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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번 도로를 달려가면 NJ- 4W를 타고 가다 208번 도로를 만나면 갑자기 차가 미끄러지듯 달린다. 라디오의 볼륨을 한껏 올리고 매끄러운 도로를 신 나게 달려가면 60여 종류의 허브가 심어진 작은 동산에 도달한다. 푸른색 보우 타이를 맨 장난기 넘치는 바깥주인인 정원사가 허브 한 잎 한 잎을 따서 주며 효능을 일일이 설명했다. 향기로운 허브향에 몸과 마음이 편안해 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돼지고기숙주찜, 해물쟁반국수, 허브꽃밥, 냉두부, 고추기름소스해물냉채, 생강소스참치회, 새싹탕평채, 아스파라거스 Vina…
작성자SAVORY 작성일 13-10-15 04:38 조회 1213 더보기
또 혀 간단한 상추 쌈 점심 초대라고 했다. 허나 그런 점심이 아니었다. 정성이 깃든 최고의 상차림이었다.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쌈 종류가 이렇게 많다니! 모든 쌈이 밭에서 갓 가져온 거란다. 작은 텃밭에 앉은 듯 풀밭 위의 식사는 즐거웠다. 지난 추석, 아는 지인이 음식을 장만해서 또 다른 지인의 집에 가지고 가 함께 한 점심이었다. 조금만 먹으면 불러오는 배가 원망스러울 경우가 바로 이런 상차림 앞에 섰을 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갓 김치에 케일 된장국도 그 이외도 일일이 기억할 수 없을 만큼 요리가…
작성자SAVORY 작성일 13-10-15 04:38 조회 1393 더보기
열리지 않는 뚜껑 주말 이른 아침, 아무도 걸어간 흔적이 없는 이스트 강가를 걸었다. 강가 모래밭에 오리와 갈매기의 발자국만이 이어졌다 흩어지며 물결에 희미한 자국을 남긴다. 오리와 갈매기들이 흩어진다. 체념하듯 움직이지 않는 갈매기가 있다. 다리가 하나뿐이다. 날기를 포기한 듯 아무런 동요도 없이 나를 응시한다. 먹이를 찾고 위험을 피해 재빠르게들 날아가는데 어쩌다 다리를 잃고 이 험한 세상에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승객을 나르는 선착장 난간에 기대어 배가 들어오고 떠나는 소리, 산책로 다리 밑을 치…
작성자SAVORY 작성일 13-10-15 04:38 조회 1269 더보기
브루클린에서 온 여자 바다로 달렸다. 파이얼 아일랜드까지. 지난주 9월 11일은 92도를 웃도는 날씨로 어찌나 찌는지 여름을 떠나 보내기 아쉬워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여름 내내 데워진 물은 아직 따뜻했다. 물에 들어갔다가 나와 뛰고, 물에 들어가고를 반복하며 모래밭을 뛰었다. 하늘을 나는 듯 기분이 상쾌했는데. 물가 언덕에 카메라 케이스 같이 생긴 가리개로 주요 부분만을 가린 초 늙은이들이 팔짱을 낀 채 두리번거린다. 아마도 짝을 찾는 것일까? ‘하이’ 하며 중년 남자가 반긴다. 멀리서 오며 보긴 …
작성자SAVORY 작성일 13-10-15 04:37 조회 1380 더보기
시간의 흔적 노트르담의 꼽추를 연상시키는 그녀의 뒷모습이 문을 나선다. “하이.” 하며 반겼는데도 대꾸가 없었다. 한 손으로 왼쪽 눈을 가리고 귀찮은 듯이 오른쪽으로 고개를 잠깐 들었다 도로 숙였다. 나를 쳐다본 것인지 아니면 벽을 향한 눈빛인지 알 수 없는 비웃는 듯한 굳은 얼굴은 대꾸도 없이 무거운 문을 밀었다. 영국 태생인 그녀는 한 달에 한 번, 매월 1일, 3시경에 내가 사는 건물을 방문했다. 젊은 시절부터 살았던 그녀의 아파트 리즈를 잃지 않으려고 오랫동안 이 건물에 살지도 않으면서 집세를 내러 온다는 …
