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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플라쥬(Paris Plage) 세느강 인공해변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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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ngelica 댓글 0건 조회 2,627회 작성일 14-02-1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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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주희(프랑스 거주 일러스트레이터)

여름은 프랑스인들에게 바캉스의 계절이다. 프랑스에는 ‘생활비는 아낄 수 있어도 바캉스에 쓰는 돈만큼은 아끼지 않는다’ 또는 ‘바캉스를 위해 나머지 일 년을 참고 일한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프랑스인들의 바캉스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우리나라에서 바캉스라 하면 휴가의 의미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프랑스인들에게 바캉스란 쉰다는 의미 이상의 ‘여행을 떠나는 것’ 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일상을 내려놓고 떠나 생각을 전환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바캉스는 프랑스 인들에게 있어 중요한 연중행사 중 하나이다. 매해 7~8월이면 파리시민들은 바캉스를 떠나고 파리는 관광객들로 가득 찬다. 프랑스는 한때 여름이면 모두가 바캉스를 떠나는 나라였지만 최근에는 어려운 경제난으로 인해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바캉스에 프랑스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는 전용기 대신에 고속열차를 이용해 검소한 모습을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설문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42%가 올해의 바캉스를 포기했다. 고소득층의 80%가 바캉스를 떠날 것이라고 답한 반면 저소득층의 63%가 바캉스를 떠나지 않겠다고 답해 바캉스 포기는 저소득층에 집중됐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 듯 올해 세느강변에 만들어진 인공해변 ‘파리 플라쥬’(Paris Plage)에는 많은 파리시민이 몰려들었다.

▲ ‘2012 PARIS PLAGE’ 포스터파리 해변이란 뜻의 파리 플라쥬는 매년 7~8월 여름 바캉스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세느강변에 개장하는 인공해변이다. 바다에서 약 200km 떨어져 살고 있는 파리시민들은 여름 바캉스 기간이 되면 바다를 찾아 북쪽의 노르망디, 서쪽의 브르타뉴, 남쪽 지중해 부근으로 바캉스를 떠난다. 이 행사는 열악한 경제사정, 바쁜 도시 생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파리시민들을 위로하고 대부분의 상점과 공공시설들이 문을 닫는 휴가철 파리를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기 위해 2002년 좌파출신의 베르트랑 들라노에(Bertrand Delanoë) 파리시장이 우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실행한 행사다. 우려와는 달리 첫 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후 시민과 관광객들의 큰 호응을 얻어 매년 그 규모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행사이다. 이 행사를 위해 파리시는 세느강의 차도를 통제하고 보행자 도로로 만든 후 천여 톤이 넘는 모래를 날라 인공 모래사장을 조성한다. 뿐만 아니라 해변 분위기를 내는 수백 개의 파라솔과 목재 화분에 심어진 야자수도 임시로 설치된다. 세느강둑에는 책을 빌릴 수 있는 간이 도서관이 들어서고 음악회, 연극, 전시회, 영화 시사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방문객들은 무료로 입장하여 여러 가지 문화 시설과 행사, 해변 스포츠, 일광욕 등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프랑스의 다른 해변과는 달리 안정상의 이유로 강에서 수영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오늘날 파리 플라쥬는 프랑스 내의 다른 도시들뿐 아니라 베를린, 브뤼셀, 프라하, 부다페스트 등 유럽 곳곳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11번째로 열리는 파리 플라쥬는 세느강변과 파리 북쪽의 라빌레트(La Villette) 두 군데로 나뉘어 총 2km에 걸쳐 인공해변이 설치되었다. 이를 위해 약 4천 톤의 모래와 44개의 야자수, 45개의 보트와 매트리스, 접이식 의자, 파라솔 등 약 9백 개의 가구, 11개의 간이식당 등이 4박 5일에 걸쳐 설치되었으며 오전 8시부터 자정까지 무료로 입장 가능하다.

▲ ‘2012 PARIS PLAGE’ 설치 작업

이번 2012 파리 플라쥬를 구성하는 프로그램은 크게 문화, 스포츠, 어린이 3가지의 분야로 나누어졌다. 문화 부분에는 전시, 음악 콘서트, 영화관람, 청소년을 위한 문화공간 마련, 간이도서관. 스포츠 부분에는 태극권 배우기, 공굴리기 놀이, 댄스, 미니 골프, 조정, 카약, 범선타기, 페달보트, 탁상미니축구놀이, 아크로바틱 자전거타기 체험 등이 마련되어 있으며 어린이들을 위해 고고학 워크숍, 환경과 생물학 교육, 댄스파티, 모래 놀이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특별히 올해는 올림픽을 맞아 시청 앞 광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여 올림픽 기간 동안 시민들이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였다. 파리 플라쥬에 대해 파리 시민들은 “파리중심이 시민들에 의해 재투자되어 활기를 띄는 것은 좋다”,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가진 않지만 이런 행사가 파리에서 열리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이다”, “바캉스를 떠날 방법이 없는 이들에게 아주 좋은 참신한 아이디어라 생각된다” 등 대부분이 이 행사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2012 PARIS PLAGE

진짜 해변가에 있는 것만은 못하겠지만 파리 플라쥬가 제공하는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과 놀이공간, 쉼터 등은 바캉스를 떠나지 못한 파리시민들과 파리를 찾은 관광객에게 바캉스의 기분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국립사회연구소 소장 비아르는 바캉스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모든 사회는 생활의 리듬을 변화시켜 줄 의식이 필요하다. 휴가는 일상과의 단절이다. 이러한 단절을 겪고, 일상에서 보지 못하는 완전히 다른 나라, 다른 문화, 다른 풍경들을 누리고 난 후 사람들은 더욱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다. 생각을 환기시키지 못한 채, 일상을 반복한다면, 우리의 일은 효율적일 수 없다. 사회는 점점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자유시간을 늘여오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지금처럼 이동성이 강화된 사회에서, 떠나지 않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건 일종의 장애다. 바다를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은 사회적 장애인이 되어 버린다.”

프랑스인들에게 바캉스란 ‘자유시간을 갖는다’는 의미에 ‘스스로 행동적이 된다’ 라는 의미가 더해져 휴식과 활동을 통해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휴식 속에서 또 다른 인생의 가치를 발견하는 창조적인 역할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인지 프랑스인들이 바캉스 기간 동안 하는 일을 살펴보면 휴식 다음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문화체험이다. 실제로 프랑스인들은 휴가를 문화체험과 밀접히 연관시킨다. 도시, 문화유산 방문, 축제 참가, 박물관 탐방 등 다양한 문화활동을 즐긴다. 바캉스가 끝나고 학교와 회사 등 일이 시작되는 9월을 프랑스어로 la rentrée(라 헝트레)라고 부르는데, 이는 회귀, 복귀, 귀환 등의 뜻으로 일상생활로 돌아감을 의미한다. 긴 바캉스 기간 동안 자신만의 자유시간을 잘 이용하고 심신을 재충전하여 다시 사회로 되돌아간다는 것이다. 파리 플라쥬를 통해 본 프랑스인들의 바캉스에 대한 열정은 휴식이 일상생활의 유지와 발전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 파리 플라쥬(Paris Plage) 홈페이지 http://parisplages.paris.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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