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북부 포르투갈, 하르모스페스티벌(Harmos Festival) > 문화도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문화도시


 

[포르투갈] 북부 포르투갈, 하르모스페스티벌(Harmos Festival)

페이지 정보

작성자 pistory 댓글 0건 조회 2,493회 작성일 14-03-01 04:58

본문

글 : 전수현(포르투대학 석사과정)

▲ <2012 하르모스페스티벌> 포스터지난 18일 포르투(Porto)의 까자다뮤지카(Casa da Música)에서는 암스테르담음악원(Conservatorium van Amsterdam)과 런던 길드홀음악연극학교(Guildhall School of Music & Drama)의 공연을 끝으로 하르모스페스티벌(Harmos Festival), 그 일주일의 일정이 마무리 되었다. 이날 암스테르담음악원의 피아노3중주단 ‘Strings Attached’는 드보르자크의 피아노3중주 4번 ‘둠키 트리오’(Dumky trio)를, 길드홀음악연극학교의 목관5중주단 ‘HMS Quintet’은 쳄린스키의 ‘유모레스크(론도)’, 이베르의 ‘세개의 짧은 소품들’(Trois Pièces brèves),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12번(K.388)’을 연주했다. 특히 HMS Quintet은 Quinteto de Sopros(포르투음악예술공연학교, Escola Superior de Música, Artes e Espectáculo do Porto)와 함께 이번 페스티벌에 참여한 두 목관5중주단으로 주목을 받았다. 일요일 낮공연이었음에도 마지막 날답게 호응이 가득한 공연이었다.

2006년에 시작해서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이한 하르모스페스티벌은 해마다 유럽내 권위있는 고전음악 고등교육학교(대학과 그에 준하는 음악원과 음악학교)의 실내악 앙상블을 초대하여 콘서트를 펼치는 음악축제이다. 하르모스(harmos)는 함께하다(joining)는 뜻의 그리스어로, 화성(harmony)의 어원이기도 하다. 그리스식 발음으로는 하르모스에 가깝겠으나 포르투갈식으로 변형되어 아르무스페스티벌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해마다 조금씩 그 규모를 확장하고 있으며 올해는 10여 개국의 여러 학교들이 참여했다.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최선을 다한 음악적 해석을 보여준다는 것을 그 우선 목적으로 하면서도 음악가들만의 축제가 되지 않도록 여러 방면으로 대중과 교감하는 방법을 젊은 음악가의 시선에서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0년부터는 실내악 앙상블 연주만이 아니라, 참가자들이 모여 하르모스페스티벌오케스트라단(HFO)을 구성하여 합동 공연도 선보이고 있다.

| 음악의 집, 까자다뮤지카(Casa da Música)
▲ 까자다뮤지카 전경까자다뮤지카는 포르투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시설로. 포르투가 유럽 문화수도 2001(Cultural Capital of Europe 2001)에 선정되면서 도시 문화발전 사업의 일환으로 구상되어 지어진 음악당이다. 1999년 국제 공모를 통해 네덜란드 건축가 그룹인 OMA(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의 설계안이 당선되었고 2005년에 이르러 개관을 하게 되었다. OMA는 대표 건축가인 램 콜하스(Rem Koolhaas)의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기도 한데, 한국에도 서울대미술관과 삼성미술관 리움의 설계를 맡은 바 있다.