작성자SAVORY 작성일 13-10-15 04:37 조회 1170 더보기
바다가 부른다 인간은 정녕 물에서 왔을까? 남편은 나를 ‘바다에 미친 여자.’라고 한다. 롱아일랜드 존스(Jones) 비치를 지나서도 한참을 더 가면 로버트 모세(Robert Moses) 비치가 있다. 모세 비치에서도 화이어 아일랜드로(Fire island) 가는, 등대 가까이에 있는 바닷가에 나는 즐겨간다. 바닷물이 여름 내내 데워진 늦여름 화창한 날, 바다가 부르면 달려가지 않을 수 없다. 빈속에 소주 한잔이 들어가면 갑자기 붕 뜨는 기분과도 같다고 할까?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맡기면 파도는 나를 …
작성자SAVORY 작성일 13-10-15 04:36 조회 1408 더보기
동쪽 끝 작은 마을 갑자기 삶이 멈춰진 공간 속에 놓인 듯 공허했다. 북적거리는 관광지를 벗어나 메인 주 US 1도로를 따라 올라갔다. 캐나다 접경 해안지역, 미국에서 가장 동쪽 끝에 있는 이스트포트(Eastport)까지. 점점이 안갯속의 작은 섬들은 언젠가 가 본 남해안 다도해를 연상시킨다. 황량한 작은 동네다. 인적을 거의 찾을 수 없는 언덕진 타운 중심가에 들어서니 마치 서부영화 세트장에 들어선 느낌이다. 전봇대와 드문드문 세워진 차량만 없앤다면 말이다. 몇몇 붉은 벽돌 빌딩들의 양식은 대부분…
작성자SAVORY 작성일 13-10-15 04:36 조회 1178 더보기
씁쓸한 만남 “아! 기분 나빠. 나 서울에 있으면 대접받는 사람이라고. 뉴욕에서는 왜들 이러지?” “안식년으로 서울을 떠났으니 서울에서 대접해주던 사람들 다리 죽 뻗고 있겠네.” 내 입도 참을 수 없었는지 시큰둥하게 툭 뱉어냈다. 오래전 유학시절을 함께 하다 서울로 교수가 되어 떠나 한국에서 사회적 후한 대접에 익숙해진 지인이 뉴욕에 와서 한 투정이다. 아니 뉴욕에서 고생하며 유학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몰라도 이곳 생활을 뻔히 알면서 누가 누굴 대접해야 한단 말인가? 로마에 가면 로마식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모양…
작성자SAVORY 작성일 13-10-15 04:36 조회 1170 더보기
소설을 쓰고 싶지만 “여행가~자.” “또?” “소설 쓰려면 뭔가 경험해야지. 하고많은 날 집에만 있으니 소재가 있어야 글을 쓰지.” “소설은 아무나 쓰나.” 남편의 쓴소리에 컴퓨터를 켜고 어린 시절 내 가정교사 이름을 구글에서 찾아봤다. 없다. 이리저리 아무리 찾았지만, 아예 없다. 대학준비 시절, 아버지는 입주 가정교사를 들였다. 내로라하는 대학을 다니는 여자다. 작은 키에 허리는 잘록하고 머리는 뽀글뽀글 파마해 길게 엉덩이까지 늘어트려 보기만 해도 뒤돌아보게 하는 모습의 여자를. 잘 가르치기는 …
작성자SAVORY 작성일 13-10-15 04:35 조회 1171 더보기
삼만 번이나 밥상을 차린 여자 일 년은 365일, 집에서 작업하는 남편을 둔 나는 하루에 세 번, 일 년이면 적어도 천 번은 밥상을 차렸다. 결혼 생활 30년으로 접어드니 삼만 번 정도 밥상을 차렸다고 해도 부인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음식 맛이 없어 먹는 사람도 즐겁지는 않았겠지만, 시어머니 왈 “네가 음식 솜씨가 없어 아비가 그 나이가 되도록 성인병에 걸리지 않았으니, 갸도 큰 복이다. 요즘 세상에.” 하며 칭찬할 정도니. 생각만 해도 진저리나게 마켓을 보고 밥을 해서 남편에게 바쳤다. 그런데 일…
