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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 미학으로 태어난 코리안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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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저 댓글 0건 조회 2,838회 작성일 12-02-2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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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 미학으로 태어난 코리안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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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이란 어느 한 세대의 케케묵은 노스탤지어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소 지루하고 교훈적인
그 무엇. 그러나 실상 전통이란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어떤 끈 같은 것이었다.” 배낭 여행 전문가
박혜영 씨가 쓴 「히피의 여행 바이러스」책에 나온 이 한 구절 속에는 전통에 대한 ‘현재’ 우리의
시각, 깨달음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예전만 해도 한옥은 살기 불편한 춥고 좁은 공간이었고, 자개장은 촌스러움의 대명사였다. 한옥을
탈출해 주택으로, 아파트로, 주상복합 아파트로 가야만 발전적인 삶, 문화적인 생활을 향유하는
것이라 여겼다. 주거 형태가 바뀌었으니 그 안의 가구와 생활 소품 또한 이와 같은 변화를 지향해야
한 것은 당연지사. 어머니가 시집올 때 혼수로 마련한 자개장은 재활용 센터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만큼
종적을 감춘 지 오래, 미끈하게 빠진 화려한 컬러의 모던 가구와 화려한 유러피언 앤티크 가구가 우리
공간을 점령했다. 하지만 이 획일적인 공간과 국적 불명의 디자인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은 아무런 영향력 없는 물체에 불과했다.
 
부모와 자식, 세대를 아우르고 공간과 문화를 하나로 엮어 줄 공통 분모란 어느 곳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모던한 공간과 가구를 보고 부모와 자식 어느 누구도 이를 우리 문화의 ‘뿌리’라 여길 수 없고,
감흥도 얻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에 대한 자각과 반성이 일기 시작했다. 전통이란 케케묵은 촌스러운 것이
아니라 무한한 디자인의 보고라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우리 생활에 점점 변화와
혁신을 제안하고 나선 것. 최근 디자인 분야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코리안 스타일의 재발견’은 바로 그
대표적 사례로 우리에게 전통의 아름다움은 물론, 모든 세대를 하나로 아우르는 문화적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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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 미학으로 태어난 코리안 스타일
최근 디자인 분야에서 상종가를 달리는 코리안 스타일의 재 발견. 이는 사실 하루아침에 이뤄진 성과는 아니다. 누구나 알고 있듯 전통의 재해석이란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 디자인계의 화두로 끊임 없이
회자된 것 중 하나다. 하지만 근래 높은 호응을 얻게 된 코리안 스타일은 오랜 시간 전통에 대한
진지한 연구와 깨달음이 뒷받침 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전통의 재해석이란 색상이나 형태 등 전통 유물의 외형에서 모티프를 차용한
시각적 유사성을 강조한 1차원적인 디자인이 대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현실과의 연관성을
무시한 채 해석 아닌 차용으로 도입된 전통 모티프는 결국 촌스러운 전통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었다.
 
그런데 지금의 전통의 재발견이란 기본에 충실하고 현실과의 조화를 꾀한 고도의 계산이 낳은 예술품이라는 데서 획기적인 차별성을 지니고 폭발적 반응을 얻는다. 이른바 전통의 컨템포러리 디자인화가 그
핵심 요소. 
“아무리 전통이 독특하고 독창적인 요소라 해도 현실과 유리된 것이라면 감흥을 얻기 힘듭니다.
외국에서 유학하고 활동할 때는 확실히 한국적 디자인이 그들 디자인과 변별성을 갖게 하는 요소가 될
수 있지요. 하지만 외국인이나 우리 나라 사람들이나 현실적 감각이 없는 전통 디자인에 매료되진
않습니다.”
현재 모던 코리안 컨템포러리 디자인 가구를 선보이며 국내외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는 디자이너
하지훈 씨. 한국적 정서가 느껴지지만 모던한 공간에서도 세련되게 어우러지고, 실용성 또한 뛰어난
그의 가구는 그가 유학생활을 포함한 10여 년의 연구 기간을 통해 깨달은 성과다.
 
