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냐, 신념이냐의 선택-벨리니의 <청교도> > 알고봐야 오페라

이작품은 월터 스코트의 소설과 프랑수아 앙슬로와 크사비에 생틴 공작의 희곡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아름다운 선율이 넘치는 오페라로도 유명합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청교도 기사 리카르도는 전쟁에 나가기 전,발톤경으로부터 그의 딸 엘비라를 아내로 주겠다는 언질을 받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발톤 경의 마음이 변하자 자기 처지를 못내 한탄합니다.
한편 엘비라는 마음이 딴 데 가 있습니다.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은 리카르도가 아니라 아르투로였기 때문입니다. 엘비라는 숙부에게서 아루투로와 결혼할 수 있게 아버지를 설득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기뻐합니다. 드디어 결혼식이 다가오지만,어찌된 셈인지, 아르투로는 카를로 1세의 미망인인 엔리켄타를 구출하기 위해 그녀와 어딘가로 달아나 버립니다. 사정을 모르는 엘비라는 자기 남편될 사람이 다른 여자와 도망친 것으로 오해해 그만 실성한 상태에 놓이고 맙니다.
그러나 그후 두 사람의 오해는 풀리고, 엘비라는 다시 제정신으로 돌아와 축복속에서 막이 내립니다.
사랑이냐, 신념이냐 하는 선택의 문제는 오랫동안 수많은 문학작품과 예술작품에서 하나의 고정된 주제가 되어 왔습니다.
그 속에는 사회적 가치관이나 도덕관 때문에 단념해야 하는 사랑도 있고 자신의 일과 성취를 위해 그만 둬야 하는 사랑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토록 해묵은 주제가 끝없이 사랑받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의 인생에는 그런 선택의 순간들이 끝없이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에서 아르투로는 사랑과 신념 앞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고, 끝내 신념을 선택합니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엘비라와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고 왕비를 구출하기 위헤 그녀와 도망가는 쪽을 택한 것입니다.
특히 남자들에게 일과 신념은 흔히 사랑보다 우위에 놓이는 걸 봅니다. 요즘의 연애에서조차, 일이나 신념이 사랑보다 더 중요한 남자들은 많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성장과정과 교육 환경이 남자들로 하여금 일과 신념을 우위에 두도록 영향을 미치는 건 분명합니다.
하물며 그 옛날 기사들에게 신념이 사랑보다 우위에 놓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반면 내용을 모르는 엘비라로서는 좌절하고 상처받는게 당연합니다. 설령 사정을 알았다 해도 사랑보다 신념을 택하는 남자를 그녀가 얼마나 이해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아무튼 인생의 슬픔 중에서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이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받는 좌절입니다. 엘비라가 실성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다행히 엘비라는 나중에 다시 돌아온 아르투로의 마음을 알고 정신을 차립니다.
그렇게 해피엔딩인 건 분명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여자는 남자에 의해서만 구원받는 존재인가 하는 데 대한 의문은 남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