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낙수 ( 제 8 신) -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내 모습을 보았오 > 순레자이강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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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낙수 ( 제 8 신) -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내 모습을 보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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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MART 댓글 0건 조회 894회 작성일 14-10-0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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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부터 줄기차게 비가 내린다. 순례자들 낯빛이 어둡다. ‘이베리아’반도 머리위의 영국과 아일랜드가 궂은 날씨면, 다음날 여기 고원에는 비나 눈이 온단다. 판초로 몸과 짐을 감싸고, 바지는 양말 안으로 넣고, 무거운 발걸음을 숙명인체 걸어 나간다. 아침 출발시는 경쟁하듯 명랑한 인사를 나누다가도 두 세 시간만 지나면 지처서 엷은 미소로 인사를 대한다.  

천기가 차츰 진눈개비로 변하면서 앞선 사람들의 모습이 안보이네. 신경을 곤두 세우고 금색조개 와 화살표를 살피는데 상당한 거리를 가도 눈에 띄지 않는다. 차츰 겁이 들고 미심쩍은 마음으로 계속 걸으면서 온 길을 반추해 봤지. 그냥 곧장 걸어 왔다는 생각뿐 잘못을 찾을 수 없었는데..,

저 앞 눈발 속에서 여나문 명의 판초부대가 거꾸로 오며 내게 손짓으로 U-Turn 하란다. 그렇구나, 어디선가 빗나갔구나!  이 와중에 어느 남녀는 언쟁을 한다, 자기 여자 파트너가 고집을 부렸다고. 오는 도중 오른쪽 언덕길로 오르는 순례객을 보고 그쪽으로 따라 가자고 했는데, 여자가 앞선 무리를 그대로 따르자 했다나? 그렇지 ! 오늘 행로에는 높은 고개가 있었지..!  일행을 만나 안도감이 생기자, 판초속 온 몸은 땀 범벅이고, 찬 눈이 얼굴에 붙어 있는것도 느끼질 못했구만.

결국 70여분을 허비하고 제 코스로 들어설수 있었지. 이 못난 일행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며, 말소리도 높아 진다. 원인이 무엇이었나 생각해보니 차질은 눈이 길 표식을 덮어버렸고, 또 갈래 길이 있을 때 부지불식간에 평탄한 길로 가고픈 본능 아니었겠나? 

Robert Frost 가 ‘가보지 않은 길’ 에서 한 말이 있었지.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나는 어디에선가 한숨을 지으면서 이야기 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아무도 쉬고싶다는 말이 없다, 잃어버린 시간을 make-up 하려고. 나 역시 일행에서 낙오되지 않으려고 힘들게 보조를 맞추고 있지,  패권을 잃은 수사자 처럼. 오늘의 실수는 경험 많은 이 중노인의 지혜로 얼마든지 젊은이들을 선도 할 수도 있었을텐데.., 아쉽구나.

한 여자가 가시덤불 속으로 들어간다. 볼일이 있는 게지. 그 틈을 타 서로 등쪽의 판초를 걷어주고 배낭끈을 풀어 먹거리를 꺼내준다. 끈끈한 동료애가 느껴지네. 그 여성이 어색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내가 바나나 하나를 건네 주었지. 이럴때는 나이먹은 사람이 나서서 분위기를 띄워주는 것이 더 어울리지.  좀 더 쉬고 싶은 마음에서, “용변 보고싶은 여성 더 없소? -“ Any more lady nature calls? ” -  폭소가 터진다.

‘사하군’ 이란 도읍으로 들어간다. 성당이 중앙에 위치하고, 돌로 포장된 광장 모퉁이에 있는 순례자휴게소가 비와 눈으로 앉기가 어렵다. 이를 측은하게 여긴 성당측이 본당옆의 기도실을 개방하여 점심을 먹도록 선처해 주는 교직자의 자애로운 모습에 빵을 씹는 내 목이 메인다.

