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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 ‘양념’의 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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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ngel 댓글 0건 조회 1,917회 작성일 13-12-0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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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에 한 번씩 인도음식 전문점을 찾는 회사원 이찬우(33)씨는 매콤한 탄두리 치킨과 신선한 나프라탄 커리가 차려진 식탁 앞에 앉으면 호사가가 된 기분이 든다.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색과 향이 강렬한 음식 앞에서 사라져버린다. 입 안에는 상사를 설득시켜야 할 논리정연한 말 대신 침이 고인다. 강렬하고 매콤한 향을 입 안 가득 씹고 있으면 일상에 활기가 돈다는 이씨는 요즘 들어 점심 시간이면 향신료를 활용하는 베트남이나 타이 음식전문점들도 찾는다.

△ 여러 가지 향신료들. 윗줄 왼쪽부터 육계피, 사프란, 겨자, 강황, 올스파이스, 회향, 아랫줄은 정향, 커민, 팔각, 육두구, 고추, 카더몬.(사진/ <향신료> 김영사 제공) 
친구들에게 화려한 식탁을 제공해 ‘요리의 달인’으로 통하는 조혜란(47·이화여대 한국문화연구원 연구교수)씨는 신선한 재료와 마지막에 첨가하는 향신료를 ‘비결’로 꼽는다. 평소에 잘 맛보지 못하는 요리를 선택하고 이에 맞는 향신료를 넣으면 전혀 새로운 맛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조씨는 향신료가 요리를 요리답게 하는 필수적인 ‘조연’이라고 했다. 조씨의 부엌에는 냄새를 풍기는 다양한 씨앗과 열매들, 가루와 꽃잎이 밀폐용기에 각각 담겨져 있다.
허브와 스파이스의 차이
카더몬, 사프란, 정향, 아니스, 육두구, 강황, 커민, 올스파이스…. 낯선 이름들이다. 참깨, 후추, 계피, 고추, 생강, 마늘…. 여기는 낯익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제한된 수의 향신료만 사용돼왔다. 국내 식품회사들이 강황, 정향, 월계수잎, 통백후추 등 향신료 제품을 내놓고, 웰빙 열풍이 불면서 천연 향신료를 이용한 에스닉푸드 전문점의 수가 대폭 증가한 것도 2000년대 이후다. 음식칼럼니스트 정한진씨는 “식물의 열매, 씨앗, 껍질, 꽃의 일부로 이름처럼 향이 나고 매운 맛이 나며 먹을 수 있다면 모두 향신료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향신료가 허브와 혼동될 때가 많다. 식물에서 얻되 박하, 파슬리, 바질처럼 잎과 줄기에서 얻었다면 허브로 분류된다. ‘중국 파슬리’로 불리는 코리앤더의 경우 향신료와 허브로 모두 활용되는데, 씨앗은 향신료이며 잎은 허브인 식이다.
향신료가 특별한 이유는 독특한 향과 빛깔 덕분이다. 특별한 향은 향신료에 들어 있는 휘발성 기름인 정유가 낸다. 마늘의 톡 쏘는 듯 강렬한 냄새는 알리신 때문이고, 고추의 알싸한 냄새는 캡사이신, 생강은 청량한 진저롤 덕분이다. 노란색을 내는 카레나 사프란이 들어간 금색 요리는 시각까지 자극해 눈으로 한 번, 코로 한 번, 입으로 또 한 번, 세 번 먹는 셈이다. 식욕을 돋우는 역할 외에도 향신료는 고기의 누린내와 생선의 비린내처럼 좋지 못한 냄새를 가리는 구실을 한다. 가령 정향은 방향유 함량이 20%에 달해 원재료의 향을 없애버릴 정도로 향기가 강하다. 그래서 햄이나 고기에 직접 꽂아서 요리하기도 한다. 미나릿과의 회향은 냄새를 되돌린다는 이름처럼 질 나쁜 와인 향을 부드럽게 바꿀 때 이용되기도 한다. 이탈리아 말로 ‘회향씨를 뿌리다’라는 관용구가 ‘속이다’라는 의미를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당수의 향신료는 살균과 방부 효과가 있어 음식이 쉽게 상하지 않도록 해주기도 한다. 열대 지방일수록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는 것도 음식 보존을 위해서라는 말이 있다. 최근 미국 애틀랜타 식품기술공학자협회의 연구에 따르면 마늘(75%)과 계피(80%)는 식중독균을 죽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현대의 향신료는 주로 요리에 쓰여 먹는 즐거움을 배가하는 데 사용되지만 고대의 향신료는 치료제로 사용되기도 했다. 향신료는 영어로 스파이스인데 약품이라는 뜻의 라틴어 ‘스피시스’(species)에서 비롯됐다. 우리나라에서 쓰는 양념도 사실 한자어로는 ‘약념’으로 표기한다고 알려져 있다. 향신료의 대표적인 건강 효과로는 소화를 돕는 작용을 꼽을 수 있다. 향신료에 함유된 알칼로이드 성분은 타액이나 소화액 분비를 촉진한다. 고기를 먹을 때 마늘을 함께 먹는 것도 소화를 돕기 위해서다.
멀미 날 땐 생강, 딸꾹질엔 회향
각 향신료마다 특별한 건강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차멀미를 할 때는 생강차를 마시면 진정이 된다.
최근 영국의 의학전문지 <랜싯>은 생강이 멀미약보다 멀미억제 효과가 2배 이상 뛰어나다고 밝혔다. 딸꾹질을 할 때는 회향을 씹는 것이 도움이 된다. 졸리고 머리가 무거울 때는 사프란차를 끓여 마시면 좋고, 불면증에는 육두구 가루 약간을 뜨거운 물에 타 마시면 진정 효과를 낼 수 있다. 입안의 마늘 냄새는 코리앤더나 카더몬 씨를 씹으면 껌 이상으로 효과적이다.