작성자SAVORY 작성일 13-10-15 04:35 조회 1314 더보기
말도 안 돼 잡고 가던 엄마 손을 갑자기 놓치고 길을 잃은,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말도 안 돼.’라는 친구의 텍스팅이 들어왔다. ‘말도 안 되다니?’ 이메일을 열었다. 최 선생님이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는…. 갑자기 검은 물체가 얼굴을 확 덮쳐 숨이 막혀오는 느낌에 ‘말도 안 돼.’만 웅얼거렸다. ‘James Joyce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다음 북클럽 모임에 읽고 가야 할 책)을 더는 못 읽겠어. 무엇을 붙들고 살아. 참으로 인격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지식의 겸손이 어떤 것인지 느끼게 해 주신 분이셨…
작성자SAVORY 작성일 13-10-15 04:34 조회 1148 더보기
쿨하단다 창밖의 나뭇잎들이 울창해진 한여름, 매우 더운 날씨다. 엄마가 나를 이렇게 찜통더위에 낳았다니! 조깅을 하고 오니 작은 아이가 해시브라운에 베이컨과 스크램블을 만들어서 아침상을 차려놨다. 큰 아이는 프랑스에서 주문했다는 선물 박스를 내밀며 “엄마, 해피버스데이.” “당신은 아무것도 없어?” 하고 남편을 쳐다보니 “하루하루를 생일처럼 잘해줬는데 새삼스럽게, 오늘 저녁은 외식이나 하지.” “너희는 어릴 적부터 말 잘 듣고 잘 자라줘서 아빠 말대로 엄마에게는 날마다 생일이고 마덜스데이었다. 고마워.” …
작성자SAVORY 작성일 13-10-15 04:34 조회 1280 더보기
잃어버린 동창회 ‘아비뇽’ 나의 애틋한 낭만의 시절을 대변해주는 단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가장 친한 친구와 자주 드나들던 양장점 이름이다. 이대 다니는 그녀의 멋쟁이 언니가 주로 옷을 해 입던 곳이었다. 우리도 패션 잡지를 뒤적이며 좋아하는 스타일을 찾아 맞춰 입고는 한껏 멋을 부리곤 했다. 막내인 친구는 위로 공부 잘하는 오빠와 언니들에게 듣고 보고 자라 성숙했다. 깔끔 반듯하고 무엇이든 거침없이 잘했다. 이렇게 오랜 세월 함께 하다 홀연히 그녀가 결혼하고 아무 말도 없이 미국으로 떠났으니. …
작성자SAVORY 작성일 13-10-15 04:33 조회 1129 더보기
헤어지는 연습 ‘우리 나이에, 앞으로 만나면 몇 번이나 더 만날 수 있느냐?’는 친구의 말이 생각하면 할수록 예사말이 아니다. “나야, 수임이.” 전화할까 말까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전화했다. “어디야? LA에 왔니? 우리 집에 와.” 했다. “됐어, 그냥 목소리나 듣고 가려고 전화했어.” “야 되긴 뭐가 돼. 우리가 만나면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만날 수 있다고. 만날 수 있을 때 만나는 거야.” 성격이 밝고, 재미있는 친구라 항상 바쁘지만 내가 LA에 갈 적마다 대학 동기들을 모두 불러 바비큐를 해준다. …
작성자SAVORY 작성일 13-10-15 04:33 조회 1335 더보기