어느 구석에서 웃고 떠드는 우리말이 들려오네, 성당 안에서..!  조금 전의 감복이 깨지며 노여움으로 바뀌더군. 그쪽으로 다가가 “반갑네, 한국인들 만나서” 하며 살피니, 20대의 잘 생긴 두 여성이 되받아 인사를 하는데 20대와 30대의 남자 넷은 인사도 미소도 없다.  “여기는 성당안 이니 타국 사람들처럼 조용히 해 줘야죠!” 하고 노인의 티를 냈지요 - 좋은 학교를 나오면 무엇 하나, 가정과 학교에서 인성교육이 있어야지! 

남들과 주변환경을 의식하고, 남과 더불어 살 줄아는 시민의식을 갖춰야지.. . 한숨이 나온다. 그래도 동포라고 마지못한 침묵으로 주섬주섬 짐을 챙겨 앞을 스치는  30대 남성에게 아몬드 봉지를 튿어서 한 웅쿰을 집어주니, 그제야 “고맙습니다” 하는 인사다운 인사를 하더군. 일본인과 얽힌 셔츠와 독도 일이 후회되서, 다시는 셈하지 말고 마음에 떠오르면 그대로 베푸리라 하는 각오를 단단히 하였지.

점심 후, 멋지게 찬란한 성당 내부를 찬찬히 살피며, 성 야고보님의 기도실에 헌금을 하고 촛불을 몇 개 꽂았죠. 성모님 기도실에도 헌금을 하려는데 야고보님 보다 더 해야 할지 또 셈을 하는 내 속물근성이 몹시 추하게 느껴지더군.

저 아름답게 조각된 입체의 성모님이 당신 무릎위에 피 흘리며 죽은 예수님을 안고 비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은 평면의 사진틀 안에만 남아있는 우리 어머니가 군에 간 셋째 아들을 행방불명으로 잃고서 비통해하던  모습이 겹쳐 지더군. 한 여인은 아들의 죽음을 목격한 후  아들의 사체를 잃고(승천), 한 여인은  살아있던 모습의 아들만 기억할 뿐인데, 두 여인 중 누가 더 애절 했을지 생각에 잠겼다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내 모습을 보았오.

오후에 접어들며 아예 눈폭풍이다. 젊은이 몇명은 낮에 떠난 '사하군'으로 되돌아간다.

나는 진퇴양난이다. 절반의 짐을 택배로 저녁에 묵을 호스텔로 보내 놨으니.., 그대로 진행하자. 해병대 출신에게 후퇴란 없다. 여럿이 뭉쳐서 지혜를 모으며 나간다.  바나나를 받아먹은 ‘코스타리카’여성은 화가란다. 화구를 앞세워 보냈는데 젖지 않고 잘 도착했을까 걱정이다.

당신  몸 젖는 것을 간수하라고 말해줬지. 바람과 함께 들이치는 눈보라로 전진이 안된다. 영화에서나 보던 눈폭풍이다. 일열로 가도록 소리치고 남자들이 20분씩 교대로 앞장을 서도록 정리해주자 나를 보는 모습이 사뭇 달라졌다. 커리어솔져 ( 직업군인 ) 냐고 묻더군. 한국의 겨울은 춥고 산악지역은 눈이 많아 겨울 행보에 일열 종대의 행보로 훈련 받는다고 말하니, 저녁 테이블에서 내게 각양각색의 경례를 하더군. 서로에게 일행이 돼주어 고맙다는 인사들도 잊지 않고.

여기 순례길 식당은 영양을 갖춘 저렴한 값의 pilgrim's menu 를 제공한다. 대게 8인좌석의 테이블이다. 식탁에는 주인이 무료로 제공하는 와인 한 병이 놓여있다. 어디 한 병으로 끝나나. 주인은 선을 베풀어 천국이 보장되고, 순례자는 답례(?)로 몇 병을 더 따고. 선에는 선으로! 기실 이곳 와인값은 무척 저렴하다.

오늘은 인간들의 선한 모습을 많이 보았다. 티격태격 언쟁도, 강한 자기 주장도 함께 겪는 고행 속에 묻혀버리고 순화되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다. 진정한 인간가족의 면면을 생생하게 보았지. 그리고 올리브기름에 졸인 풋고추를 안주삼아 포도주를 한없이 마시며 밤이 깊어  가는 줄 몰랐다오. 내일 걱정은 내일 몫으로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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