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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3종경기 마누라 돌아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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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챠이브 댓글 0건 조회 3,646회 작성일 09-11-21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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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정을 이끌어 오는 대한민국의 가장들에게 제일 큰 소망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온 가족이 함께 운동을 하면서 건강과 웃음을 함께 하는 것도 그 중 하나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면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은 어떤 것이 좋을까 열거해 본다.
골프, 수영, 스킨수쿠바, 스키, 테니스, 스쿼시, 마라톤, 헬스 등 종목은 다양하다.
그러나 종목에 따라서는 많은 투자와 재능 그리고 위험부담 등이 요구되기 때문에
흔치 않은 가족 외에는 엄두도 못 낼 종목도 여럿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달리기만큼은 운동화 끈만 졸라매면 되니까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으로는 적격이다.
그러나 이 또한 달리기를 너무나 손쉽게 생각하는 안일한 생각인지도 모른다. 부모들의 생업환경이라든가 우리나라의 교육환경 등 주변 여건은 온 가족이 단란하게 달리기를 하도록 내버려두지를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경우를 살펴보면 초등학교, 중학교까지는 조금만 달래고 부추겨도 운동화를 맨 먼저 졸라매고 앞장서 달린다.
그러나 이 때는 부모의 생업환경과 자식에 대한 조바심이 걸림돌이 돼 부모 쪽에서 오히려 여유롭지가 못하다.
그렇다고 고등학교 때는 어떤가? 이번에는 아이들이야 운동장으로 나서고 싶겠지만
우리네 교육제도, 대학수능시험은 책상에만 붙잡아 매둔다.
그뿐인가 이 때쯤이면 녀석들의 화풀이 대상이 기껏 고 칼로리 식품인 라면이나 김밥, 햄버거, 피자 등
인스턴트식품이기에 엉덩이만 키워주는 꼴이 되고 만다.

또 대학에 들어갔다 해도 이번에는 여러 가지 다른 이유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드물다.
무슨 놈의 MT는 그렇게 많은지 허구 헌 날이 그 날이다.
아마 언젠가 다가올, 둥지를 떠날 예행연습이려니 생각하면서 너그럽게 지켜보지만
이 역시 가족 달리기에 끌어들이는 데는 달갑지 않은 방해 요소가 틀림없다.

그러나 이도 잠깐이다.
제법 의젓해 졌다 싶어 이 친구 저 친구에 "내 아들녀석이야, 내 딸이야"하며 은근히 소개 반 자랑 반으로 팔불출 노릇을 하다보면 어느새 아들녀석은 국토방위를 위해 집을 나서 허전한 빈 구석이 생기고 만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지만 결국 긴 시간을 두고 생각을 해보면 지난 시간은 한순간이다.

그래서 늘 달리면서 떠올려지는 생각이 한 순간이라도 소중하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은 언제나 변함이 없다.
돌이켜 보면 달리기를 생활화한 이후 지난 4~5년은 실로 소중한 순간들이 정말 번개처럼 지나갔다.
스치듯 지나간 시간 속에서도 그나마 평생 잊지 못 할 달리기,
달리기로 인한 몇 가지 소중한 추억이 간직될 수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 또한 달리기가 전해준 흔치 않은 큰 행복이라는 생각이다.

평생 잊지 못 할 달리기 중 "마누라 돌아 달리기"도 마음속 한 절편을 이루고 있다.
큰 사건도 아니지만 달리기를 고래등심줄 같은 고집으로 고사하던 아내가 달리기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당시 우리집에서 가족달리기에서 늘 문제는 제각각 흩어져 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애비와 아이들은 속도를 맞춰서 함께 달릴 수도 있지만
"산책"만을 기필코 사수하려는 아내 때문에 달리기가 끝나면 늘 누군가는 기다려야 하고 또 누군가는 먼저 집으로 향해야 했다.

그래서 어느 일요일 아침,
여느 때처럼 달리기를 하러 갔을 때 아내와 함께 돌아오는 시간을 맞추려고 "마누라 돌아 달리기"를 결심했던 것이다.

군자교와 성동교 사이의 뚝길은 두 번 왕복을 하면 대략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리는 코스다.
그리고 장안철교까지는 걸어서 다녀올 경우 아내의 걸음 속도로 이 또한 대략 50몇분이 걸린다.
걷고 있는 아내를 뒤로 한 채 아이들과 함께 출발을 한다.
그리고 반환점을 돌아올 때 아내를 만나면 그 지점에서 아내를 돌아 다시 반환점으로 향한다.
그리고 또 반환점을 돌아 아내를 만나면 그 지점에서 또 다시 돌아서 반환점을 돌아 온다.
또 아내가 반환점을 돌아 출발점으로 향해 걸어올 때도 마찬가지로 출발점을 돌아서 달려와 아내와 마주하면
그 지점에서 아내를 돌아 출발점으로 향하는 것이다.
이러기를 반복 하는 것이 소위 "마누라 돌아 달리기"인 것이다.

처음 달릴 때 세 번을 마주쳐 돌았으니까 아내가 반환점을 돌아올 때도 같은 수만큼의 회수로 마주할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아내가 반환점을 돌아오는 모습과 마주하며 달리는데
멀리서 아내의 달리는 모습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혹시 다른 사람이려니 하는데 가까이 마주해서 보니 얼굴은 발그스레한 모습으로 숨소리를 색색대며 달리는 것이다.

여자들의 홍조를 색기(色氣)라고 표현하는 이를 보기는 했지만
그 모습이 얼마나 섹시한지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그 기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겠는가?
드디어 고래등심줄까지 달리기를 함께 하게 됐으니...
돌아 올 때는 함께 달리면서 부부간에 진솔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한 이불 속에서 나누는 이야기와는 또 다른 맛이었다.

달리게 된 이유가 궁금해서 안 물어 볼 수가 없었다.
"고래 등심줄이 왠 일이셔? 어째 달릴 생각을?"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대답이 힘든 모습이다.
그러나 헉헉대면서도 이 세상에서 정말 제일 듣기 좋은 말이 흘러 나왔다. .
"당신이 너무 힘든 것 같아 내가 뛰어야 조금이라도 고생을 줄여주지..."

아내는 말끝을 흐렸지만 남편에 대한 애정을 달리기로 보여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다소의 허구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아내는 당시에 눈치를 못챘다.
아내가 50 몇 분을 걷는 동안 아내를 돌아 달렸다면
출발점과 반환점을 왕복해서 두 번 달린 시간 1시간 몇 분보다도 짧은 시간을 달린 것이다.
하지만 아내는 자기를 돌아 달리므로 해서 남편이 더 많은 시간과 더 많은 거리를 달린 것으로 착각을 한 것이다.
그래서 남편의 노고를 덜어주려 달렸던 것이다.
노고를 덜어준 것은 틀림없지만 훈련시간을 손해 본 것이 된다.
그러나 세상에 그 것을 손해라고 아내를 나무랄 위인이 이 세상에 있을까?

변함없는 애정도 확인을 할 수 있었고 아내가 첫발을 내디뎌 칙칙폭달리기가 가능했던 날이기도 했다.
이 세상에 달리기를 고집스럽게 고사하는 마누라를 둔 가장이 또 있다면
"마누라 돌아달리기"를 한 번 권해본다.
아내의 애정도 모처럼 확인해 볼 겸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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