우리들의 수다 “너 어디 가고 싶은 곳 있니?” 서울 사는 친구들이 멀리서 온 나에게 정감있게 물었다. 친구들은 내가 오래전 미국으로 떠난 후에도, 매달 한 번 맛있다고 소문난 식당에서 만나 수다 떨며 오랜 세월 함께 하는 모양이다. 모임이 있고 난 후에는 그중 한 친구가 어디 어디를 가서 뭘 먹고 어떻게 놀았다며 가끔은 사진도 곁들인 이메일로 소식을 전해줬다. 나는 친구들이 다닌 곳을 상상하며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으로 며칠은 향수에 젖어 보낸다. “너희가 자주 가는 곳에 가고 싶어.” 내가 뉴욕에서 상…
작성자SAVORY 작성일 13-10-15 04:32 조회 1262 더보기
오늘도 걷는다마는 ‘오늘도오 걷는다마아는 정처 어업는 이바알길~, 지이나온 자국마아다 눈물 고오였다~’ 아버지는 같은 초등학교와 대학을 함께한 친구와 내가 양팔에 매달리자 기분이 좋은지 ‘나그네 설움’을 흥겹게 불렀다. 우리도 아버지의 음정에 맞춰 흥얼거리며 인사동 거리를 걸었다. 아버지는 이 친구와 내가 어릴 적 공유했던 고통을 모르는지 노랫가락은 흥겹게 잘도 넘어갔다. 초등학교 6학년 시작과 함께 담임 선생님의 지시로 반 전체 아이들이 각자 목공소에서 만든 회초리를 교실 벽 한쪽에 이름을 달고 걸어 놓…
작성자SAVORY 작성일 13-10-15 04:32 조회 1417 더보기
아이들과 함께 그린 정물화 막내 동서가 지내는 시아버지 제사와 차례를 모셔온 지 서너 해가 지났건만, 난 아직도 적응 못 하고 기일이 다가오면 허둥댄다. 이렇다 할 종교도 없고 제사를 꼭 모셔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지만, 멀리 떨어져 잘 해드리지 못하는 시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려고 모셔왔다. 왜 제삿날마다 바쁜 일이 생기는지. 요번 제사는 토요일과 겹쳤다. 저녁에 춤추러도 가야 하는데. “춤추는 것이 더 중요해 아버지 제사보다?” “절대 아니지. 제사가 더 중요하지요.” 라고 시원하게 대답은 남편에게…
작성자SAVORY 작성일 13-10-15 04:32 조회 1317 더보기
변해야 산다. 며칠 전에 온 비가 또 쏟아진다. 이놈의 뉴욕 날씨하곤. 냉장고 속을 들여다보니 찬거리가 없다. 든든하게 비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서려고 무거운 대문을 당겼다. 세찬 바람결에 빗물이 튀겨 밖으로 나가기도 전에 옷이 후줄근해졌다. 과연 저 험한 빗속을 뚫고 나가 찬거리를 사다 점심상을 차려야만 할까? 집안으로 도로 들어와 일단 멸치 국물을 우려내며 생각하기로 했다. 국수를 삶을까? 아무래도 비 오는 날엔 국수보다 수제비를 받아 든 남편의 표정이 환하겠지. 역시나,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감자 수제…
작성자SAVORY 작성일 13-10-15 04:31 조회 1176 더보기
내가 그렇게도 싫은가 다른 곳도 아니고 한 주일가량을 동고동락하는 거대한 유람선 안에서 그럴 수가. 크루즈에서 낯익은 사람을 만났다. 아니 그 많고 많은 배 중에 같은 배를 타다니! 매우 반가워 환하게 웃으며 인사라도 나누려 하니 웬걸,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돌리는 것이 아닌가. 잘 못 봤나. 한국사람이 많지 않은 것을 보니 중국사람인가? 분명히 아는 사람인데 하도 모른 체를 하니 헷갈렸다. 배가 아무리 크다 해도 한번 갇힌 이상 그 안에서 맴돌기 마련이다. 뷔페에서 책을 읽고 있는 그녀를 봤다. 일부러 주…
작성자SAVORY 작성일 13-10-15 04:31 조회 1325 더보기
