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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가 낳은 '왕따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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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755회 작성일 15-07-29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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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국들 감염지역 봉쇄 급급


부모 잃은 아이 폐가서 생활


도움 못받고 '사회적 고립'




완치 생존자는 '에볼라 낙인'

가족·친구들조차 만남 피해

에볼라에 걸린 12살 소녀 파투는 자신보다 하루 먼저 숨진 어머니(43)의 주검 곁에서 밤낮을 울부짖다가 굶주림과 갈증 속에 죽어갔다. 파투의 집은 봉인됐고, 아무도 이들 모녀를 돕지 못했다.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에서 150㎞가량 떨어진 발라자 마을에서 지난 11일 일어난 비극이다.


인구 500명 남짓의 이 마을에는 지난달 20일 에볼라가 처음으로 나타났다. 파투의 아버지 압둘라(51)가 에볼라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다. 신고를 했지만 보건당국은 압둘라가 숨진 지 닷새 만에야 도착했다. 보건당국은 압둘라의 주검을 가져가고, 이미 에볼라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파투 모녀에게 아무도 접근하지 말라는 얘기만 남긴 채 떠나갔다. 파투의 오빠인 바니(15)는 에볼라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마을 주민 누구도 그를 가까이 하지 않는다. 12일 <아에프페>(AFP) 통신은 가족 모두를 잃은 이 10대 소년이 마을 폐가에서 잠을 자고 야생 푸성귀를 뜯어 먹으며 홀로 고립돼 있는 참상을 전했다.

이처럼 에볼라 환자는 물론, 살아 남은 가족, 병을 회복한 생존자들이 서아프리카 지역 사회에서 극심한 사회적 고립과 '왕따'의 비극을 겪고 있다. 보호자인 부모를 에볼라로 잃은 어린 아이가 홀로 비참한 죽음을 맞거나 어렵게 병을 극복한 생존자도 사회 복귀를 거부당하는 사례 등이 잇따른다. 서아프리카 국가들이 에볼라 창궐 지역을 군경을 동원해 봉쇄하는 데 급급할 뿐 의료서비스와 생필품 공급 등 체계적인 대응책이 부재한 상태에서 감염 지역은 거대한 감옥이자 격리 수용소로 변해버렸다.

<뉴욕 타임스>는 정부의 격리·봉쇄 말고는 변변한 지원을 받지 못한 채 마을 주민들이 떼죽음을 하고 있는 시에라리온 은잘라 응기에마 마을의 비극을 전했다. 이 곳은 주민들이 쌀과 카사바 작물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던 인구 500여명의 작은 마을이었다. 하지만 시에라리온 에볼라 사망자 315명의 20%에 해당하는 61명의 사망자가 이 마을에서 나왔을 정도로 에볼라가 급속하게 번졌다. 집집마다 이어지는 비극에 누가 누구를 도울 겨를도 없었다. 한 집에서만 10명이 죽어나가고, 건너편 집에선 3명의 어린 아이를 포함해 4명이 죽어나갔다. 부모가 모두 숨진 6살, 7살 자매는 울다 지친 모습으로 방치돼 있다.

일부 주민은 마을을 떠나고 싶어하지만 정부는 에볼라 감염 지역의 출입을 아예 차단했다. 시에라리온 정부는 에볼라 확산을 우려해 현재 서울 면적 19배가량의 지역에 대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감염으로 격리된 지역의 지도자인 데이비드 킬리 쿰버는 전자우편을 통해 <뉴욕 타임스>에 "출입 봉쇄 때문에 영양실조와 기아로 숨지는 이들이 에볼라 사망자보다 더 많아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감염된 뒤 운좋게 살아남아도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에이피>(AP) 통신은 지난 3월 일찌감치 에볼라가 번지기 시작한 기니의 수도 코나크리에서 병을 앓고 회복한 생존자들이 사회적 낙인이 찍힌 채 따돌림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니의 의대생이었던 카디아투 판타(26)라는 여성은 피를 토하며 에볼라를 앓았지만 어렵게 건강을 회복했다. 보건 당국도 그가 에볼라에서 완전히 회복했다는 증명서까지 발급했다. 하지만 가족조차 몇달째 그와 접촉을 피하고 있으며, 남자친구와도 결별을 맞았다. 의대 교수조차 그가 교실로 돌아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판타는 "에볼라가 내 삶을 망쳤다"면서 "아무도 나와 단 1분도 함께 있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시험단계의 에볼라 신약과 예방백신 사용을 허가했지만 당장 물량 확보가 어려워 당분간 약물을 통해 서아프리카 지역의 에볼라 확산을 저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을 기준으로 에볼라 감염자는 1848명, 사망자가 1013명에 이르지만 세계보건기구는 빨라야 올 연말께나 에볼라 치료제와 예방백신 공급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미국인 환자한테 약효를 나타낸 '제트맵'(Zmapp)의 개발사인 맵바이오제약은 자사 생산 물량이 12명 분량에 불과해 이미 소진됐다고 밝혔다. 캐나다는 12일 정부연구기관에서 개발한 800∼1000명분량의 시험단계 백신 'VSV-EBOV'를 세계보건기구에 기부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우선 지원한 것은 10명 분량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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