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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민을 아내에게 말하지 말라? 남편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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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532회 작성일 15-06-09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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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집에 살면서 7년 동안 메모지로만 얘기를 주고 받은 노부부의 이혼 뉴스를 들었을 때도 “어머나, 세상에 별일이야”라고 중얼거린 그녀였다. 남편의 동창 송년회 모임에서 자신이 뉴스 속 할머니와 비슷한 신세라는 것을 확인했을 때 그녀는 큰 충격을 받았다.

워낙 남자끼리 절친한 다섯 명의 동창이다 보니 여자들끼리도 친해져, 누구네 남편은 삼각팬티를 입는지, 사각 팬티를 입는지까지 알고 있을 정도였다. 그날도 여자들끼리 방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수다를 떨고 있는데, 갑자기 동갑내기 부인 하나가 그녀의 손을 따뜻하게 잡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자기도 올해 마음고생 많았어. 남편이 부장한테 미운털 박혀서 회사를 그만두네 마네 했으니 집에 있는 사람은 얼마나 마음을 졸였겠어.” 그 말을 들은 다른 여자들도 그녀 쪽으로 무릎을 당겨 앉으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러게 말이에요. 지난번에 우리 집에 와서 자고 갈 때도 너무 안쓰럽더라.” “그래도 친구들이 모여 위로주를 산 것이 큰 힘이 되었다니 다행이죠.”

자다가 홍두깨로 등짝 한번 제대로 맞았지만 아무리 눈치가 없는 여자라도 이 자리에 떠다니는 몇 마디 봉창 소리만으로도 사태를 다 짐작하고 남을 지경이었다. 낙하산으로 내려온 상사가 남편보다 어린 데다, 남편을 너무 미워해서 남편이 사표까지 썼다는 기막힌 내용이었다. 그러나 내 남편이 안쓰러운 것은 나중 문제였다. 세상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데 나만 혼자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대한 황당함, 그것도 내 남편 일을 남의 여자들에게 들어야 한다는 수치감이 분노가 되어 어떻게 집에 왔는지도 모르게 귀가를 한 후 그녀는 울며불며 남편에게 따졌다. “어떻게 당신이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그런 큰일이 있으면 나에게 제일 먼저 이야기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당신에게 밥하고 빨래만 해주는 파출부 아줌마야? 어떻게 남의 집 여편네들이 당신 문제를 먼저 알아? 사람을 그렇게 허깨비로 만드니까 기분이 좋아? 좋냐구!” 지난번 승진 누락도 시댁 식구들에게 들었고, 회사 어렵다는 이야기도 부하 직원에게 들었으니, 천하의 신묘한 마술을 쓰는 손오공이라도 뭘 알아야 여의봉을 휘두르든 근두운을 부르든 할 것이 아니냐며, 마누라가 아무것도 몰라 서운하다는 말일랑 어디 가서 하지도 말라고 야무지게 바가지의 매듭을 지었으나, 남편은 TV에 꿀이라도 발라두었는지 묵묵히 화면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남편의 마음속에도 나비 100마리가 날아다닌다. 말이 되어 튀어나오지 못하는 사연의 파편들과 말주변 없어 정리하지 못하는 생각의 조각들이 폐와 간과 콩팥과 심장 여기저기에서 제각각 꿈틀거린다. 그것들을 차분히 모아서 퍼즐처럼 맞춰본다면 이런 사연 덩어리가 나올 것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도 아니고, 당신을 무시해서도 아니야. 당신이 기억하는지 모르지만 신혼 초에 내가 회사 동료와 갈등이 생겼을 때, 내 고민을 다 들은 당신이 나에게 뭐라고 했는지 알아? 무슨 남자가 그렇게 소심하냐고 했어. 그 말이 나에게 얼마나 큰 상처로 남았는지 당신은 모를 거야. 이 사람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면 결국 내 약점만 들킨다고 생각했지. 그리고 2년 전인가 내가 당신에게 당분간 월급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하니까 당신은 얼굴이 흙빛이 돼서 말했어. 애들은 자꾸 크는데 이렇게는 불안해서 못 살겠다며 자기라도 나가서 벌겠다고. 그날 밤 당신은 밤새 뒤척이며 한숨을 쉬었고…. 그때 결심한 거야. 밖에서 생기는 고민거리는 절대 집으로 안 들고 오겠다고”.
남자들의 술자리에서 가끔 자기 아내 자랑이 등장하는데 여자들이 들으면 대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우리 그냥 시골 가서 살까?”라고 했더니 흔쾌히 부인이 “그러자”고 했다는 영웅담! 집 줄여서 치킨집이나 하자고 하니까 호쾌히 부인이 “나 튀김 요리 잘해”라고 했다는 위인담! 당연히 그 남자들이 이후 귀향을 했다거나 닭집을 차렸을 리는 없다. 실없는 농담 속에 싹튼 것이 있다면 ‘세상이 두 쪽 나도 어화둥둥 내 사랑뿐’이라는 것을 부부 쌍방 간 서로 확인한 것이고, 몇 년 동안 아내 앞에서 집 밖의 고민을 함구한 글 속의 남편이 정작 듣고 싶었던 것도 이런 말이었을 것이다. “그 동료 정말 죽일 놈이네. 감히 우리 신랑에게!” “월급이 줄면 적게 먹고 적게 싸면 되지. 애들 학원 몇 달 못 간다고 큰일 나지 않아요!”

여자가 갑자기 통 크게 나갔을 때 ‘어머나’를 외치며 쫄아버리는 것은 오히려 남자다. 여자가 진짜 아이들 학원을 중단시키려고 할 때 사색이 돼서 덜덜덜 떠는 것도 사내들이다. 그러니까 남자가 꺾인 날개로 집에 들어와 세상 다 끝난 것처럼 푸념을 할 때 그 바탕에는 자기가 이만큼 힘든 것을 알아달라는 응석이 절반이요, 아내의 가슴속에는 언제나 남편에 대한 신뢰가 흐르고 있음을 확인받고 싶음이 나머지 절반의 욕망인 셈이다.
그런즉, 남자가 신세타령을 할 때 여자의 대처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해야할 것은 남자보다 대범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며,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남자보다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그것이 정치적인 ‘쇼쇼쇼’라고 해도 그 약발은 신통방통하게 잘 먹힌다. 진짜 좋은데, 딱 부러지게 왜 좋다고 말할 수는 없고, 이거 참 답답하긴 하지만 어쨌거나 약효만큼은 직방이다. 부록으로 평소보다 집 안을 깨끗이 하고, 당분간 집에서도 꽃단장을 하며,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을 자주 만들어주면 그건 게임 끝이다. 이때 대부분의 남자는 화장실 변기에 쪼그리고 앉아 낭심을 부르르 떨며 캔디처럼 외칠 것이다. ‘내 가족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 테야, 불끈!’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약한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라고. 흥,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지 마시라. 정작 약한 것은 남자란 말이다. 어딜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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