간접사랑 “자기 왜 이렇게 예뻐졌어?” 친구의 얼굴이 해맑아진 것이 뽀얗고 요염한 분위기를 발산한다. 파운데이션이 허옇게 뜬 얼굴은 윤기 흐르는 민얼굴로, 자다 나온 듯한 엉클어진 뒤통수와 부스스했던 머리카락은 야들야들한 머릿결로 아침 햇살을 받은 물결처럼 빛난다. 마지못해 미소 짓던 입은 소녀처럼 발그스름한 뺨 밑에서 앵두 입술로 연실 생글거리니 뭔가 있다. 워낙에 남의 사생활을 캐지 않는 나인지라 알고 싶어 입이 근질거려도 참고 관찰만 한 것이 언제부터였든가? 하늘을 나는 깃털 같은 친구의 경쾌한 움직임은 반…
작성자SAVORY 작성일 13-10-15 04:30 조회 1183 더보기
독자와 함께 춤을 “하루 쉴까?.” 내가 아침에 늦잠 자면 남편이 하는 말이다. 조깅을 걸렀다. 발바닥과 엄지발가락이 아프고 너무 피곤해서다. 내 글을 즐겨 읽는다는 애독자가 나를 만나려고 토요일 밤마다 성당강당에 모여 춤추는 곳엘 갑자기 나타났다. 아무래도 독자와 함께 춤을 추려니 잘 춰 보이려고 애쓰다 무리했나 보다. 나를 보러 왔다는 그녀가 오히려 내 시선을 끌었다. 나보다 한 살 어리다는데 왜 이리도 젊은가! 쭉 뻗은 몸매에 짧은 생 단발머리를 한 화장기 없는 작은 얼굴은 싱그러운 나무 한 그루를 …
작성자SAVORY 작성일 13-10-15 04:30 조회 1173 더보기
천만의 말씀 “엄마, 짜장면 배달시켰는데 문밖에 서 있다가 온 것처럼 눈 깜박할 사이에 와서 놀랐어요. 맛있고, 싸고 팁도 없어요.” 서울 간 아이와의 스카이프 통화 내용이다. 영어 발음이 좋지 않은 우리부부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한국말만 했다. 한국말로 대꾸해야 밥 한술이라도 더 얹어주니 아이들도 한국어에 익숙해졌다. 그러나 한글 쓰기와 읽기를 가르치기는 쉽지 않았다. 몸을 비비 꼬며 “엄마 그만할래.” 하며 배우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앉혀 놓고 가르치는 내가 먼저 지쳤으니. “그만 하자. 그만해. 한국…
작성자SAVORY 작성일 13-10-15 04:29 조회 1232 더보기
나의 신선도 “마누라 얼굴이 왜 이래?” 문을 열어 주며 놀라는 남편을 보며 나야말로 당황했다. “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얼굴이 한 줄로 패었어. 어, 왼쪽도.” 거울을 보니 오른쪽은 눈 밑 코 옆으로 쭉 턱까지, 왼쪽은 눈 밖에서 아래로 눌려 패인 자국이 심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지하철에서 쳐다봤구나.” 밤이 깊어, 잘 때가 되었는데도 눌린 자국은 여전했다. ‘아! 이러다 영영 펴지지 않고 흉터로 남는 것은 아닐까?’ 걱정으로 잠이 오지 않았다. 마덜스 데이 선물이라며 작은 아이가 센추럴파크 …
작성자SAVORY 작성일 13-10-15 04:29 조회 1291 더보기
오나시스도 피카소도 아니지만 풀타임 화가인 우리 부부도 한때는 여느 한인과 마찬가지로 3년 동안 장사를 했다. 1985년 초, 뭔가는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데 돈도 기술도 없는 자신을 탓하며 브루클린, 지금 사는 동네를 맥없이 걸었다. 입구에 먼지가 그득 쌓여있는 빈 가게 렌트 사인을 봤다. 배고픔이 만들어낸 용기랄까? 랜드로드에게 연락하니 두 달 치 다운페이에 월세를 내란다. 우리 처지로서는 시작할 수 없는 가게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집주인에게 사정했다. 우리 부부를 아래위로 쳐다보며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주인은…
