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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회에 희로애락 多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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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ngel 댓글 0건 조회 692회 작성일 18-08-2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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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패널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박 과장(39)은 사내 동호회광(狂)이다. 드론(무인항공기), 가상현실(VR) 게임 등 네 개 동호회에 가입한 그의 수첩엔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동호회 모임 일정이 빼곡하다. 연일 격무에 시달리는 박 과장에게 동호회는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창구다. 그는 “지난 10년간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그때마다 동호회 사람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보면 금세 퇴사 생각을 접을 수 있었다”고 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회사 동료들과 취미 생활을 즐기는 사내 동호회를 찾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골프 축구 등 각종 스포츠에다 봉사활동, 악기 연주, 맛집 탐방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그늘’도 있다. 박 과장과 달리 상사의 ‘반강요’에 의해 관심도 없는 동호회에 가입했다가 휴식 시간만 줄어들었다며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직장인도 적지 않다. 사내 동호회 때문에 울고 웃는 김과장, 이대리의 사연을 들어봤다.

동호회에서 만나 결혼까지 

대기업 계열 정보기술(IT) 서비스 회사인 A사는 사내 동호회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활동 중인 동호회 수도 300여 개에 달한다. 가장 인기 있는 동호회는 스키, 와인 등 젊은 직원이 많이 모인다고 소문난 곳이다. 여성 직원보다 남성 직원이 훨씬 더 많지만, 이런 인기 동호회는 남녀 성비가 비슷해 미혼 직원이 많이 찾는다. A사에 다니는 박 차장(39)은 사내 스키 동호회에서 남자친구를 만나 결혼까지 했다. 그는 “스키나 와인 동호회에 들어가려고 대기 순번을 받아 놓고 1년 넘게 기다리는 경우도 많다”며 “기존 회원들에게 ‘가입 순서를 당길 수 없냐’고 로비하는 사람까지 있다”고 웃었다. 

동호회 활동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동료들에게 ‘동호회 가려고 회사 다니는 거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직장인도 있다. 사내 농구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유통업체 직원 김 대리(29)가 그런 사례다. 동호회장인 그는 매주 목요일 오후 3시간씩 회원들과 농구를 한다. 1주일에 한 번으론 연습량이 모자라 수시로 회원들에게 ‘번개 연습’ 호출을 한다. 김 대리의 이런 노력 덕에 이 동호회는 최근 전국 직장인 농구 대회에서 처음 결승에 진출했다. “농구할 시간에 일을 했으면 매년 특진했겠다”는 주변 동료들의 핀잔은 귓등으로 흘린다.



“사장님도 오신다는데…” 

 

중견 제약회사에 다니는 배 과장(36)은 매년 3월 사내 스키 동호회 회원 20여 명과 함께 일본 삿포로로 스키 여행을 떠난다. 이 여행엔 회사 사장도 동행한다. 수십 년간 스키를 탄 사장은 직원들에게 1 대 1 레슨을 해주고 실력에 맞는 코스도 알려준다. 하루종일 스키를 타고 저녁때가 되면 양갈비에 맥주를 곁들인 식사도 함께한다. 고기와 술은 사장이 산다. 배 과장은 “1년에 한두 번 마주치기도 어려운 사장님과 4박5일간 눈 속에서 뒹굴고 저녁땐 소소한 일상 얘기도 나눌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최근 동호회 회원이 두 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에 다니는 김 차장(35)은 요즘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 대신 농구 동호회에 나가고 있다. 올초 새로 부임한 기관장이 종종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농구 시합을 한다는 소문을 들은 뒤부터다. 일부 회원이 농구장에서 기관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이 동호회의 인기가 크게 높아졌다고 한다. 김 차장은 “야구가 좋긴 하지만, 기관장과 친해지고 싶은 욕구가 더 컸다”며 “기관장이 언제 참석할지 몰라 시합에 빠짐없이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사 등쌀에… 꿀맛 같은 주말 반납 

상사의 강요에 못 이겨 사내 동호회에 억지로 가입했다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도 있다. 지난해 한 공기업에 입사한 사원 이씨(29)는 산악회와 농구·볼링 동호회에 가입돼 있다. 신입사원은 무조건 한 개 이상의 동호회에 가입해야 한다는 게 이 회사 방침이다. 최악의 동호회는 산악회다. 주말마다 지방까지 내려가 등산을 하고 오면 탈진하다시피 한다. 그는 “주말 이른 아침부터 산에 갈 준비를 하느라 한 살짜리 아들도 제대로 못 본다”며 “직장맘인 와이프가 주말마다 혼자 애를 보는 것도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반도체회사에 다니는 이 대리(35)는 요즘 2주에 한 번씩 사내 낚시 동호회 회원들과 무박 2일 바다낚시를 간다. 그는 올봄 결혼한 새내기 신랑이다. 얼마 전 낚시 동호회에 반강제로 가입한 뒤론 달콤한 주말 휴식시간도 사라졌다. 금요일 밤 낚시 장비를 챙길 때마다 와이프 눈치를 보느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낚시할 줄 안다고 잘못 얘기했다가 매번 배 예약부터 상사들 기사 노릇까지 해야 합니다. 회원 중에 직속 상사가 많아 그만두겠다고 하기도 어렵고요.” 이 대리의 하소연이다. 

‘열공’하는 동호회도 

먹고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동호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기 계발을 위해 뭉치는 직장인도 있다. 한 공기업에 다니는 최 대리(30)는 매주 월요일 수학 동호회 모임에 참석한다. 대학 시절 밤새우며 익힌 수학 지식을 복기(復棋)하기 위해서다. 동호회 회원 나이대가 비슷해 상사를 마주칠 걱정도 없다. 그는 “평일 저녁때 회원들과 모여 수학 문제를 풀다 보면 대학 땐 못 느끼던 성취감까지 느낀다”고 말했다. 

게임회사에 다니는 김 대리(31)는 사내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 동호회에 나간다. 그는 “IT 분야가 고도화되면서 코딩 기술도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며 “새로운 기술을 배울 기회가 필요해서 가입했다”고 말했다.

B통신업체 베이킹 동호회는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한다. 지난 5월엔 경기지역 한 보육원을 찾아 아이들과 쿠키와 빵을 함께 만드는 제빵교실을 열었다. 이 동호회의 김 대리(32)는 “좋아하는 빵도 만들고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도 보낼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가죽공예, 리본아트 등은 희귀한 동호회에 속한다. 이런 취미는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려운 마력이 있어 ‘덕후’(한 분야에 몰두한 사람)도 많다고 한다. 최 대리(35)는 최근 회사 사람들과 새우 동호회를 조직했다. 새우를 키우는 모임이다. 회원들은 회사 근처에 빌린 오피스텔에 각자의 새우 어항을 들여놨다. 최 대리는 색깔이 화려한 블루벨벳 새우를 키운다. 그는 “비용이 비교적 많이 들긴 하지만 새우가 조금씩 커가는 걸 볼 때면 신이 난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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