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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3종경기 강승규박사 철인3종경기에 참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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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챠이브 댓글 0건 조회 3,899회 작성일 09-11-21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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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이 2년 전에 철인3종경기에 참가하는 것을 보고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준비를 시작한 것은 1년 전에 불과했다. 그것도 일단 수영장에서 하는 예비심사(3.9㎞ 수영만, 사고예방을 위해 우리나라에서만 실시)에 통과하기 위하여 한달 전부터 수영장에서 연습해서 98년 4월에 예선을 통과했다. 경기는 8월에 있었기에 4개월 가량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지만 적당한 훈련방법을 몰랐다. 서점에서 철인3종경기에 관한 문헌을 찾아봤으나 국내에서 출판된 것을 찾을 수 없었고 Internet을 통하여 막연하게 외국 자료만 모을 수 있을 뿐이었다. 사이클도 없었던 터라 사이클 전문점을 찾았지만 예상보다 비싼 가격에 발길을 되돌렸다. 결국은 국산 사이클을 사서 연습을 시작했으나 체격에 맞지 않는 것을 안 것은 연습을 시작하고 한 달 뒤였다. 사이클전문점에 Wetsuit를 구입하러 갔다가 우연히 내 체격에 맞는 중고사이클을 발견하고 즉석에서 백만원에 구입하였다. 그로부터 2달간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했고 하루에 약 40㎞씩 타면서 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적당한 훈련방법과 기술적인 요령을 모르고 평지에서 같은 방법으로만 연습했던 것이다. 마라톤도 하루에 2∼5㎞씩 연습했고 수영은 수영장에서 2㎞씩 연습했다. 철인3종경기 출전에 앞서 한 달 전에 올림픽코스(1.5㎞ 바다수영, 40㎞ 사이클, 10㎞ 마라톤)에 대학원생들을 이끌고 출전하여 모두 완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Ironman코스(3.9㎞ 바다수영, 180.2㎞ 사이클, 42.195㎞ 마라톤)에 출전하여 완주할 수 있을까?
 98년 8월말에 제주도에서 열린 철인3종경기에 출전하였다. 아침 7시부터 시작된 수영은 찬 바다물과 높은 파도로 출전한 모든 선수들이 고전했다. 사이클은 같은 도로를 11번 왕복하는 것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페달에 전달되는 힘이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더운 날씨에 갑자기 소나기에 퍼붓는다. 제한시간을 1시간여 남긴 채 사이클을 끝내고 마라톤을 시작했다. 사이클을 끝낼 무렵부터 무릎통증이 있었고 해가 지지 않아 뛰기에는 체력소모가 많을 것 같아 마라톤의 초반은 걷기로 했다. 그 시간쯤 선두는 벌써 경기를 끝냈다고 들었다. 저녁이 되자 제주도 일원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되었다. 강한 빗줄기는 목욕탕에서 강한 샤워를 하는 기분이었다. 밤이 되니 강한 빗줄기로 체온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약 20㎞ 정도 남기고 무릎통증을 무릅쓰고 가볍게 뛰기 시작했다.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소나기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되었고, 암흑 속에 번개와 벼락은 인접한 곳에 계속해서 내리치는 빛으로 주위를 확인할 뿐이었다. 도로의 일부분은 침수되어 물이 무릎까지 오는 지역도 있었다. 몸은 많이 지쳐 있었지만 어떻게 하든 완주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뛰었고 골인지점을 얼마 남기고는 힘이 솟았다. 골인지점을 통과하는 순간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제한시간(자정-경기시작으로부터 17시간)을 수 분 남겨놓고 같이 연습하고 출전한 같은 대학의 채수원교수가 마지막으로 골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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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대회 수영 출발장면