작성자SAVORY 작성일 13-10-15 04:29 조회 1375 더보기
같은 여자가 아닐까 비가 온종일 추적추적 온다. 이런 날엔 떠오르는 생각이 왜 이리도 많은지. 어디였더라? 뚝섬이었나? 사귀던 남자와 헤어지고 한강 변을 우산도 없이 걸어 이태원까지 갔으니. 이제 그에 대한 기억은 짙은 안갯속으로 멀어지듯 가물가물하다. 머리카락을 타고 흐르는 비가 뺨을 적시고, 쓰라린 가슴을 후비며 파고드는데 발에서 빠져나가려는 젖은 신발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던 기억만이 선명하다. 얼마 전 빗속에서 차를 기다리며 내 시선을 잡던 여자, 내가 아는 남자와 함께 있던 여자, 나는 이 여자…
작성자SAVORY 작성일 13-10-15 04:28 조회 1197 더보기
친구가 아니란다 어느 화창한 봄날, 풍광 좋은 야외에서, 즐거운 식사 도중이었다. “친군데요”라고 내가 대답하자 그녀는 “친구 아닌데요.” 했다. 뜻밖의 대답에 나는 놀라 어쩔 줄을 몰랐다. 우리 둘의 관계가 궁금해서 물었던 사람이 ‘그럼 어떤 사이냐?’고 다시 물었다. 그녀는 ‘내 남편과 친구사이’라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나하고는 친구가 아니고 내 남편하고 친구라니.' 너무 황당한 대답에 할 말과 밥맛을 잃은 나는 수저를 놓고 멀리 허공을 무상하게 응시했다. 친구들은 나에게 식사 초대도 하고, 입지 않…
작성자SAVORY 작성일 13-10-15 04:28 조회 855 더보기
두 어머니의 눈물 나이 드신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것도 아니고 넉넉히 용돈을 드리지도 못하는 내가 효도랍시고 하는 일이 있다. 주말에 전화해서 시어머니 이야기를 들어 드리는 거다. 나이 들면 방금 일어났던 일들은 순간순간 까먹지만, 옛일은 선명하게 기억한다더니 시어머니의 이야기는 항상 멀리멀리 옛일로 치닫는다. “어느 해인가 으스스한 초겨울에 아비가 사는 뉴욕에 찾아갔었다. 낡아빠진 커다란 창고에서 돈도 안 되는 그림을 그리겠다고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습이 어찌나 측은한지 돌아오는 내내 비행기에서 울적했다. 왜 이…
작성자SAVORY 작성일 13-10-15 04:27 조회 913 더보기
시작은 그럴싸했다 포도주 서너 병과 안줏거리를 차에 싣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 이리저리 정처 없이 차를 몰고 목적 없이 달리다 어둑해 질 무렵 숙소를 찾아 들어가 마시는 한잔의 술맛이란! 홀랜드 터널을 지나 뉴저지로 들어갔다. 펜실베이니아를 거쳐 웨스트버지니아로 내려가 세난도 국립공원의 스카이라인을 달렸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숲 속의 모습이 별 감흥이 없었다. 형형색색으로 물드는 가을에 왔어야 하는데. 서서히 어두워져 가는 하늘을 보며 숙소를 찾아 들어가야 했다. 한동안 샛길을 달리다 다행히 어둠이 깔리기…
작성자SAVORY 작성일 13-10-15 04:27 조회 962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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