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느끼게 하는 코미디
톰 행크스는 영화에서 보면 항상 행복하게 보인다. 사생활은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영화에서 보이는 모습은 재미있다. 힘든 상황에서도 어쨌든 해피엔딩을 맞을 것 같은 인물이다. 그가 감독하고 각본을 쓰고(니아 발다로스와 함께) 주연을 한 <로맨틱 크라운> 역시 그런 영화다. 영화가 시작하면 월마트 비슷한 유마트에서 열심히 일하는 래리 크라운(톰 행크스)을 볼 수 있다. 그는 경영진에게 불러서 가는데, 그만 해고통보를 받는다. 래리는 나이가 많아서 승진 연한에 걸리고, 승진을 위해서는 대학 졸업장이 있어야 하는데, 그에게는 대학 졸업장이 없다. 갑자기 직장을 잃어버린 래리. 여기저기 다른 직장을 알아보지만 취직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는 대학 졸업장을 위해 커뮤니티 칼리지에 등록한다.
미국은 커뮤니티 칼리지 제도가 잘 되어 있다. 래리처럼 재교육을 위한 사람들을 위해 적은 비용으로 대학을 다닐 수 있게 커뮤니티 칼리지가 존재한다. 한국의 대학처럼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있지 않고, 시민들의 교육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것이다. 나이든 중년의 아저씨는 커뮤니티 칼리지로 공부하러 간다. 등록처에 있는 교직원이 스피치 수업에 가보라고 권유한다. 그 수업은 아침 8시에 시작하는데, 담당 교수인 메르세데스 타이노(줄리아 로버츠)는 그렇게 일찍 수업을 하는 것이 싫다. 그 수업은 아홉 명이면 폐강이 된다. 타이노가 수업을 들어가 학생 수를 세보니 딱 아홉 명이다. 그래서 그녀는 수업이 폐강되었다고 말하는데, 그 순간 한 학생이 헐레벌떡 들어온다. 바로 래리 크라운이다.
이제 영화는 한 나이든 아저씨의 좌충우돌 대학생활을 보여준다. 사실 그렇게 좌충우돌은 아니다. 래리는 탈리아(구구 음바사-로)라는 여학생을 만나게 되는데, 그 여학생은 래리의 스타일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점점 래리는 아저씨 스타일을 벗어던지고 쿨한 대학생으로 변신한다. 경제적 이유로 그는 스쿠터를 타고 다니는데, 탈리아는 그를 스쿠터 갱에 가입시킨다.
그런데 교수인 타이노는 삶이 행복하지 않다. 그녀의 남편은 집에서 놀면서 수영복 입은 여자들 사진을 보려고 인터넷 사이트나 뒤지고 있다. 자신을 블로거라고 말하는 그 남편은 사실 하는 일은 여자 사진이나 들여다보고 댓글이나 달고 있는 처지다. 그러면서 항상 남자라고 큰소리를 친다. 타이노는 그런 남편 때문인지 위스키와 얼음을 믹서로 갈아 스무디를 만들어 마신다. 삶이 괴로운 타이노는 수업을 할 때도 항상 시니컬하고 심드렁하다. 물론 그녀가 그런 상태에 계속 머무는 것은 아니다. 짐작하겠지만, 그녀는 래리를 만나게 되었으니까......
톰 행크스가 만들고 연기하는 영화답게 이 영화는 재미있다. 대사들은 재치가 있고 웃기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예를 들어, 탈리아는 엉덩이 위 허리에 문신을 새겼다면서 래리에게 보여준다. 문신은 한자인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심지어 그게 한국어인지 일본어인지 중국어인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 문신은 '加油'였다. 콩글리쉬로 '파이팅'이라는 의미인 그 중국어 문신을 보더니 래리는 그 뜻이 'soy sauce'라고 말해준다. 사실, 래리가 처한 상황은 아주 심각하지만, 그는 잘 헤쳐 나간다. 해군에서 취사병이었던 그는 카페에서 자신의 주특기인 프렌치 토스트를 만드는 일을 하고, 성공적으로 타이노의 수업을 들으며, 한 학기를 마친다. 여기에 아주 고통스런 고민이 끼어들 틈은 없다. 하긴 이 영화는 톰 행크스가 나오는 작품이 아닌가?
그것을 두고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 꼭 영화가 심오한 주제를 전달해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 말이다. 이 영화처럼 계속 웃다가 기분 좋게 극장문을 나설 수 있다면 그것도 또한 좋은 일이 아니던가? 타이노 교수 역할의 줄리아 로버츠는 그 캐릭터에 아주 잘 어울린다. 톰 행크스와 줄리아 로버츠는 오랜만에 좋은 연기호흡을 보여준다. 타이노의 동료 교수로 나오는 팸 그리어의 모습도 반가웠다. 이렇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모두가 유쾌하고 행복할 수 있는 영화, 바로 <로맨틱 크라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