까자다뮤지카는 포르투의 중심부인 호툰다 드 보아비스타(Rotunda da Boavista)에 면하고 있다. 이름대로 원형의 광장으로 여기에서 방사선으로 뻗어나가는 도로가 땅을 8등분하는데, 까자다뮤지카는 그 북서쪽 부지에 위치하고 있다. 다른 부지의 건물들은 이러한 형태의 도시 조직에 순응하여 전면을 광장 쪽으로 향하고 광장을 둘러 감싸는 방식으로 들어서 있는데, 건축가 렘 콜하스는 무겁고 커다란 응축된 덩어리를 삽입함으로 의도적으로 이런 도시 조직을 깨고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드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 지역은 구도심과 달리 근대기에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한 곳으로, 산만하게 개발되고 있던 신시가지에 새로운 무게 중심을 만들어 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호툰다는 통상적으로 생각되는 광장과 달리, 중앙에는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군에 대항했던 반도전쟁(Peninsular War)의 승전을 기념하는 높은 기념비가 세워져있고 그와 같은 키의 오래된 수목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 까자다뮤지카가 호툰다와 면하지 않고 뒤로 물러나 자리를 잡으면서 그 앞으로는 돌바닥의 빈 마당이 만들어졌는데, 이는 호툰다에서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대중 활동들을 창출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바로 붙어 있으면서도 서로 전혀 다른 두 개의 열린 공간(open space)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주 음악홀은 ‘살라수지아’(Sala Suggia)라고 하는데 포르투 출신 첼리스트 길례르미나 수지아(Guilhermina Suggia, 1885~1950)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길과 광장에서 왕을 비롯한 역사적 주요 인물들의 이름을 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건축물과 내부공간에도 관련된 분야에서 저명한 인사의 이름을 붙여 경의를 표하는 것이 포르투갈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발코니석과 합창석까지 포함하여 총 1,238석을 갖추고 있는 살라수지아는 모든 유형의 음악을 위해 설계되었다고 할만큼 소리를 최적화 할 수 있는 현대적인 음향 장비를 갖추고 있다. 고전음악부터 파두(fado)와 전자음악까지 여러 장르의 음악이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통상적인 음악홀과 다르게 전후면 양쪽으로 전창(全窓)을 내고 있는데, 이를 통해 낮공연 때는 공연장으로 자연광을 끌어오고 있고 밤공연에서는 거꾸로 도시에 빛을 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창은 음향을 위해 곡면으로 된 유리를 쓰고 있어서 그 면의 굴절이 만들어 내는 장면 또한 이 음악홀의 고유함이 되고 있다.
300석 규모의 부 음악홀 ‘두번째 방’(Sala 2) 역시 현대적인 디자인이면서도 이탈리아 바로크 음악홀을 오마주하여 벽과 천정이 붉은 색으로 마감되어 있다. 가변성이 큰 무대와 객석으로 스탠딩 콘서트를 비롯한 다양한 형식의 공연이 가능하다.
지하 주차장은 신시가지 중심이라는 도시적 맥락을 고려하여 24시간 개방된 공공주차장의 기능으로 설계되었는데, 클럽잉(Clubing, 매달 첫째 번 토요일 밤새워 5시간동안 열리는 대중음악 콘서트 프로그램)에서는 공연장으로 변용되기도 한다.

▲ 까자다뮤지카의 주 음악홀 ‘살라수지아’

까자다뮤지카는 본디 포르투국립오케스트라단이었던 포르투심포니오케스트라단(Orquestra Sinfónica do Porto Casa da Música)과 합창단(Coro Casa da Música)을 운영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현대 음악을 맡고 있는 리믹스앙상블(Remix Ensemble Casa da Música)이 있고, 핵심적인 악기들만 선별하여 구성한, 바로크 음악을 위한 바로크오케스트라단(Orquestra Barroca Casa da Música)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각각 음반 작업과 국내외 공연을 통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음악가들을 위한 국제 레지던스프로그램과 같은 정통적인 음악당의 역할과 함께 여러 교육프로그램들도 진행하고 있어서 시기별 고전음악 교육부터 멀티미디어를 통한 디지털음악 교육도 이루어지고 있다.

| 하르모스 도시들 Cidades Harmos
하르모스페스티벌은 좀 더 적극적으로 대중들과 만나기 위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하르모스 도시들을 기획하고 있다. 이를테면 포르투 북쪽에 위치한 바르셀로스(Barcelos)나 비안나 두 카스텔로(Viana do Castelo)와 같은 곳은 유서깊은 도시들이지만 인구는 불과 2만~5만 사이의 규모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국제적인 문화예술 행사를 열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하르모스 도시들은 이러한 중소규모 도시들과 협의하여 순회하며 동시 다발적으로 콘서트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그야말로 함께하는 축제, 하르모스라는 이름에 걸맞는 기획이다. 올해도 7개의 하르모스 도시가 선정되었고 페스티벌 기간동안 30여 차례의 콘서트가 함께 이루어졌다. 페스티벌 기획과 진행의 근간은 포르투에 두고 있지만 하르모스페스티벌을 북부 포르투갈 전체의 음악축제로 봐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하다.

▲ 하르모스페스티벌

작년에 하르모스페스티벌은 ‘세하우비스 뮤지엄축제’(Serralves em Festa, 아르코웹진 184회에 소개한 바 있다), ‘성요한국립극장 - 국제화의 10년’(Teatro Nacional de S. João - Uma Década a Internacionalizar) 등과 함께 우수 문화사업으로 평가받으며, 북부지역 조율발전협회인 CCDR-N에서 주관하는 ‘새로운 북부賞’(Prémio NOVO NORTE)의 창작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불과 6년밖에 되지 않은 짧은 역사의 문화예술 축제이다보니 다른 문화사업에 비하면 규모는 작았지만, 프로그램의 짜임과 성장의 과정 속에서 하르모스페스티벌이 가지고 있는 고유성과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올해들어 정부의 문화예술지원금이 대폭 축소되면서 사회적 기업의 후원에만 의존하게 된 것 또한 이 페스티벌이 맞닥뜨린 현실이다. 총감독이 지속적인 경제적 지원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면서 축제를 시작하지 않아도 될 날을 기대해본다.

※ 하르모스페스티벌 : www.harmosfestival.com
※ 까자다뮤지카 : www.casadamusica.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