△ 향신료 애호가인 조혜란씨는 신선한 재료와 음식 궁합이 잘 맞는 향신료를 고르는 것이 즐거운 식탁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향신료의 최음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적은 없지만 고대 로마인들과 중세 유럽에서는 암술 꽃대를 사용하는 사프란을 강력한 최음제로 사용했다고 한다. 사프란은 향신료 중 가장 값이 비싼데, 꽃 100송이를 따야 겨우 1g 정도를 얻기 때문이다.
아시아를 원산지로 했던 중세의 향신료는 유럽에서 보석이나 화폐 이상의 가치를 가졌다. 사프란 500g은 말 한 마리 가격으로 거래됐고 생강 500g은 양 한 마리, 후추 한 줌은 황소 반 마리와 교환됐다. 이제 큰 부담 없이 누구라도 요리에 향신료를 사용한다.
향신료에는 단일 향신료와 혼합 향신료가 있다. 인도의 커리나 마살라, 오향장육에 사용하는 오향, 일본 요리에 뿌려먹는 칠미, 프랑스의 카트르 에피스는 모두 몇 가지 향신료를 섞어 만든 혼합 향신료이다. 가령 오향은 산초·팔각·회향·정향·계피 등 오행철학을 기본으로 해 다섯 가지 향신료를 섞은 것이다. 카레가 노란색을 내는 것은 강황 때문인데 후추·고추·생강·겨자가 들어 있어 매운맛을 담당하고, 커민·회향·정향·계피·육두구·코리앤더 등은 향미를 더한다. 이런 향신료들을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따라 순한맛과 매운맛, 아주 매운맛의 카레로 나뉜다.
매일 6쪽 이상 먹으면…
단일 향신료로 대표적인 것들로는 우리나라 음식에 빠지지 않는 마늘, 고추, 생강, 참깨와 외국 요리에 많이 사용되는 육두구, 육계피, 정향, 후추, 커민, 강황, 바닐라 등이 있다. 요리에 언제 넣을지, 어떤 음식과 먹는지에 따라 효과는 모두 다르다.
우리나라 요리에 많이 사용되는 마늘은 프랑스 남부지방과 지중해 지역, 인도, 중국에서 많이 사용된다. 마늘에는 살균 효과 외에도 혈액순환을 촉진해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 6쪽 이상 먹으면 30~50% 이상 위암 발생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요리에는 통마늘을 그때그때 빻아서 쓰는 것이 향을 유지하는 데 가장 좋다. 고추는 9천 년 전부터 멕시코에서 사용돼 18세기에 이르러 전세계로 퍼졌다. 피망이나 파프리카와 같이 열매가 크고 두툼하며 매운맛은 약하고 단맛이 강한 고추와, 크기가 작고 매운맛이 강한 멕시코의 칠리와 같은 고추로 크게 나뉜다. 우리나라 고추는 피망 쪽에 속하고 매운맛은 중간 정도이다. 고추에는 특히 비타민A와 C가 풍부하다. 비타민C는 감귤류의 2배, 사과의 50배나 된다.
생강은 값비싼 후추 대신 사용됐던 향신료로 단단한 뿌리줄기를 쓴다. 유럽에서는 생강빵이나 생강잼 등 제과나 디저트에 주로 사용되고, 중국에서는 고기 요리에, 일본에서는 식초에 절여 많이 사용된다. 생강은 원기를 북돋우고 갈증을 해소하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모든 부엌의 필수품인 참기름의 원료 참깨는 씨앗 중 가장 오래된 향신료이다. 참깨는 레시틴이 풍부해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기억력을 높이며, 탈모 방지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육두구, 정향, 커민, 강황, 사프란, 올스파이스 등은 이국적인 향신료라 처음 요리에 사용한다면, 4인분을 기준으로 1/2 작은술 정도 넣는 것이 좋다.
향신료를 무턱대고 사용할 수는 없다. 재료와 궁합이 맞아야 한다. 쇠고기와 돼지고기에는 겨자, 고추, 마늘, 올스파이스, 정향, 참깨, 카레가 어울리고, 닭고기와 생선에는 겨자, 고추, 마늘, 사프란, 생강, 올스파이스가 어울린다. 추어탕에는 산초가, 샐러드 드레싱에는 겨자와 마늘, 올스파이스, 참깨, 후추 등을 사용한다. 향신료를 사용할 때는 통째로 구입해서 사용하기 직전에 직접 갈아 써야 가장 좋은 향을 낼 수 있다. 향신료는 오랫동안 보관하면 변질될 수 있으니 필요한 만큼 구입한다.대부분의 향신료는 6개월 정도 보관이 가능하다. 밀폐용기에 넣어 습기가 없고 어두운 서랍에 넣어둔다.
음식이 거의 익었을 때 넣어라
가루로 빻은 향신료는 일반적으로 음식이 다 익어갈 무렵에 넣어야 향을 살릴 수 있다. 오랫동안 끓여야 하는 스튜류는 서서히 향을 우려내기 위해 향신료를 통째로 넣은 뒤 마지막에 건져주는 게 좋다.
향신료를 주의해야 할 사람도 있다. 가천의대 길병원 박동균 교수(소화기내과)는 “향신료는 식욕을 돋우지만 소화성궤양이나 만성위염이 있는 환자는 속쓰림이 악화될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고혈압 환자는 자극적인 향신료는 피하되, 소금 대신 참기름, 후추, 겨자, 고춧가루를 소량 사용하면 싱거움을 덜 수 있다.
장소협찬: 라퀴진 아카데미
도움말: 이성재 교수(고대안암병원 통합의학과), 김영순 교수(고려대 식품영양학과)
출처=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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