무엇보다 전통을 제대로 현대화하기 위해서는 그 기본 원리를 충실히 이해해야 하고, 기본기를 탄탄히
다진 후에는 보편 타당한 실용적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이 정석임을 채득한 하지훈 씨. 그가 돗자리를
모티브로 한 좌식 등받이 의자는 무형문화재 장인들에게 사사 받고 협력한 결과 탄생한 디자인으로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혁신적 디자인이요 우리에게는 편안한 정서적 안정감을 선사하는 친숙한
디자인이다.

한편 오랜 시간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 패브릭 디자인에 정진해 온 모노콜렉션의 장응복 대표의
작품은 일찍이 코리안 스타일이 나아갈 바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 서구화된 주거 문화에서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침구 디자인은 물론 전통 생활 용품에 깃든 지혜와 멋, 예의를 오늘에 맞게 되살려
기품 있는 우리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한 가구와 쟁반, 함 등은 정말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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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이해하는 교양, 전통을 음미하는 여유
21세기를 사는 사람들에게 정서적 감흥과 실용성을 동시에 제공하는 코리안 스타일은 한층 성숙한
디자이너의 심미안과 진지한 연구가 뒷받침 된 쾌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빠질 수 없는 또 한
가지 요소는 바로 전통을 대하는 사람들의 교양과 여유의 수준이 확연히 높아졌다는 것이다.
단일 민족의 특성이 짙은 문화가 팽배한 우리 사회에서 전통이란 아이러니하게도 일종의 강박관념으로 존재한 것이 사실이다. 왜 우리 것이 좋은 것인지 깨닫지 못한 채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구호
아닌 구호에 얽매여 있어야 했고, 전통 사극과 국사는 재미가 없어도 의무감에 보고 배워야 했다.
 
하지만 진정한 문화란, 정서란 자연스럽게 삶과 생활 속에서 접하고 향유할 수 있어야 하는 법.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된 퓨전 사극은 다양한 볼 거리와 함께 우리 문화를 흥미롭게 접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 안에서 한국적 아름다움에 대한 감동과 호기심은 젊은 세대들로 하여금 우리 역사와 전통 예술을
스스로 찾아 보고 즐기게 하는 동기가 되었다.
 
최근 3~4년 간 인기를 끈 드라마의 대부분이 전통 사극과 퓨전 사극이었고(드라마 ‘대장금’, ‘궁’,
‘다모’, ‘황진이’ 등은 전통의 아름다움을 다각도에서 만끽할 수 있다) 드라마 속 인테리어를 보더라도
한옥과 한국적 정서를 반영한 공간 디자인이 ‘상류층’ 코드(드라마 ‘가문의 영광’과 ‘꽃보다 남자’에
등장하는 한옥과 한옥을 모티프로 한 저택이 대표적인 예)로 제시될 만큼 코리안 스타일은 현재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는 디자인 코드라 할 수 있다.
한편 전통을 이해하고 즐기는 수준이 높아지면서 코리안 스타일은 한층 업그레이드 되는 추세.
드라마 ‘궁’의 무대 감독을 담당한 민언옥 씨의 의견을 따르면 ‘상상에 기반한 입헌군주제의 조선
황실을 재현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은 단순한 상상력으로는 완성하기 힘든 작업’이라고. 전통을
고증하는 것은 기본, 시공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과 감각이 더해져야만 시청자의 높은 안목을 충족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남이 만든 가구’를 우리 집에 놓기 싫다는 생각에서 전통 가구를 현대화한 디자인을
생각했지요. 워낙 우리 고가구가 멋지다고 생각했지만 이를 현대 공간에 적용하려니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이 좋겠다 싶었죠.” 건축가 유이화 씨와 전방위 디자이너 박창욱 부부. 이들은 한국 고가구를 보다
넓은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전통 가옥에서 울타리로 사용했던 대나무를 가구의 유닛로 활용한 것.
대나무의 마디 마디를 하나의 유닛 단위로 설정하고 이를 테이블 선반과 다리, 파티션으로 조합할 수
있게 디자인했다. 실제 대나무는 아니지만 이와 똑같이 생긴 유닛을 잇다 보면 사방 탁자와 같은
책장이 완성되고 자개 상판을 매치하면 좌식 탁자가 탄생한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이 신선한
디자인은 작년 밀란 국제 가구 박람회에서 국제적 관심을 받은 것은 물론 상품화에 착수한 상태.

