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호주 광산업계와 예술계의 상생 > 이색도시 문화탐방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이색도시 문화탐방


 

[호주] 호주 광산업계와 예술계의 상생

페이지 정보

작성자 Angel 댓글 0건 조회 1,993회 작성일 14-03-01 05:02

본문

글 : 차신영(호주 Macquarie University 대학원생)

요즘 호주 광산업계는 역사상 최대의 호황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15년에서 25년 동안 이런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자연스레 호주 주정부는 광산업계에서 어마어마한 세금을 걷어 들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광산업계의 호황과 예술계는 어떠한 관계가 있을까.

호주 예술계에서는 요즘 광산업과 예술분야를 직접 연결하는 파트너십을 구축해 광산업에서 유입되는 막대한 세금의 일부를 예술계로 유입하려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사실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예술조직에 있어 광산업계는 공통분모라고는 하나도 없을 것 같은 폐쇄적이고도, 감히 범접하기 힘든 거대 산업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호주 예술계 내부에서는 이러한 예술과 광산업의 확연한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평이다.

최근 호주의 유명 공연 및 연극 프로덕션인 Yirra Yaakin사는 거대 광산업 회사인BHPBilliton Nickel West사와 예술 스폰서십을 체결한 데 이어 퍼스 국제 예술 축제 파트너십을 계기로 광산업계를 주도하는 기업으로 손꼽히는Chevron 과 B C Iron Pty Ltd 사와 재정지원을 약속 받았다. Yirra Yaakin사의 딕슨 오젠벌그(Dickon Oxenburgh) 예술부장은 거대 광산기업들의 재정지원에 힘입어 그 동안 Yirra Yaakin사가 펼쳐오던 예술을 넘어선 광범위한 예술을 전략적으로 실천하게 되었으며, 광산기업들의 지원 없이는 꿈도 꾸지 못했던 예술 활동이 비로소 가능해 졌다고 말한다. 사실 광산이 펼쳐져 있는 대부분의 지역은 호주 중북부의 사막지역으로, 시드니나 멜번 같은 대도시처럼 예술시설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게 현실이지만, 이런 광산기업들의 도움으로 이처럼 예술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에 예술을 폭넓게 파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광산산업은 최근 몇 년 동안 예술업계의 거물급 스폰서로 자리매김을 했고 유망한 예술인 및 예술협회가 감히 도전할 수 없었던 예술분야의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광산업계는 예술이라는 수단을 이용해 예술계와 광산업이 몸담고 있는 공통의 커뮤니티에서 이익창출이라는 목표를 토대로 더욱 확고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상생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그 동안 형성되었던 광산업계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과거 ‘광산업은 무조건 나쁘다’라는 부정적 인식에서 ‘광산업이 지역 예술계를 활성화 하고 있다’라는 인식으로 서서히 바뀌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무분별한 재정지원 열풍으로 인해 예술업계와 광산업계의 장밋빛 미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다시 말해, 광산업계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예술기관들이 지원금을 이용해 앞 다투어 고가의 예술장비를 사들이고, 프로젝트를 무분별하게 진행하게 됨으로써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광산업계가 예술계에 있어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호주 역사에서 광산업은 지역 예술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는 평이 지대하며, 광산업계의 호황은 즉 예술계의 발전과 함께 간다는 공식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례로, 1880년대 빅토리아 주의 골드러시가 한창일 때 세워진 멜번박물관은 지금까지도 멜번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그 자태를 뽐내고 있으며, 1890년 서호주 골드러시 때 걷은 막대한 세금은 서호주박물관, 주립도서관, 아트갤러리 건설에 쓰였다. 1960~1970년대의 철광석 러시 때는 퍼스 콘서트홀 및 알렉산더 도서관이 세워지기도 했다.



광산업계에서 예술계에 재정지원을 하는 것은 이미 필수코스가 되고 있다고 호주 광산협회(Australian Mining)는 밝히고 있다. 최근에는 퍼스의 광산호황으로 퍼스해양박물관 및 주립연극센터가 세워졌고, 호주 광산업계의 대부인 앤드류 포레스트(Andrew Forrest)가 서호주아트갤러리의 기금모금 캠페인에 3백만 달러와 주식 3백 7십만 달러를 서호주의 4대 공연예술기관에 나누어 기부하였다. 이러한 기부는 하나의 작은 예에 불과하다. 이런 재정지원 열풍에 대해 호주 철광협회(Iron Ore and Australia)의 샘 월쉬(Sam Walsh) 이사는 철광 및 광산업에서 특히 예술계에 재정지원을 하는 것은 광산업에 대한 지역공동체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함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예술계 및 광산업계 모두에 막대한 플러스가 된다고 말한다.



기부금이 쓰이는 형태는 위의 예술시설의 구축에서 영화제작까지 다양하다. 최근 개봉한 두 편의 영화 ‘레드 독’(Red Dog) 과 ‘매드 바스타즈’(Mad Bastards)는 재정난으로 인해 촬영중단까지 갔던 영화로, 광산업계의 후원금으로 극적으로 제작을 마칠 수 있었다. 이 두 편의 영화는 광산이 분포되어 있는 서호주를 배경으로 광산회사들이 분포한 서호주 지역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그려낸다고...

혹자는 ‘한 지역의 산업은 산업이요, 공동체는 공동체’라는 이분법적 잣대를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광산업계의 예술기금 지원은 결국 ‘산업은 사람이 이끄는 것이고, 이들은 바로 그 지역사회의 일원’이라는 가치관에서 지속될 수 있었다. 예술계와 광산업계, 둘의 공존관계는 일방통행이 아니다. 광산업계가 자신들에 대한 이해도 및 인식을 제고하려고 애쓰는 만큼 광산업계는 광산업의 가치를 재창출 할 수 있는 창조적 인재가 필요하며, 이런 창조적 인재의 육성 저변에는 예술이라는 필수요소가 깔려있다. 바로 예술은 우리 자신을 새롭게 하고 다른 길로 안내해주는 안내자이자, 우리 자신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게 도와주는 매개체이기 때문은 아닐까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