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의 마법에서 벗어나기 > 크레딧올리기

요즘 들어 모 카드회사의 광고가 인기다. 자기 회사의 신용카드는 각각 용도가 다르고 혜택이 많으니, 자사 카드를 되도록 많이 발급 받으라는 내용이다. 언젠가부터 신용카드를 발급 받는 것이 성인이 되는 인증 절차인 것처럼 여겨지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용거래를 많이 해야 신용도가 높아진다는 인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관점을 돌려보면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왜 신용카드회사는 선구매 할인, 항공사 마일리지, 무이자 할부, 신용카드 포인트 등 회사가 손해를 볼지도 모르는 여러 가지 혜택을 주면서 언론매체에 광고까지 하는 것일까? 사람들이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씀씀이가 커지면 가맹점에서 내는 수수료가 많아지게 되고, 신용카드 회원이 리볼빙 서비스, 현금서비스라도 이용하게 되면 높은 대출 이자율을 부과하면서 신용카드사가 이기는 게임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용카드 사용액의 일부만 결제하는 리볼빙 서비스의 경우 지난해 6월 말 현재 261만명이 이용하고 있으며 이용액은 5조2000억원에 달한다. 일반적인 리볼빙 서비스의 대출 이자율이 20%에 달하고, 한번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 매월 카드 사용 원금이 쌓이게 돼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와 같은 사용 실태는 우려할 만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신용카드 회사는 2009년에만 리볼빙 서비스를 통해 현금서비스로 인한 수익의 절반이 넘는 1조2483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새해에 사람들은 다이어트, 금연, 운동 등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운다. 여기에 하나만 추가해보면 어떨까? ‘2011년은 각종 할부금에서 벗어나는 한 해’로 말이다. 우리는 이미 월급날에 월급이 그대로 남아있는 즐거움을 잃어버렸다. 월급날이 다가올수록 월급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오히려 빠져나가야 할 여러 가지 할부금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기 일쑤다.
 
아파트담보대출 이자, 자동차 할부금, 신용카드 사용액이 빠져나가면 남아있는 공과금, 자녀 교육비 등을 제하고 생활하려니 너무 빠듯한 것 같아 저축 계획을 미루고, 또 미루게 된다. 이렇게 한달, 한달 살아가는 불안한 시스템을 바꾸려면 신용카드 사용을 합리적으로 하면서 되도록 현금으로 생활하되 먼저 저축하고 남아있는 돈으로 살아가는 단순한 시스템을 갖추는게 필요하다.
 
현대사회에서 신용카드를 합리적으로 사용하면 각종 혜택을 받고, 신용도가 올라가 향후 대출을 받을 때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미래의 소득을 당겨서 지출하는 것이므로 철저한 계획하에 사용해야 미래의 저축 여력을 보호하면서, 부채가 증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미국의 저명한 파이낸스코치인 데이브 램지는 <절박할 때 시작하는 돈 관리 비법>에서 미국인의 신용카드 사용에 대해 다음과 같은 예를 들고 있다. 맥도날드에서 사람들의 구매양상을 조사한 결과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사람이 현금결제하는 사람보다 47% 더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으며, 개인파산자 중 69%가 신용카드로 인한 무분별한 지출이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지금 돈이 없어도 브랜드 옷을 살 수 있고, 멋진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요술 카드가 사실은 잘못 사용하게 되면 파산 지름길로 안내하는 위험한 유혹의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들은 어떤가? 현금으로 계산했으면 굳이 사지 않았을 것을 신용카드가 있다는 이유로 구매한 적은 없는가? 지금 당장 돈이 없다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신용카드로 무분별하게 지출해 본적은 없는가? 무이자 할부라는 말에 왠지 돈을 버는 것 같아 필요하지도 않는 물건을 구입한 적은 없는가? 합리적으로 신용카드를 사용한다면 우리의 가정 경제에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만약 이러한 질문에 자신있게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 없다면 신용카드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매달 할부에 쫓겨 이자 내느라 바쁜 인생에서 벗어나, 매월 들어오는 소득에서 미래를 위해 먼저 저축한 후, 남는 돈으로 지출을 하는 단순한 시스템을 갖출 때 서서히 부자가 돼가는 기초를 닦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