결국 이전의 세대보다 한층 글로벌한 시각과 마인드를 지닌 젊은 세대와 디자이너의 역량은 전통의
아름다움을 인정하되 한국적인 것만 고집하지 않는다. 전통에서 개성을 찾지만 여기서 ‘튀어보겠다’
얄팍한 꼼수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우리가 잊고 있던, 아니 몰랐던 전통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한 그들은 무한한 상상력을 가동시키고 새로운 창작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고 만끽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지금 코리안 스타일은 컨템포러리한 코리안 디자인의 눈부신 발전 외에 실제 전통
장인이 고집스레 만든 정통 공예품에 이르기까지 한층 그 미적인 시각이 넓혀지고 있는 추세다.   
 
 
진정한 정통성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新 코리안 디자인
한국적 디자인, 컨템포러리 코리안 디자인이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힘을 실어주는 소식 하나가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해 10월,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는 손내옹기 이현배 작가의
달항아리, 이경한 작가의 백자구름문 찻주전자 등이 포함된 한국의 수공예품 12점을 ‘유네스코 우수
수공예품’으로 선정했다. ‘유네스코 우수 수공예품 선정 프로그램’은 사라져가는 전통공예품을
보호하고, 현대생활에 맞는 새로운 공예품 제작을 지원하고자 유네스코가 각 국가별 공예전문기관과
협력하여 추진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한국에서는 (재)한국공예문화진흥원이 프로그램 참가를
지원하고 있다.
 
이번에 선정된 작품은 예술적 기술의 우수성, 전통과 창의성의 결합, 환경보호에 기반을 둔
재료와 생산기술, 상품성 등의 항목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야만 선정될 수 있는 것으로 한국,
몽골, 중국 3개국이 출품한 수공예품 118점 중 29점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는데, 그 중 절반에
해당하는 12점이
모두 한국 작가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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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상은 사라져 가는 전통 문화의 정통성을 지키되 이를 보다 현대적, 국제적 미학으로 승화시킨
무형문화재 및 장인들의 디자인 감각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음은 물론, 이는 보다 완성도 높은 코리안
스타일을 제시하며 국내 작가들의 디자인 수준을 한층 끌어올리는 동기가 되었다.

이제 명실공히 코리안 스타일의 미적인 감흥과 실용성이 누구에게나 다정다감하게 공감을 얻고 있는
요즘, 그 열풍은 보다 체계화된 상품 개발과 홍보를 통해 안정된 문화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전통 민화와 풍속도의 아름다움을 존중한 벽지 브랜드에서는 이를 활용한 벽지 디자인을 오래 전부터
개발, 보급하고 있으며 전통 장인과 현대 디자이너의 협업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가구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 체계적 시스템을 갖추고 브랜드화시킨 제품이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전주의 전통 공예 장인 9명과 인테리어 디자이너 겸 아트디렉터 김백선 씨가 협업 중인 ‘온’(www.onlife.or.kr)은 전통 한지와 목재의 미를 현대 공간에 어우러지는 콘솔과 테이블 등으로
표현되면서 ‘소박하면서 고급스럽고 화려하지만 자연스러운’ 멋을 전하며 전통의 매력을 한껏 선보이고 있다.
단순한 기념품 개념에 지나지 않던 전통 공예품이 세계적 감각과 실용성을 지닌 코리안 스타일로
거듭나기 까지, 실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지금의 신 코리안 스타일은 아직 앞으로 나아갈 길을 고려한다면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것이
현실. 한국 전통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 그리고 장인정신을 존중하고 발전시키는 한 미래의 신
코리안 스타일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닌 당연한 고유명사로 우리 생활 문화에 풍부한 정체성과
고유성을 전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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