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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을 먹기 위해서 일본식당을 찾는 웃지 못할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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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2,206회 작성일 11-04-2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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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언론을 통해 '무한도전' 팀이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와 함께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Times Square) 전광판에 한식을 알리는 홍보 영상을 게재할 계획이라는 기사를 접했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지난해 한식을 미국인들에게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실시했던 뉴욕 촬영에서 미국인들의 한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함을 몸소 체험한 경험이 있다. 따라서 이번 한식 홍보물 제작은 PD와 멤버들이 하나가 되어 한식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또 다른 '무한도전' 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그들의 끝없는 도전에 찬사를 보낸다.

한식 세계화는 아직도 갈 길이 멀고 험하다. 미국 이민역사 10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한국의 문화와 음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점은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을 선별하여 전 세계 어디를 가든 같은 음식에 대해서 표준화된 표기법이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 한식당에 가보면 너무 많은 음식이 메뉴에 나열되어 있다. 또한 그 많은 메뉴들의 영어 표기법이 천차만별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가 사용하는 음식의 고유 명사를 그대로 영어로 표기하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예를 들어 메뉴에 '냉면' 을 표기할 때 냉면의 뜻을 풀이해서 'Cold Noodles' 라고 하기 보다는 고유명사인 'Naengmyeon' 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한국을 알리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리고 냉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사진과 함께 메뉴의 밑부분에 개제하는 것이 외국인들로 하여금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가 있다. 현재 한국 음식에 대한 올바른 영문 표기법이 완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한식당에서 제대로 된 영문 표기법을 메뉴에 반영해서 사용하는 곳은 별로 없다. 통일된 영문 표기법을 사용하면 과거 한국인의 소개로 냉면을 먹어본 경험이 있는 외국인이 다시 냉면이 그리워서 한식당을 찾았을 때 복잡한 설명 없이도 자신이 원하는 음식을 쉽게 찾아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한도전' 뉴욕편에서 소개됐던 우리의 대표적인 건강식 비빔밥의 경우를 보자. 고추장은 비빔밥의 재맛을 느끼게 해주는 빠질 수 없는 우리 고유의 양념이다. 그럼 '고추장' 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추장의 의미인 'Korean Style Hot Pepper Paste' 라고 설명하는 것 보다는 고추장의 원래 표기법 즉, 고유명칭(고유명사)을 영어로 표기한 'Gochujang' 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그럴 경우 외국인들에게 비빔밥과 더불어 우리의 고유 양념인 고추장까지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문제점은 '막걸리' 명칭의 사례를 통해서 잘 나타나고 있다. 한 식품회사의 막걸리 영문 애칭 공모전에서 '드렁큰 라이스(Drunken Rice)' 가 채택되면서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은 일이 있었다. 이후 막걸리의 영문 명칭이 '막걸리(Makgeolli)' 로 공식 발표된 바 있다. 하지만 우리 음식에 대한 영문 표기에는 현실적인 문제점도 많다. 복잡한 음식 이름의 경우 발음 자체를 영문 표기로 그대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부분이 많다.
 
  옆의 사진에서 보듯이, '매운 오징어 볶음' 을 그대로 영어로 사용한다면 많은 외국인들이 발음하기에 많은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설령 표현을 했다고 하더라도 과연 음식의 이름을 외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럴 경우 부득이하게 음식을 설명하는 영어 표현법을 사용하는 방법 밖에 없다. 물론 우리의 고유 음식이니까 그대로 표현하자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별 의미 없이 외국인들에게 혼란만 안겨준다면 사용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미국에서는 우리 음식을 마치 자기네 나라의 고유 음식인 것처럼 메뉴판을 만들어 음식 서빙을 하는 일본식당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들은 메뉴판에 'Bibimbap', 'Kalbi', 'Kimuchee' 등을 영어와 일본어로 표기해 놓고 영업을 하고 있다. 아마도 동양 음식을 처음 접한 미국인들이라면 위에 열거한 비빔밥과 갈비 그리고 김치 등이 일본 음식이라고 오인할 수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한국 음식을 먹기 위해서 일본식당을 찾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는 것이다.

  미국에는 한인이 운영하는 일식당들이 많다. 주 메뉴는 '스시(Sushi)' 와 캘리포니아 롤 종류를 취급하고 있는데 한인들의 손 맛이 좋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필자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한인보다 미국인들이 더 많이 애용하는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인 스시집에서 손님을 맞이할 때 사용하는 인사말은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다. 모든 종업원과 스시맨들이 한결 같이 '이랏샤이마세(いらっしゃいませ)' 를 외친다.

  물론 그런 배경에는 비지니스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숨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손님으로 오는 미국인들은 일본인과 한국인을 외모로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에 분위기와 사용하는 언어를 통해서 구분할 수밖에 없다. 실내 인테리어에서부터 음식, 사용하는 언어에 이르기까지 모두 일본색을 띄고 있는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에 친절까지 더해진 서비스를 제공 받은 미국인들은 한국인과 한국식당 대신 일본인과 일본식당이 친절하고 음식 맛도 좋다고 지인들에게 홍보할 것이다.

  한인들은 일식당을 운영해서 일정액의 수입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결국 큰 돈을 버는 쪽은 일본인들이라는 점이다. 온갖 친절과 서비스를 배푼 한인들로 인해 일본은 어부지리식 이익을 챙기는 꼴이 된다. 비록 일본식당을 운영하고 있지만 한국인이 운영하는 또한 일부 음식은 한국 스타일이 더해진 음식임을 미국인들에게 알린다면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다.

  한식 세계화는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이 하나 됐을 때 비로소 진정한 한식 세계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브랜드의 가치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남이 알아주고 인정해줄 때 고유의 브랜드 가치는 상승하게 되어 있다. 어려운 영어 뜻 풀이 보다는 아름다운 우리 고유의 언어로 된 이름을 사용하여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면 굳이 한식 세계화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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