 귀중한 밑거름이 된다.

고통을 맛보기 위해 고생을 자초한 것이기에 좌절과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란 없다. 부족한 것 투성이의 배낭여행이 젊은이들을 사로잡는 이유는 부족함 속에서 부딪히는 매순간의 긴장감과 갖은 노력 끝에 위기를 극복했을 때의 쾌감,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흥분, 때로는 나락에 떨어져 뒹구는 자신에 대한 방관자적 관조가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을 즐기려면 투혼이 있어야 한다. 경기에 지는 한이 있더라도, 지는 것이 뻔하게 예견되더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불퇴전의 투혼만 있다면 골프를 열정적으로 할 수 있으며 최후의 패배에도 어깨를 펴고 당당할 수 있다.

쉽게 경기를 포기하면 지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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