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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믿지?' '우리 아내'에 담긴 한국어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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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1,012회 작성일 15-06-06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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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모르지만, 외국인들은 이상하게 여기는 한국어 습관들이 있다. 일처다부제도 아닌데 왜 '우리 아내'라고 표현할까. 왜 "나 믿지?"가 아니라 "오빠 믿지?"라고 말할까.

최근 공개된 청춘인문 논장판(주최 해외문화홍보원)의 금상 수상작인 '의사소통방식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한국인의 특성'은 한국어 의사소통 방식의 독특함과 그에 드러난 한국문화를 탐구한다. 논장판은 주한 외국인 유학생과 한국학생들이 함께 인문학을 탐구한 결과를 나누는 행사다. 이 논문을 제출한 예그리나팀은 니핫(아제르바이잔·한양대), 웬지에린(중국·경희대), 정새미(이집트·서울대), 이소영(한국·숙명여대), 권수진(한국·숙명여대)씨로 구성돼있다.

논문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 유학생들이 의사소통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데서 착안했다. 단어, 문법을 아무리 잘 알아도 이해할 수 없는 한국어만의 독특한 용법이 있기 때문이다.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대화의 메시지를 해석하는데 있어 대화 상황과의 관계가 얼마나 큰지에 따라 '고맥락 문화'와 '저맥락 문화'로 구분한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은 일반적·보편적 사실보단 상황과 관계에서 형성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고맥락 문화다. 즉, 한국인의 의사소통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맥락'을 재해석하고 속마음을 추론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인은 "나 믿지?" "내가 해줄게"라고 말하는 대신, "오빠 믿지?" "언니가 해줄게"라고 말한다. 이는 사회의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문화가 반영된 어법이다. 한국인의 의사소통방식은 "우리 아내"라는 말에서도 드러난다. 예그리나팀은 "'우리'라는 단어의 사용은 집단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한국 사람들의 '우리주의'를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팀원들이 대학(원)생이니만큼 대학 생활을 하며 느끼는 어법도 탐구 대상이 됐다. 예그리나팀은 "한국 사회는 단도직입적이고 노골적인 의사 표현보다는 상황과 분위기를 '눈치껏' 살펴 최대한 자신의 의견을 에둘러 표현하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괄식 의사소통'이라는 결과를 낳는다. 예를 들어 교수가 강의 후 도움을 요청했으나 이에 응할 수 없을 때 학생은 바로 거부의사를 밝히기보다는, '①어머니가 편찮으십니다 → ②병원에 가봐야 합니다 → ③오늘 도와드리지 못합니다'의 순으로 말을 이어간다.

웬지에린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교수에게 자기 생각을 직접 이야기하지 못하거나, 예의를 차리기 위해 돌려서 말하는 방식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경험이 있다"며 "조사를 하다보니 좋은 측면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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