가을학기가 시작되어 연구실에 앉았으나 경기에 대한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적당한 연습방법을 모르고 출전한 것이 가장 아쉬웠다. 그 때 철인3종경기본부에서 전화가 왔다. 10월에 미국 하와이에서 개최되는 세계철인3종경기대회에 참가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 대회는 철인3종경기를 아는 사람이라면 꿈의 대회로서 어떤 이는 그 대회에 출전해서 경기를 하다가 죽어도 영광이라는 말까지 한다. 본인은 국내대회서 입상을 해서 출전권이 부여된 것이 아니라 추천케이스라는 것이다. 물론 참가경비는 본인부담이었고 적지 않는 경비였지만 다시 올 수 없는 기회로 판단하였기에 흔쾌히 받아들였다. 아내의 반대가 심했다. 제주도시합 때 높은 파도에 수영하는 것을 보고 사서 왜 저렇게 고생하는 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주위분들이 말씀하셨다. 아내의 반대는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출전하겠다는 각서를 쓰고 무마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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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클 경기 모습과 해발 4,553m의 마우나케아(Maunakea)산
 꿈의 대회인 하와이 세계선수권대회는 선수단 규모뿐만 아니라 7,000여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와 분위기는 우리 선수단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웃 일본은 182명이나 출전하는데 반해 우리는 겨우 4명만 출전하게 되어 일본과의 저변(선수층, 관심도)차이를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아침 7시에 시작된 수영은 1,553명의 선수가 동시에 출발하기 때문에 한마디로 아수라장이다. 마치 남극의 펭귄이 동시에 바다에 뛰어든 모습과 같다. 하지만, 파도가 그리 높지 않았고 수온도 수영하기에 적당했으며, 맑은 물은 바닥의 산호초와 물고기를 구경하기에 충분했고 지겹지 않았다. 약 2㎞ 전방에 떠있는 배를 한 바퀴 돌아오는 수영코스를 끝내고 나니 목이 몹시 말랐다. 사이클을 타고 목을 추기며 초코렛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며 언덕길을 오른다. 10월의 하와이 날씨는 몹시 무더웠다. 연습할 때 경험한 맞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사이클코스의 맞바람은 내리막에서도 달릴 수 없는 정도였다. 가장 낮은 기어로 변환하고 페달을 젖고 있지만 맞바람은 체력을 극도로 저하시켰다. 반환점을 20㎞ 정도 남겨놓고 선두그룹이 벌써 반환점을 돌아서 내 눈에 들어온다. 저 선수들은 연습을 어떻게 했기에 이 맞바람에도 저렇게 빨리 탈 수 있을까? 연속된 언덕이 시작된다. 맞바람은 덜했지만 옆바람이 강하게 불어 쓰러지는 선수도 있었다. 몇 번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들었지만 이 대회에 참가했다는 영광과 아이들 그리고 학교 건물에 대형 현수막까지 내걸으며 분발을 당부했던 제자들을 생각했다. 절대 포기는 있을 수 없다는 각오로 계속 페달을 밟았지만 언덕을 넘으면 더 큰 언덕이 계속된다. 연습하면서 내가 지정한 지점의 예상통과시간이 점점 가까워진다. 다행히 수영을 예상보다 빨리 끝냈기에 망정이지 수영마저 늦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반환점의 예상통과시간은 정오였는데 20분 늦게 통과했다. 초초해지기 시작했다. 반환점을 돌고 긴 내리막에서는 빨리 달리는 것보다 강한 옆바람에 옆으로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했어야 했다. 반환점까지 가는 동안의 강한 앞바람은 뒤에서 불기 시작했다. 사이클 제한시간인 오후 5시 30분까지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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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의 골인 장면

 
너무 무더워서 머리위로 물을 부었지만 곧 증발해버렸다. 다시 물을 얻어 온 몸에 뿌렸다. 그 물은 다리를 타고 사이클화 안으로도 들어가 발이 불기 시작했다. 오후 4시에 사이클을 끝내고 마라톤을 시작하기에 앞서 발바닥을 보니 여기저기 물집이 잡혀 있었다. 마라톤화도 제주도대회에 신던 것은 바닥이 얇은 것이라서 무릎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다소 충격이 흡수될 수 있는 새것으로 신었다. 하지만 물집 때문에 걷기도 어려웠다. 시간은 충분하였기에 서두를 필요가 없었지만 걷기에는 너무도 먼 거리였고 제한시간을 불과 25분 정도 남겨놓고 골인할 수 있었다. 그 때의 성취감과 감동을 어떻게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 것이 아쉬웠지만 이 대회에서 완주한 것만으로도 만족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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