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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김창준'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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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1,546회 작성일 10-06-0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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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가슴에는 4살짜리 작은딸 베치가 안겨 있었다. 5살짜리 큰딸 소피아는 그의 뒤편에 서서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봤다. 156㎝의 단구(短軀)인 그가 오른손을 들어 선서했다. "나는 미 합중국의 연방 하원의원으로서 모든 적들로부터 헌법을 수호하며 준수할 것을 다짐합니다."

지난 6일 개원한 111회 미 연방 의회에서 베트남 난민 출신의 안 조지프 카오(Cao·공화당) 변호사가 최초의 베트남계 연방 하원의원으로 등장했다.

카오 의원은 지난해 말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시(市)에서 9선의 민주당 흑인 거물 윌리엄 제퍼슨(Jefferson)을 꺾었다. 지역구 주민의 66%가 흑인인 지역에서 당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던 이 정치 신인의 승리는 2008년 미국 총선의 최대 이변으로 꼽혔다.

베트남계의 미 연방 하원 진출은 1999년 이후 10년째 한국계 연방 의원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재미 한인교포 사회는 물론 한국 사회가 주목해 봐야 할 부분이다.

1993년부터 6년간 3선(選)을 기록했던 김창준씨가 연방 하원의원직에서 물러난 후에는 총선에 출마하는 사람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이 재미 한인사회의 현실이다. 재미교포 사회는 150만명가량으로 추정되는 베트남계보다 더 많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김 전 의원에 필적할 인물을 키워내지 못하고 있다.

카오 변호사가 연방 하원의원이 되는 데는 개인의 의지와 역량 외에도 베트남계 미국인들의 전략과 단합된 지지가 큰 역할을 했다고 미국 언론은 평가하고 있다.

그가 당선된 뉴올리언스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로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당시 뉴올리언스는 카트리나의 피해로 46만 명의 인구가 한때는 19만 명으로까지 감소할 정도로 황폐화됐다. 그만큼 시 전체가 혼란으로 시달릴 때다. 하지만 이 지역의 1만5000명에 이르는 베트남계 미국인들은 이를 기회로 삼았다. 시(市) 재건 사업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자신들의 대표를 의사당으로 보내기 위해 단합했다. 루이지애나주 최초의 흑인 연방 하원의원인 제퍼슨이 부패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을 적절히 활용하며 변화를 만들어내자고 호소했다.

그 결과 베트남계 미국인들은 의회에 자신들의 이익을 옹호해 줄 수 있는 파이프를 확보했다. 카오는 당선 직후,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늘로 베트남계 미국인들의 새로운 날이 시작됐다"며 자신을 지지해 준 베트남계를 위해서 헌신할 것을 다짐했다. 소수민족의 미 연방 의회 진출은 자칫 주류에 밀려 외면당하기 쉬운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Obama)의 등장으로 소수민족의 정계 진출에 대한 미국 사회의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은 재미교포 사회로서는 큰 기회다.

민주당은 우리에겐 일본군 성노예(종군 위안부) 결의안으로 잘 알려진 마이크 혼다(Honda) 하원의원이 아시아·태평양 의원 모임을 맡아 소수민족의 정계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그동안 백인 일색이었던 공화당에서도 인도계인 바비 진달(Jindal) 루이지애나 주지사를 차기 대통령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의 총선이 실시되는 내년이 '제2의 김창준'을 배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음에 주목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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