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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엄家 4代의 워싱턴포스트, 80년으로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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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668회 작성일 15-07-1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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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가 저물다(An era to end)."

워터게이트 사건 등 수많은 특종으로 미국 여론을 좌우했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아마존닷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49)에게 매각됐다. 워터게이트는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비밀 공작팀이 민주당 선거 본부에 침입해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사건이다.

이로써 WP는 지난 80년간 4대에 걸쳐 전성기를 이끌었던 그레이엄가(家)의 시대가 끝나고 '인터넷 천재' 베조스 아래서 새로운 실험에 들어가게 됐다. WP는 5일(현지 시각) 인터넷판에 '포스트, 베조스에 팔리다'란 제목의 기사를 올리고 베조스가 WP를 2억5000만달러(약 2786억원)에 인수하게 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인수 계약은 WP와 베조스 개인 간에 이뤄진 것으로 아마존닷컴과는 관계가 없다.

도널드 그레이엄(68) WP 회장은 이날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수년간 경영난에 처하면서 다른 소유주가 WP를 더 잘 경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온 끝에 매각을 결심했다"며 "현 체제로도 WP가 생존할 수 있겠지만 WP는 생존 그 이상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WP는 뉴욕타임스(NYT)와 더불어 '미국 최고 정론지'라는 명성을 자랑하면서 특히 정치·정책 부문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WP도 1877년 창간 이후 한동안은 워싱턴 지방 신문 4개 중에서도 3위에 머물던 군소 매체에 불과했다. WP는 1933년 파산 직전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지낸 금융인 유진 마이어가 82만5000달러에 인수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된다. 마이어는 사위 필립 그레이엄을 발행인으로 임명하고 개인 재산을 쏟아부으며 열정적으로 WP의 확장에 나섰다.

1963년 남편 필립 그레이엄이 우울증으로 자살하면서 경영을 맡은 캐서린 그레이엄은 WP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언론계의 퍼스트레이디'(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표현)이다. 1971년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을 다룬 기밀문서 '펜타곤 페이퍼'의 보도를 막기 위해 법무부가 소송을 제기한 상태에서 그레이엄은 회사의 존망을 걸고 언론 자유를 주장하는 기자들 편에 섰다.

이 결단으로 WP의 명성이 높아졌고 편집국에 대한 그레이엄의 지지는 이듬해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는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이어졌다. 당시 정부로부터 WP의 방송국 허가권을 빼앗겠다는 협박 등 온갖 압박을 물리치고 그는 기자들이 진실을 캐내도록 독려했다.

1968년부터 23년간 편집국장을 지낸 벤 브래들리는 2001년 그레이엄 여사가 사망했을 때 "그는 편집인들과 적잖은 긴장과 마찰을 빚었지만 결정적인 경우에는 항상 편집국의 뜻을 수용했다"며 "위대한 사주가 위대한 신문을 만들었다"고 했다.

WP는 1993년부터 캐서린의 아들 도널드 그레이엄이 회장을 맡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2008년에는 도널드의 조카 캐서린 웨이머스(47) 변호사가 발행인으로 합류했다. WP는 도널드 그레이엄 회장 시대에도 최고의 영향력을 유지했으나 최근 미디어 환경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평도 받는다. 2002년 76만8000부였던 판매 부수는 작년 47만4767부로 줄었다. 같은 기간에 매출은 39% 감소했다.

WP와 더불어 미국의 양대 권위지로 통하는 뉴욕타임스도 언론 환경 변화에 맞춰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 산하에 있던 지역 신문 16개를 매각하는 대신 '뉴욕타임스'라는 브랜드에 집중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1993년 인수했던 권위지 보스턴글로브를 최근 매각하기로 한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특히 프리미엄 콘텐츠를 강화해 온라인 유료 독자를 늘려가는 점을 업계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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