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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심부름 업체가 뜨고 있다 - 가족을 대신해 못박기·짐 옮기기…신종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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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타라곤 댓글 0건 조회 2,502회 작성일 12-06-21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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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반포동 소재 심부름 대행업체 애니맨 서초 지점. 이곳 콜센터로 다급한 목소리의 한 여성이 전화를 걸어왔다. "지금 집에 바퀴벌레가 나왔어요. 빨리 와서 잡아주세요." 애니맨 직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곧장 출동한 곳은 인근 고급 오피스텔. 외국계 금융회사에 다니는 김 모씨(34)가 문 앞까지 나와 노심초사 기다리고 있다. 김씨는 싱글 생활을 즐기는 `골드미스`다. 시집가라는 집안의 등쌀을 피해 오피스텔로 독립한 지 7년째. 그런 김씨가 딱 한 가지 아쉬운 때는 집 안에서 벌레가 나왔을 때다. 김씨는 "가족이 함께 살지 않아 사소한 일도 돈 주고 해결해야 하지만 전화 한 통이면 해결돼 편리하다"고 말했다.

사례 2한 모씨(65)는 아내와 사별한 후 서울 서초동 다세대 주택에 전세를 얻어 살고 있다. 30여 년간 공기업에 몸담으며 착실히 돈을 모아뒀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불편하지는 않다. 하지만 아내 없이 자식들 눈치보며 사는 게 싫어 5년 전 집을 나왔다. 이날 한씨도 심부름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초여름 감기가 독하게 들어 거동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한씨는 "심부름센터 직원이 부축해줘 병원에 다녀왔다"며 "아플 때는 특히나 마음이 적적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자식들한테 연락하고 싶지는 않다"고 씁쓸해했다. 그는 "심부름하는 직원들이 자식들보다 살갑게 대해주고 무엇보다 눈치를 안 봐도 돼 종종 이용한다"고 말했다.

가구의 분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생활심부름 업체가 뜨고 있다. 어찌 보면 가족의 해체가 가져온 신(新)풍속도다.

과거 심부름센터가 소위 `흥신소`로 불리며 사생활 뒷조사 등 어두운 업무를 담당했던 것과는 달리 요즘 생활심부름 업체는 음식 배달부터 노약자 수행까지 다양한 심부름을 소화하며 틈새시장을 뚫고 있다.

윤주열 애니맨 대표는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생활서비스 시장 규모가 지금은 연간 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현재 생활심부름 업체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대표적 업체인 애니맨은 월평균 3만건 정도 접수를 받고 있다.

수도권 지역에는 애니맨 외에 `해주세요` `해줄게요` 등 비슷한 이름의 업체들도 성행하고 있다. 윤주열 대표는 "최근 1~2년 사이에 관련 회사가 급증하며 경쟁도 치열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해외에서도 한국 특유의 심부름 서비스는 호기심 대상이다. 지난해 CNN은 심부름 서비스를 `서울이 대단한 이유 50가지` 중 3위에 선정하기도 했다.

윤 대표는 "예전에는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심부름을 대부분 가족 울타리 안에서 해결했다"며 "지금은 핵가족화, 1인 가구 증가로 가족원 수가 줄어든 데다 서로 바빠서 이런 심부름을 시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전화번호를 문의하는 114에 `잔심부름`이라는 계정이 새로 생겨 심부름이 필요하면 자동으로 업체를 연결시켜주고 있다. 서울시 종합민원 전화인 다산콜센터(120)에 사소한 민원을 문의하면 생활심부름 업체에 연결해주는 등 관련 산업 인지도도 크게 높아졌다.

독거노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새로 생긴 `심부름 요원`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에는 `노인 꽃배달 요원`이라는 직군이 생겼다.

화훼 유통업자들이 지역 노인정 등에서 인력을 모집해 난(蘭) 등 화훼류를 배달시키면서 정착된 신종 직업이다. 유통업자 사이에서 `인기 요원`은 무료로 지하철을 탈 수 있는 만 65세 이상 어르신들이다.

지하철을 통해 꽃배달을 하면 기름값 등 운송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독거노인 등 돈벌이가 여의치 않는 노년층 사이에서 `벌이가 짭짤하다`는 입소문이 돌며 대거 인력이 모이기 시작했다. 공짜로 지하철을 타고 배달하면 배달 수입을 고스란히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임영호 한국화훼협회 회장은 "통상 난 배달비용은 건당 1만2000원인데 노인 요원을 통하면 건당 1만원으로 비용이 낮아진다"며 "노인 요원은 2008년 이전까지 전무했지만 지금은 협회에 가입한 1만개 유통업자 가운데 10% 정도가 만 65세 이상 배달 요원을 쓰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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